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기 지혜의 시대
김대식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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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드러누워서 내가 뭘본거냥?!!
너무 무서운 걸 읽어버렸다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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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서 기본소득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체 종잡을 수 없긴 한데 묘하게 연결이 되는 요즘 나의 내 맘대로 읽기.....
<지혜의시대> 시리즈라 얇고 쉽겠다 후루룩 읽긴 했는데. 급 무서워져서 읽다 던질 뻔 했다.

50년 안에 지적노동도 인공지능이 대신 할거라고???
내가 하는 노동도 대단한 지적 노동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실업자(지금도 반백수 상태인데)가 된다는 소리! -> 역시 부동산이 답인가? -> 그러나 부동산은 커녕 동산도 얼마 없잖아!!! -> 그래, 국가가 나를 자르지는 않겠지. 이제라도 공무원 공부를 하자! -> 합격한다는 보장 없음. 그리고 공부 싫음 -> 망했다. 망했네. 나만 망하나? 다 망해라~~! 우하하!🐲🐲

4차 산업혁명이네, 호들갑이 많을 때 이런 저런 정보들을 주워 듣기야 했는데, 현실에서 기술이 이 정도로까지 진도를 빨리 빼고 있을 줄은 몰랐다. 특히 딥러닝 알고리즘이 만들어진지는 고작 4~5년이라고 해서 소름이 다 돋았네..

책 제목은 #4차산업혁명에서살아남기 인데..살아남는 법 안알려준다.... 우리보다 센 인공지능이 나타나서 ‘결국 문제는 인간이다’하고 인류를 없애.....??? 응??? 지 않으려면 인류는 지금 부터 잘 살아가래. 근데 30년 안에 모든 인류가 잘살아가는 거 그거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결국...??..
여하튼 무서워... 무서워 죽는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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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알파제로는 보편적인 학습을 하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아무리 대단한 인공지능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데이터를 주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요. 알파고를 볼 때는 그저 바둑을 잘 두는 기계에 신기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자기 멋대로 영역을 넓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77)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똑똑해지면서 니체말대로 신을 죽였습니다. 인간이 기계에 지능을 준다면, 그리고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진다면, 기계는 인간을 어떻게 할까요? 인간이라는 신을 없애버릴지는 않을까요? 우리 앞에는 갈림길이 있는 셈입니다.

(80)
정보기술과 인공지능은 2차 기계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차 기계혁명은 현재진행형이라 언제 완성될지는아무도 모릅니다. 2차 기계혁명이 끝날 시점은 모르지만결과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육체노동뿐 아니라 지적노동까지 기계가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인공지능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요.


(82)
저는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미래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전기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고 예측하기도 하는데, 이 말은 곧 모든 일에 인공지능이 쓰이리라는 것을 뜻합니다. 19세기에 전기가 처음 등장하고 당시 사람들은 전기로 무엇을할까 고민했지만 지금 보면 그 고민들은 모두 무의미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전기로 돌리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118)
인공지능도 스마트폰이나 전기와 비슷합니다. 게다가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인공신경망, 갠, 강화학습 ... 인간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미 알아버렸지요. 아는 것을 다시 잊기란 모르는 것을 알게되는 일보다 더욱 어렵습니다. 내가 잊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겠지요. 그러니 지금과 같은 흐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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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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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시니컬한데 따뜻한 태도는.
이 지적인데 병맛인 유머는.
큭큭을 넘어 깔깔대며 읽었다. 나의 개그코드 101% 저격이라서 망했다...고 생각했다. 왜 지인들이 내 웃음 포인트에서 안터지는지 진지하게 자기객관화가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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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코인노래방에서 즐겨불렀던 노래중 한스밴드의 오락실이 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소절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 데~”

