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20190312 위화
개정판 전 제목 살아간다는 것
위화의 강연집을 보고 전자 도서관에 한 달 가까이 예약 대기 하다 빌려 보게 되었다. 
화자는 시골로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는 사람이다. 우연히 소와 함께 밭을 가는 노인을 만나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소는 한 마리인데 대체 이름이 몇 개인가. 노인에게 묻자 노인은 이 소의 이름은 푸구이 하나라고 한다. 노인의 이름과 같다. 
부잣집 자손이던 푸구이는 젊어서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그로 인해 아버지가 충격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이 들고, 아내 자전은 고생을 하고, 아픈 어머니를 살펴 볼 의원을 모시러 가다 싸움을 하느라 지체하다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갖 죽음을 목도하고,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죽고 딸 펑샤는 농아가 되었다. 그래도 착한 아내 자전과 펑샤와 유칭과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지만 인민 공사의 실패한 공산 체제, 문화 대혁명 등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아들은 헌혈을 하다 어이없이 죽고, 다행히 좋은 사위 얼시를 만나 시집갔던 펑샤는 아이를 낳다 죽고, 자전도 아이 둘을 잃고 너무 많은 고생으로 병들어 죽고, 사위 얼시는 사고로 죽고, 펑샤가 남긴 손자 쿠건은 콩을 많이 먹고 죽는다. 그 모든 가족을 손수 묻고 홀로 남은 푸구이 노인은 쿠건과 함께 돈을 모아 사기로 했던 (자기 처럼 늙은)소를 사서 화자가 보는 것처럼 밭을 갈고 있었다. 
읽으면서 노인이 가상의 소처럼 불러대던 이름이 너무 많아서 아니 또 누가 죽으려나, 이건 또 누군가 하면서 자꾸 마음이 아프고 슬픔이 차올랐다. 그나마 자전이 죽을 듯하다 회복한 것, 유칭이 달리기에서 일등한 것, 펑샤가 얼시에게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 부분, 쿠건이 재롱둥이마냥 노인 곁을 지키던 시절이 보기 흐뭇하고 좋은 부분이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순간이라는 것을 아니 더 안타깝고 언제 다 사라지는 건가 조바심이 났다. 인생이라는 게 그런지도 모른다. 좋았었던 짧은 몇몇 장면들 덕에 곁에 있었던 사람들 덕에 고난과 슬픔을 참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좋은 시간도 사랑하는 사람도 다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먼저 그들을 떠나게 될지도. 그러니 일희일비 하지 마라, 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그저 그런 슬픔과 고통과 후회를 견디는 것이 삶일지도. 너무 결정론적이고 운명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사람을 그렸다고 비판 받았을 법도 하지만, 모두가 삶에 맞서고 투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이야기도 그렇다. 저항하고 싸우고 그러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겠지만, 견디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세상을 받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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