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무거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 선입견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책은 굉장히 사랑스러운 꽃그림이 그려져있다. 책을 읽어봤을 때도 딱딱한 어투보다는 부드러운 체로 집필되어 있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갈피도 있어서 읽다가 꽂아두니 편했다.
PART 1
어쩌 수 없이 우리 모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피해왔습니다
아프고 괴롭지만 사람들이 곁을 떠나는 게 낫습니다
당신은 세 가지 유형의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당신이 바라는 것보다는 일찍 죽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이렇게 올 겁니다
당신은 죽기 때문에 먹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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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살아남은 사람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텅 빈 느낌이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을 엄습합니다
남은 사람들이 당신을 조금이라도 만나기 위해 헤매고 다닙니다
당신 없이 1년이 지나갔습니다
성직자가 기도합니다. 먼지에서 먼지로 돌아가리라
등등 총 4개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다.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임종을 앞둔 이에게는 죽음이 임박했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들은 사실 처음 이 책을 쓰는 취지를 듣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죽어감, 그 한 단계 한 단계를 쓰겠다고? "죽음은 노선, 시간표를 따르지 않아!" 그들이 말하더군요.
그래요. 죽음은 역동적이고 복잡한 것입니다. 죽어간다는 개념부터가 그렇죠. 죽어간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입니다. 죽음은 사실 그 다음 일이죠.
죽음은 노선, 시간표를 따르지 않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죽음을 부인할 때 공범은 당신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은 죽고 싶지 않고, 의사는 죽음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 당신과 의사는 한마음, 한뜻으로 기만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한 가족이 죽어가는 여자의 곁을 밤낮으로 지킵니다. 그들은 그녀 곁에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서로 교대하면서 그녀가 혼자서 죽지 않도록 머뭅니다. 그러다 한 사람이 화장실에 가야 해서 한순간 그녀를 혼자 놔둡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순간 사이에 바로 죽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 가족들은 매우 괴로워합니다. 그들은 배신당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그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당신이 죽는 순간에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혼자 있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누군가를 보냈을 때 자신때문이라고 자책을 하기 쉽다. 나 또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그 날이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을 보말랐을 때 더 큰 상실감을 느꼈었다. 그 때는 지금 생각해도 철렁한 순간인데, <죽음의 에티켓> 을 읽으니 그리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위안받는 기분을 느꼈다.
당신은 가고 없지만 수많은 방식으로 아직 존재합니다. 사물이 기억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건 단순한 물건일 뿐만 아니라 상징이기도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 시시한 물건들이라도 그렇습니다.
구겨진 시장보기 쪽지조차도 그 안에 당신의 생각을 담고있습니다. 당신의 방의 무질서조차 더 이상 화나게 하는 무엇이 아니라 기념비가 됩니다. 남겨진 이의 슬픔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은 이 물건들이 가진 두 번째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서 경험 있는 이들은 한 가지 조언을 합니다.
누구든 그들을 도와주려거든 물어보기 전에 씻지도, 버리지도, 정리하지도 말라고요.
이 빈 와인 병, 이건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마셨던 그 와인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사소한 것도 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시시한 물건들일지라도 내게 소중한 물건들, 이 것들 때문에 엄마와 많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내가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 죽었을 때로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이를 보낸 이들도 마찬가지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에티켓>에는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렇기에 막연히 생각해오던 죽음이 조금은 더 자연스럽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책을 읽는다고 해도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두가 다 다르겠지만 대책 없이 다가오는 상황을 무작정 받아들일 때보다는 조금 더 수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