문득 의아하다.
왜 경제의 위기는 통상 가장의 위기=아버지의 위기=남성의 위기로 기표화되는 걸까.
하긴 그 시절은 그랬을 수 있겠다 하면서도 뜨악 하게 되는 건 부지런히 쓸고 닦고 또 식구들 밥을 먹이고 가계부를 쓰는 와중에 쌀을 팔 걱정을 하며 시집살이까지 하던 엄마가 떠오르기 때문인가. 왜 엄마의 24시간 노동은 “경제”가 아닌가. 무임금 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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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여성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 즉 ˝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 위에 세워졌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는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기 때문도 아니고, 문화적 기획이 영원히 존속하기 때문도 아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지배했던 엄격한 규칙들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착취의 뿌리를 성적 분업과 여성의 무임노동에서 찾음으로써 가부장제와 계급의 이분법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고, 가부장제에 구체적인 역사적내용을 부여했다. 또 그들은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의 역사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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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하루 15시간 일을 하는 동안 몇일은 엄마가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병어회를 먹었고, 싱싱한 배추쌈을 먹었고, 제철 과일을 먹었고, 함께 옥상에서 빨래를 널었고, 밤에는 대화를 하다 잠들었다. 엄마가 본가로 돌아가고 나는 똑같이 15시간 일을 했고. 커피를 많이 마셨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열심히 돌렸고, 치킨을 먹거나 라면을 먹고, 빨래를 개우고 너무 지쳐 잠도 안와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매우 피곤했다.
아, 엄마가 필요해. 엄마가 필요했다.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오락실에서 놀던 (철없던) 아버진.. 아마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냈다가 망했을 것이고, 돈타령 하던 엄마는 팔을 걷고 나서서 아마 음식점이건, 청소용역이건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해 혹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터로 나갔을 것이다.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엄마가 필요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딸들 중 하나 인 나는 <캘리번과마녀>를 읽으며 #임금의가부장제 에 밑줄을 긋는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말하던 남성들이 놓친 이면의 이 텍스트들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더 혼란스러워지겠지.
그러나 명료하지 않은 것들을 견디고 그 혼란을 어느덧 받아들이게 된 지금의 내가 좋다. 무엇이 명료하지 않다는 것은 이면의 여백이 있다는 것. 명료하지 않은 나머지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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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이것이 바로 같이읽기의 묘미네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걸 느껴도 표현하는 건 다르잖아요. 쟝쟝님 이 글 읽으니 정말이지 크- 소리가 절로 나와요. 명문으로 가득합니다.

쟝쟝 2019-03-15 22:03   좋아요 0 | URL
덕분에 너뮤 좋은 책 읽고 있어서 고마워요 _!! 크~라니 왓 글쓰기 의욕이 돋습니당😍

단발머리 2019-03-1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너무 좋네요.
엄마-다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엄마이지만, 그런 제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그 와중에 저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못 해서... 아 ㅠㅠ

쟝쟝님 글~~ 좋아요 100개입니다!!

쟝쟝 2019-03-15 22:05   좋아요 0 | URL
엄마는 존재 자체로 엄마!! 우린 다양한 엄마를 가질 권리가 있고 다양한 엄마가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두 댓글에 100개 좋아요 누르고 싶어요! 고맙구 행복해요 우리!

블랙겟타 2019-03-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쟝쟝님 글을 바로 올리셨네요. 그리고 글의 퀄리티가!!
다락방님 말대로 같이읽기의 즐거움이랄까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개인마다 관심가는 곳은 조금씩 다르니까 색다르네요.

열심히 필기하시고 밑줄그어가며 읽으시고 계시는 군요 ㅎㅎㅎ
저는 그냥 읽었는데..;;;

‘오락실‘에 그런 가사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이 문장이 읽고난 뒤 진한 여운으로 남네요.
글 잘 읽었어요 ٩(ˊᗜˋ*)و

쟝쟝 2019-03-16 23:46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서문 개념들이 어려워서 좀 정리하면서 봤어요~. 좀 더 읽어봐야죠 ^.^ 어여 다음책들도 보겠나이다!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 국민 복지의 뜨거운 화두, '기본소득'에 대한 입문서
야마모리 도루 지음, 은혜 옮김 / 삼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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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소득 책에서 페미니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기본소득 운동은 페미니즘 운동 속 주장 중 하나로 ‘보장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등 사례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970년대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의 축에 들지 않았던 가사노동, 돌봄 노동에도 임금을 도입하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 그것이 ‘돌봄에 대한 수당’이 아니라 ‘기본소득’의 형태로 요구되었다는 것이 탁월하다. 또 여기서 기본소득의 몇 없는 원리중의 하나인 ‘개인 단위로 지급한다’는 원칙도 도출되는 게 아닐까.
사실 현대 복지 국가의 전제(이며 신화)인 ‘완전고용’이라는 개념부터가 문제지만.(빻아서 문제라기보다는 진짜 현실과 안맞아서 문제.) 완전고용의 기준은 남성노동자다. 당시 경제의 기본단위가 가정-가장인 남성 부양자가 받는 가족임금-으로 설정되었으므로 복지의 사각지대엔 정상가정 테두리 바깥의 비혼모들이 있었다. 보장소득의 요구는 그녀들의 현실적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여전히 복지며 경제운영의 기준이 가족 기준인 것은 문제다. 가계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나혼자산다 1인가구가 얼마나 많은 데.. 여하튼 되지 않을 완전고용 집어치우고 현실에 맞게 개인단위로 복지 자체를 셋팅해야 하는 시점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 요구로 미리 기본소득 주장하셨던 70년대 여성운동가 머모님들께 박수🙌🏻🙌🏻🙌🏻

