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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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만족스럽기도 하고 약간 아쉽기도 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책이있는마을) - 이재운


ㅁ 상대적이면서 절대적인 건 뭐지? 그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두 단어가 서로 상충되는 거 아닌가? 단어에 대한 유래? 비슷한 것들에게 재미를 느끼던 차에 발견했던 책이었다. 그 시작은 아마 '까만색'과 '검은색'의 뜻풀이 때문이었다. 두 개의 색이 같은 것 같지만 사실 그 뜻이 묘하게 다르다. 예전에 하루를 담는 문장에도 한 번 쓴 적이 있던 바로 그 단어였는데, 그 뒤로 비슷한 단어나, 단어 뜻에 많이 관심가지기 시작했다. 이번 책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일반적인 국어사전과는 조금 다르길 기대했다.

물론 그 기대는 아쉽게도 충족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완전 재미없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까만색'과 '검은색'만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재미는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그런 단어들의 뜻은 아니라는 점에 약간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ㅁ 그럼에도 장점을 뽑자면,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몇몇 단어들의 명확한 뜻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살면서 그걸 얼마나 딱딱 지키며 살 것 같지 않다. 강아지와 개의 차이를 안다고 해서 내가 그걸 구분하면서 쓸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평소에 쓰던대로 단어는 사용하겠지만, 그 속뜻을 아는 만큼 내가 보이는 세계가 커지는 법이니까. 단지 사소한 지식 하나 늘어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死) : 죽은 직후부터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를 말한다. 이때는 죽은 이를 사자(死者)라고 한다. 일반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망(亡) : 장례를 치른 이후는 망(亡)이라고 한다. 이때는 죽은 이를 망자(亡者)라고 한다. 일반 사람에 쓰는 말이다.

p.59

ㅁ 이처럼 평소에도 쓰는 사망이란 단어가 사실 저런 경계가 나뉘어진 단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어에 속뜻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오 이런 뜻이 있구나...!" 라던가, "아 그래서 이렇게 쓰는구나..." 라고 많이 생각했다. 책 전반에 걸쳐 모든 내용이 위 문장처럼 그 의미를 하나씩 설명해준다.

미묘한 차이의 단어들, 한마디로 유의어에 대한 비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아마 그런 책이었기 때문에, 그저 아쉬운대로 읽었다. 사소한 지식을 조금씩 늘려는 게 나름대로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ㅁ 내용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니라서 마음 먹고 읽으면 아마 하루만에도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오히려 양이 적어서, 더 많은 단어를 넣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생각보다 빨리 읽었고, 2일만에 거의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읽고 나서 새삼 머리에 남은 게 없었지만...(몇몇 단어는 기억나긴 한다. 고작해야 2개 정도뿐이다.) 마지막 장이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한자어'의 단어들을 읽을 때 가장 재밌었다. 특히 우리가 자주 쓰고 뻔하게 쓰는 단어들의 한자뜻이 이런 거였다니... 처음 안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도 있었지만, 새로운 걸 알게 되어서 나름 재밌게 마무리 지었다.

 기억에 나는 단어라면, 교육(敎育)이 있었다. 

교육(敎育) : 교(敎)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고, 육(育)은 몸을 기르는 것이다.

p.276

 여기서 교(敎)는 가르칠 교를 사용하고, 육(育)은 기를 육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가르치는 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몸을 기르는 육(育)자를 사용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교육이 이런 뜻이었구나... 한동안 그 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지금 교육은 과연 원래 단어의 뜻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단어 뜻을 보며 조금 심란했다.

 사실 이런 건 한자를 배웠다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순이란 단어처럼 이미 내가 아는 한자로 이뤄진 단어는 그 속뜻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한자를 몰랐기 때문에 이런 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신기했다. 모르는 걸 배우는 건 어쨌든 재밌는 일이다. 새삼 깨달았다.


ㅁ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애매한 단어들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걸 구분해가면서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기도 하고, 그 애매함 때문에 문득 머뭇거리는 순간이 있긴 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지금 읽은 이 책의 단어 뜻이 언젠가 사용된다면, 나름 그정도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아쉬운 건 전적으로 내가 기대한 게 아니라는 이유였지만, 책 자체로는 재미가 없진 않다. 다만 양이 적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아쉬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거 시리즈였다. 은어사전부터 심지어 궁중어사전도 있었다니... 충격) 흠... 과연 이걸 다시 읽을진 잘 모르겠다. 한 번 보지만 다시 볼만한 책인가? 라고 묻는다면 또 그건 아니니까. 요즘은 이런 걸 모두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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