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는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실패가 없는 책. 그 중 몇 권을 소개하자면,

 

작년에 읽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일중독 미국 변호사의 유럽 복지사회 체험기 
토머스 게이건 저/한상연 역 | 부키 | 원서 : 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 


“무한경쟁의 미국과 여유만만한 유럽,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내세운 홍보 문구다. 그러게 말이다.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되면 좋을까? 이 책은 미국 시카고의 노동 전문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미국과 유럽(그 중에서도 독일)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1인당 GDP가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미국(2006년 기준 1인당 GDP 미국 44,155달러, 독일 35,270달러, 덴마크 40,702달러, 프랑스 36,546달러)에서 산다는 건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것일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미국의 GDP를 상승시키는 동력은 ‘삶을 즐기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미국인은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무한정 이동하며, 대형 쇼핑몰에서 낭비하는 삶’(p.80)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유럽에서 노동자로, 중산층으로 산다는 건 연평균 노동시간 1500시간에 연간 6주간의 휴가를 보장 받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연평균 노동시간이 공식적으로는 1800시간이지만, 보통은 2300시간을 일하고 있는데다가 더, 더 많이 일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워커홀릭 증후군’에 시달리다, 정리해고 되는 순간까지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저자인 토머스 게이건은 시카고에 사는 직장인 ‘바버라’와 유럽 어느 도시에서 일하는 ‘이사벨’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누가 더 행복할까를 비교했는데, 읽다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이를 먹는 것이 이사벨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지만, 바버라에게는 노동 가치의 하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적 자본’이라는 말을 놓고 볼 때 이사벨은 ‘인간’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바버라는 ‘자본’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p.92)

 

 

이 책에서는 유럽 중에서도 '독일'의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가 직접 독일에서 얼마간 체류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사실 아주 짧다), 독일이 대국이고, 제조업 강국이며, 사회민주주의 국가이고, 신문의 나라, 환경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이야말로 유럽의 진짜 중심이라고 믿고 쓴 것이다.  

 

 

역시 작년에 읽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 공저 | 부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도 신자유주의이고, 이명박 역시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진해왔는데, 다시 ‘안티 이명박’을 주장하며 ‘좌파 신자유주의’를 불러올 필요가 뭐 있는지, 저자들은 그 도돌이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책을 냈다. 더욱이 30년 전에 사망한 박정희를 끄집어내며 ‘이 모든 건 박정희 때문’이라고 하는 건 “겉으로는 자유 시장을 말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좌파적인 정책을 쓰면서 민족주의적 경제 개발 노선을 추진”(p.20)한 박 전 대통령을, 뉴라이트나 좌파 모두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나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보를 자처하면서 자신들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재벌 개혁, 은행 민영화, 중앙은행 독립 같은 시장주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이 책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2탄이다. 첫 번째 책은 2005년에 나왔고,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그들은 재벌 기업의 해체가 글로벌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재벌의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번 책에서 그 평가에 대해 항변은 하지만 원래의 주장이 달라진 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재벌 기업의 해체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박정희 시대를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하준은 "정말 중요한 건 재벌 금융 규제가 아니라 헤지펀드나 신용파생상품, 국제 신용 평가사, 이런 것들을 규제하는 거"(p.142~143)라고 했다.  

 

저자들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관치’다. “금융 시장과 주주 자본주의를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통제, 규제하고, 산업 정책과 정책 금융을 일관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시행하는 그런 관치와 그런 경제 관료가 필요하다는”(p.187) 것이고, 이건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배치된다. 저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재벌들 위에 있는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재벌을 해체하면 누가 새 주인이 되는 건가? “지난 민주 정부 시절의 재벌 경험으로 볼 때 GM 같은 다국적 기업들 아니면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 그것도 아니면 다른 재벌이 인수하는 게 현실”(p.222)이다.

 

..... 그리고 결론은 복지다.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지금은 보수쪽에서도 복지를 들고 나오는 판이지만, 그쪽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가는 길, 그 여정이 책 속에 제시되어 있다.  