2.
대학교때 꽤나 증오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사상가 밀턴 프리드먼을 이 책에서 보게 될 줄이야!!?!! 버뜨 난 열린 사람ㅋㅋ 우파의 주장이라고 덮어놓고 비난하지 않겠음.. 좌우를 넘나드는 합리적 기본소득의 미래로 함께 갑시다!! 재용씨도 함께가요. 당신도 돈 받는다고~ㅋㅋ


3.
일은 무엇, 노동은 무엇, 돈은 무엇, 가족은 무엇, 국가는 무엇인가?!
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어머, 나, 철학자가 되려나봐....😨


4.
아쉬운 건 일본책이라 그런지 일본 예시들이 많았다는 것. 그리고 입문서라기엔 상당히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때 거시경제, 경제사상사 등등 다 배웠는데 왜 때문에 한계세율 같은 용어 하나도 기억 안나는 거지?? (좌절) 경제용어 너무 많아.. 핵심을 정말 잘 간추린 느낌이긴 한데...사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기본소득 취지 정도에 동감하고 싶은 분이라면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플랜 그 책이 초심자 한테는 맞을 듯. 이 책 읽고 좀 정리해보다가 더 어려워서 그 책으로 다시 읽었다..ㅜㅜ

5.
어떤 논리든 받아들이는 건 감정의 영역. 기본소득은 돈 때문에 의미없는 일을 정말정말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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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기본소득보장하라 #야마모리도루 #기본소득이알려주는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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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5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최근의 사회 문제에 대해 뭘 물어보아도 제게 답은 ‘기본소득’이라서요.
문제는 ‘일’, 노동의 범위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출근해서 쓰러질때까지 일해야 일이라 하니...ㅠㅠ
우리가 하는 의미있는 일들이 ‘쓸데 없다’고 말하는 생각과 싸워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라구요. 갈 길이 멉니다.

쟝쟝 2019-03-15 13: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막연히 ‘대안이없다’라는 핑계들로 싸울 때(?) 보단 좀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하나의 무기(!)를 발견한 것만 같아 기본소득이 참 고마웁게 느껴집니다. 왜 여태껏 몰랐을까 라고 생각두 들고요. ㅎㅎㅎ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
수전 브라운밀러 지음, 박소영 옮김 / 오월의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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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달간. 그리고 3월 절반을 끌어오던 책을 오늘 드디어 끝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을 보냈다.(이제는 안타깝지도 않다) 먼저는 수용소군도의 솔제니친, 그 다음에는 프란츠 파농... 그리고 우리의 프로이트와 롤링스톤즈, 맥시코의 혁명가 판초비야까지... 그러고 보니 이런 띵언을 만난 적이 있다. 여혐에는 좌우없다.”


한 때는 좋아하고 존경했던 것들이 여성의 시각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씁쓸하기도 하고 어디부터 정리해야 하나 답답했는데. 수전 브러운 밀러의 책에 간단한 힌트가 있었다.

 

“(324) 그럼에도 다시 강조하건대 나는 압세커에게 많은 빚을 졌다. 그는 강간이 정치적 범죄라는 사실을 내게 처음으로 말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나에게 변증법적 논리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그러니 내가 그의 주장을 그가 의도한 것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간다고 해도 그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변증법적으로. 혹은 그들을 발판삼아 더 멀리 나아가기. 얼마전에 읽었던 변영주의 강연집도 생각난다. 사람은 성과만큼의 쓰레기와 숙제를 남긴다.” 익숙한 존경과 이별하고, 이제는 그들의 언어를 발판삼아 낯설지만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야한다. 


*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강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두꺼운 책을 누구라도 시간 내어 읽었으면 한다. ‘강간자체에 대한 신화 강간범에 대한 신화, 강간 이데올로기, 강간문화가 얼마나 만연하고, 역사적이며 세계적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의 몰카범죄가 폭로되었는데, 그 몰카 내용을 궁금해하며 피해자를 추측하고 있는 2차가해의 나라에 살고 있으므로 뭐 세계까지 둘러볼 필요는 없을지라도.

