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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 이야기 -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슈퍼 차이니즈와 만나고 거래하는 법
김기동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무척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흔히 우리는 '중국국력'은 인정하면서도 '중국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얕보는 경향이 많다. 예전엔 '떼O' 으로, 요즘엔 '짱O' 라 비하하는 말도 서스럼없이 하곤 한다. 회사에 다니면서 동료로 만난 몇 명의 중국사람들은 정말 똑똑하고 일도 잘해서 모든 중국사람이 그런건 아니다란 생각을 하면서도, 해외 여행지에서 만난 중국사람들의 새치기와 같은 (나의 기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한) 행동들엔 절로 인상을 찌뿌리게 되고, 역시 중국사람들이야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선 페이스북에서 '동아시아 정치의 미스테리' 라는 제목으로, '굉장히 사회주의 성향인 한국인은 자본주의 도가니탕에 살고 있고, 굉장히 자본주의 성향인 중국인은 공산당 지배 하에 살고 있다' 는 문장을 만났다.
정말 기가막힌 표현이라고 감탄을 했었는데, 김기동님의 《중국사람 이야기》 를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은행에서 20년간 무역업무를 담당했고, 그 이후로 한국제품을 중국에 판매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해보았지만 계속 실패했다고 한다. 중국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정보'는 많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정보는 적었기에, 중국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그 '이유'를 중국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고 한다.
《중국사람 이야기》는 중국의 5천년 역사 속 고전과 문화를 기반으로 발견한 그 해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자, 철저한 실용주의자
저자는 중국사람을 한마디로 '지독한 현실주의자' 이며 '철저한 실용주의자' 라 정의한다. 중국사람은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 세상에는 권선징악이라는 법칙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세상 모든 일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 즉, 지금의 현실에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을 취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저자는 삼수당을 든다.
중국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숭배하는 유교, 도교, 불교의 창시자는 모두 사람이다.
입시는 유교의 공자에게, 마음의 안정은 불교의 석가모니에게, 건강은 도교의 노자에게, 사업은 재물신 관우에게, 그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에 따라 다른 선인들에게 소원을 빈다. 급기야 공자, 석가모니, 노자를 한 곳에 모시는 삼수당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마치 짬짜면을 먹듯 이루고자하는 바를 한꺼번에 빈다.
또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정치 철학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마오쩌둥은 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독일사람 마르크스가 만든 공산주의 사상 문화와 구소련사람 레닌이 만든 레닌 사회주의 사상 문화를 받아들인다. 이후 덩샤오핑은 필요해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사상 문화도 받아들였다. 중국은 다른 나라 문화가 필요하면,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철저한 현실주의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 지금껏 이해하지 못했던 중국사람에 대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의 '꽌시' 와 한국의 '네트워크', 한국사람과 다른 중국사람의 '체면', 중국의 유학(儒學) 과 한국의 유학의 차이 등, 중국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한국사람과 어떻게 다른지를 아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비교해가며 설명 한다. 마치 소통방법이 달라서 앙숙이 된 개와 고양이처럼 우리와 다른 중국사람의 사고방식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일들을 말하고 있다.
그들의 핏줄에 흐르는 '돈의 유전자', '펑츠'와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접근하는 방식, 중국에서 짝퉁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 중국과의 거래에서 흥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 이해하기 어려웠던 중국사람의 모습이 '이해는 되나, 용납하지 못한다'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해 되기도 한다.
이 책이 중국사람에 대해서 100%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작은 부분을 확대 해석 한 건은 아닌가, 현재 중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의 입장 때문에 최대한 중국사람 편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중국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것만은 틀림없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연재되어 누적 조회가 150만뷰를 달성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글들을 엮은 만큼 아주 쉬운 언어로 이야기한다. 정말 쉽게 쉽게 읽힌다. 덤이라면 그 이유로,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중국의 철학에 대해서도 살짝 관심이 생긴다. 우리가 조선시대부터 받아들인 공자의 사상과 중국사람이 오랫동안 배우고 익히는 공자의 사상이 상당이 차이가 있다는 점도 처음 안 사실이다. 책 속에 소개된 펑유란의 《중국철학소개》란 책이 눈에 들어 온다. 국내에서는 《간명한 중국철학사》란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일단 적어놓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이 왜 경제분야로 분류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사람人'과 중국 '철학文'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