비 - 상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비' 이 책에서는 계속 크고 작은 비가 내린다. 빗속에서 인연이 시작되고 비가 내릴때 모든것이 무너지기도 하고 자잘한 사건 사고들이 비가 내릴때 진행이 된다. 비가 내린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우울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차분해지게 하는 모든 것의 소리를 차단시키는 존재이다. 하지만 가 계속 내리는 지방의 비란 그냥 일상일 뿐이고 눅눅함을 가져다 준다. 잘 마르지 못하고 눅눅한 환경 하지만 그것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리라.

 배경은 중국의 유마지이다. 채근과 두원조 그리고 구자동, 두원조는 강물에 떠내려와 유마지에 정착한 사람이다. 원래는 유마지 사람이 아니지만 어릴때 들어와서 유마지사람으로 통한다. 지주의 딸 채근과 그 댁에 얹혀 살게 된 두원조, 둘은 어릴때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비가 내려서 옷을 벗고 같이 동굴에서 같이 있다가 발견이 된 적도 있었다. 이 장면에서는 왠지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이 났다. 이 작가가 소나기를 읽은거 아니야?하는 농담도 하기도 했다. 그런 느낌과 그런 구성 그리고 그런 순수함등..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채근과 두원조는 구자동과도 친했다. 원래 구자동과 정채근은 유마지에서 내놓으라는 부잣집 아들 딸이였으나 아버지가 돈을 모두 잃게 되고 정씨네는 문화혁명으로 인해 모두 나누어지게 된다. 구자동과 두원조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교사가 되고 유마지로 발령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리장망 서기가 이를 제지하자 둘은 리장망을 몰아내기에 성공하고 두원조는 유마지의 서기(지위상 읍장보다 상사이다.)로 구자동은 읍장으로 유마지에 들어오게 된다. 두원조가 서기로 들어가자 구자동은 알게모르게 두원조에게 시기하는 마음을 품기 시작한다. 채근은 결혼을 하여 외지로 가고 두원조와 구자동은 권력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두원조도 결혼을 했으나 딸도 잃고 부인도 떠나게 되어 홀로남고 구자동은 읍장에서 쫓겨나 걸인처럼 살아간다. 이야기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비오는날 떠내려가는 관이 되었다.

 두원조는 어머니의 관을 타고 유마지로 흘러들어오지만 결국 자신의 관도 비오는 날 떠내려간다.

 인간이란 배에 불과한 존재인 것이다. 머무르기를 원했지만 그대로 흘러가버린..말을 더듬는 두원조는 순수함과 아직은 권력에 때묻지 않은 사람이였다. 자신은 늘 구자동의 뒤에 서 있었지만 그런대로 불편없이 살다가 말 더듬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어 고쳐서 나타난 그는 권력을 손에 넣고 싶어하고 순수함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읽으면서도 절대 두원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싶었다. 소설"비"에서는 그런 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흘러가는대로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그림을 그리는 듯한 그의 문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빗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언제 옷이 젖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어서는 읽는 내내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두원조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였으며 도대체 행복하긴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혼후에 채근을 안았다. 하지만 그것은 육체적인 탐닉이지 정신적인 사랑이 아닌 것이다.

 구자동도 악역이기도 했다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가 등장인물은 하나하나 악역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빗속에서 그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비라는 것은 어느땅이든 적시게 만들 수 있다. 부잣집 마당이라고 해서 착한 사람의 마당이라고 해서 덜내리거나 적시지 않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모든 사람을 적시게 만든다. 모든 세상을 어떤 사건이든 아름답게 보이도록 노력한 것을 알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이 작품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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