 

여성팬들의 굿즈장사로 주머니를 채우는 남자연예인들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여혐을 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별로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많이 괘씸하다. 그 와중에 #승리유어낟얼론 따위의 해시태그를 보는 것은 꽤 참담하지만, 내가 더 분노했던 포인트는 지난 날 정준영을 받아주고 환대하던 방송계안의 든든한 남성연대였다


그래, 그랬지.

 

남자들은 여자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남자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남자들은 언제나 그들 안에서의 인정과 서열에 더욱 목마르다. 그 안에서 여성은 쟁취의 대상이거나 그들의 낮은 자존감의 보상해줘야 하는 존재로서만 기능한다. 장담컨대 정준영치들에게 여자(혹은 몰카 동영상)’란 유희왕 카드를 모으듯 수집하는 것, 그리고 그 수집 목록으로 봐봐, 나 이정도야!” 게임 아이템처럼 자랑하고 선물하기도 하는 그들끼리의 힘자랑 혹은 인정투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290)(청소년 집단 강간 사건 심리연구 사례)... 이는 이들이 강간 경험에서 얻은 성적 관계와 성적 느낌이 대부분 소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소년끼리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296-7) 내가 14가의 지하철 승강장에 서서 동전을 빼내려고 껌 자판기를 요령 좋게 때리고 있는, 점점 더 과감하게 때리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을 거의 홀린 듯 지켜보고 있었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 자판기가 내 몸 일수도 있다는 것 뿐이었다남성연대는 여성 멸시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며, 불신에 의해 강화된다. ... 남성연대는 사회적 유대의 본보기 처럼 기능하며 보통은 집단 폭력과 강간이라는 과장된 형태로 본보기를 제공한다.”

 

*

 

그래서 우리가 이 사례로 다시금 환기해야 하는 것은 연예인 몇몇에 대한 단죄와 매장(도 해야한다)이 아니라 이미 미세 먼지처럼 일상이 되어 모두의 숨을 못쉬게 만들고 있는 사회 안의 강간문화다. 책에 따르면 “(271)미국의 전형적인 강제강간범은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로 작정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젊은이로서 범죄자의 61퍼센트가 25세 이하, 다수가 16~24세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즉. “(612)강간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욕정에 의한 범죄가 결코 아니다. 정복자가 되고 싶은 남성이 여성에게 두려움을 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로 계획한 비하 및 점령 행위, 즉 의도적으로 여성을 적대하는 폭력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강간의 실체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 문화 속에 그런 폭력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선전선동하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문화에 내재한 그런 요소들은 남성들, 특히 잠재적인 강간 예비군을 형성하며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는 남성 청소년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르도록 심리적으로 부추기고 그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면서도,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커녕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온 나는 1학기 초에는 함께 깡통을 차면서 놀던 천진한 남자 동급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여남을 따지고,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무언가를 돌려보고, 반여학생들 순위를 매기기 까지하던 2학기후반의 묘한 균열의 시간들이 기억난다.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먼저 나서서 여자를 멸시해야하고 급기야는 강간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그놈들의 문화. 단죄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

 

“(633) 반격하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불균형을 바로잡고, 우리 자신과 남성들을 강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게 하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수준에서 강간을 피할 방도를 찾거나, 강간이 더빈번히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간은 근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강간 근절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가 협력해야만 가능하며, 여성만큼이나 남성의 이해와 선한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강간에 역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가 함게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이다.”

 

*


저자의 경험,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사건들.

읽으면서 책 자체가 투쟁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번 뭉클했다.

두께와 내용모두 다소 힘든 독서경험이었지만 읽고나니 그 만큼 뿌듯하다. 