 

 

3년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장하준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장하준 지음 | 부키 | 2010-11-04)

 

장하준이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하는 바는 한마디로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의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23가지 중 첫 번째가 바로 이것이고, 나머지 22가지에 영향을 미치는 명제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재앙은 '결국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p.12)다. "자유 시장주의자들, 혹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온 이야기는 잘해야 부분적으로만 맞고, 최악의 경우에는 완전히 틀렸다"(p.13~14)는 것인데, 그렇다고 저자의 주장이 '반자본주의 성명서'쯤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이건 서론에 있는 말인데다가, 이 책의 국내판 주제는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이기도 하다).

'시장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p56)하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의심을 하면서도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던 '시장에의 희망'을 무참하게 꺾는 것이고,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신 다른 희망과 대안을 전하고 있다. 

 

가령,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p.107) '보호주의'와 '정부의 적극적 개입 정책'을 채택했으면서, 이제 와서 '자유 무역' '자유 시장'을 외치거나 '트리클다운(Trickle-down)'을 기대하며 개발도상국으로 하여금 심화된 불평등을 초래하게 한다. 이에 대해 제시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기업은 소유주(주주) 이익을 위해 경영하는 대신 노동자나 납품업자 등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더 고려해야 하며(Thing 2), 자본에도 국적이 있음을 인정하여 '초국적'이나 '무국적'에 대한 환상으로 경제정책을 세우지 말아야 하고(Thing 8), 산업화 사회의 기반 없이 '서비스 산업'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을거라는 환상을 갖지 말 것이며(Thing 9),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Thing 12), 금융시장이 지금보다 덜 효율적이도록 할 것이다(Thing 22). 


 

최근에 읽은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법을 무기로 세상 바꾸기에 나선 용감한 변호사들 이야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은이) | 부키 | 2013-12-13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노동자의 자녀는 멀쩡히 학교에 다니다 강제 출국 되고, 성 소수자인 청소년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우팅’ 당하고,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다. 청소노동자들은 매일 9시간가량 일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폭언, 폭행, 성희롱, 멸시와 조롱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우리나라에 와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은 1년이 넘도록 법무부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면서 ‘취업’은 금지되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26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은 주거로 삼기 적절하지 않은 거리, 쪽방, 컨테이너나 움막 같은 곳에서 살아간다. 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가 편을 들어주나? “공감”에서 그런 일을 한다. 


“공감”은 공익인권법재단다. 국내 최초의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로, 2004년 아름다운 재단에서 시작됐다. 박원순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판사, 검사,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라는 레드오션”에 빠지지 말고, ‘공익변호사’라는 ‘블루오션’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 연수생들은 그를 찾아갔고, 함께 일하기 시작한다. 공감에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은 수임료도, 소송비용도 낼 필요가 없다. 공감 변호사의 연봉은 3천만 원, 100퍼센트 기부로 운영된다. 영리 활동은 금지다. 돈을 적게 벌어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은, 변호사가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시 근로자의 평균치는 되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다, 자신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볼 필요도 없고, 성인군자로 생각지도 말라고 한다. 굉장히 맞는 말인데, 존경스럽다. 


이 책은 공감 활동 10년을 되돌아보며,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를 알리며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앞서 말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중고령 여성노동자, 난민, 주거 취약계층은 공감의 주 고객이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가 너무 먼 사람들이라면, 매일 만날 수 있는 청소노동자와 돌봄노동자(간병인, 가사도우미, 요양보호사, 육아도우미 등)들은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가까운 친구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들은 ‘남’이다.  ‘공감’의 활동 없이도 이 사회가 이들에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리고... 읽으려고 사 놓은 책. "오! 당신들의 나라". 기대된다.

 


 

 

 

 

 

 

 

 

오! 당신들의 나라-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은이) | 전미영 (옮긴이) | 부키 | 2011-12-12

| 원제 This Land is Their Land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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