아마 함께 읽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좀 늦긴했지만 완독! 함께 읽어준 알라딘 마을 책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책을 쓰는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가장 초기의 남성연대는 무리지어 사냥감을 찾아다니던 남자들이 한 여자를 윤간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성연대가 이루어진 이래로 강간은 남성의 특권일 뿐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과시하는 기본무기이자 여성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며 남성의 의지를 관철하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여성이 온 몸으로 저항하고 싸우는데도 그 몸에 강제로 삽입하는 일은 여성의 존재를 지배했다고 선언하는 수단, 즉 힘의 우위와 남자다움의 승리를 증명하는 궁극의 수단이 되었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P25

인디언전쟁 기간의 강간은 대개 그때 그때 되는대로 이루어지는 보복성 행위로서, 남성이 남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성의 몸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이용한 현상이었던 반면, 노예제 가부장들이 가부장적 제도‘라고 부른 시스템에서 강간은 제도의 불가분한 일부로기능했다. 백인 남자들은 인디언에게서 땅을 빼앗고 싶어 했고, 흑인에게서 강제노동을 뽑아내려 했다. 이렇게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맺는 관계나 흑인 여성을 이용하는 방식도 인디언전쟁 때와는 달랐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폭력을 발휘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노예제에서 강간은 제도화된 범죄로서 백인 남성이 경제적, 심리적 이득을 얻기 위해 한 종족을 예속 시키는 데 핵심이 된다...... 그녀는 노동자이자 재생산자로서 이중 착취를 강요당했다. - P236

인기 있는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록가수, 집단 내에서 존경받는 남성처럼 가해자가 일종의 문화적 우상인 경우, 이들이 지닌 우상의 후광은 물리적 폭력을 덜 써도 된다는 심리적 유리함을 제공한다.... 강도나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가 분위기에 휩쓸렸거나 바보 같다고 해서 가해자의 죄가 가벼워지는 경우는 없지만, 강간 사건에서는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P395

강간 신화의 핵심 명제
˝모든 여성은 강간당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간당하는 여성은 있을 수 없다˝
˝그녀가 원했다˝
˝어차피 강간당할 상황이면 긴장을 풀고 즐기는 편이 낫다˝
이 모두는 지독하기 짝이 없는 남성의 강간 신화이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지배하는 왜곡된 격언이다. 이 장에서 앞으로 전개할 논의에서도 이 신화가 핵심이 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 신화를 믿을뿐 아니라, 남성권력의 성패가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이 신화를 납득시키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이 자신의 패배에 기꺼이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전투의 반은 이긴 것이기 때문이다.- P484

장담하건대 여성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처녀성의 중요도가 줄고,‘처녀성 파괴의 고통‘이 구시대적으로 보이게 된 것처럼, 생리통부터 출산 시의 극심한 진통까지 여성들만 겪는 산부인과적 고통 역시 언젠가는 구시대의 것이 될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고통을 여성의 의무로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 아니라 현대적 노력을 통해 경감·통제·완화되어야 하는 고통이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 P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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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쟝쟝님.

여혐애 좌우없다는 말에 씁쓸해지네요. 정말 그러니까요.

쟝쟝 2019-03-15 01:03   좋아요 0 | URL
책 속 통계를 보니 위 아래도 없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3-15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년끼리의 관계. 그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읽을 때는 인용해주신 290쪽이 가깝게 와닿지 않았는데...
허어... 근간의 사태에서 확인되네요. 소녀보다 소년이죠. 여친보다 친구. 주고 받고 같이 웃고 떠드는 친구 ㅠㅠ

수고많으셨어요, 쟝쟝님.
아침부터 잘 읽고 갑니다^^

쟝쟝 2019-03-15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 좋아하지만, 친구들에게 잘보이려고 누군가를 멸시하지는 않죠.. 슬퍼요 ㅠㅠ

블랙겟타 2019-03-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혐이라는게 최근에 불거진 단어가 아닌 역사적으로 오래되어 왔다는 것을 저는 예전에는 부끄럽게도 느끼지 못했어요.

최근 몇년 간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으면서 ‘어? 언제는 세상이 혹은 남자들이 여혐을 안했던 적이 있던가?’라고 생각이 들고 있어요. 정치적 성향, 인종을 뛰어넘는 암묵적인 연대가 되어있다는 것을요.

지금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도 말하고 있지만 언제는 역사적으로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대했던 적이 있던가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슬프게도 이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네요.

쟝쟝님, 책 읽느라 수고많으셨어요!
글 잘 읽었어요. :))

쟝쟝 2019-03-15 15:31   좋아요 1 | URL
저두 강남역 사건이 없었더라면 페미니즘? 그거 프로불편러들 아니야? 했을 1인으로서 부끄럽 또 부끄러울 뿐입니다. 저 잘읽었죠? 히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왤케 칭찬 좋지???)

블랙겟타 2019-03-15 15:42   좋아요 1 | URL
공교롭게도 저도 그 사건을 계기로 세상을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네! 잘 읽으셨어요!!
저의 칭찬(?)이 힘이 된다면 언제든지 해드릴 수 있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