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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펭귄클래식 4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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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클래식 코리아가 선보인 제임스 매튜 배리의 피터 팬 첫 완역본

표지그림 「도시 위를 날아가는 피터 팬과 웬디」

 

 

 

  이 책에는 제임스 매튜 배리가 1906년에 발표한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과 1911년에 발표한 <피터와 웬디>가 담겨있다. 책 중간 중간에 <피터와 웬디>에는 프랜시스 돈킨 베드포드,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아서 래컴의 원본 삽화를 싣고 있기 때문에 훨씬 원작에 가깝게 느껴진다. 책의 분량은 총 366쪽이고, 가벼운 종이 재질로 들고다니기 편하다.

 

 

 

<피터와 웬디>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세월은 엄마가 어렸을 때 날았던 것 처럼 빨리 지나갔나요?"

"내가 날았던 것처럼! 제인, 그거 아니? 엄마는 가끔 내가 정말 날긴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맞아요. 엄마는 날았어요."

"그렇게 날았던 옛날이 좋았더랬지!"

"그런데 엄만 왜 지금은 날지 못해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얘야.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는단다."

"왜 그러는데요?"

"어른들은 더 이상 쾌활하지도 순수하지도 매정하지도 않으니까. 오직 쾌활하고 순수하고 매정한 사람만이 날 수 있단다."

 

 

 

 

 

 

 

  나는 어렸을 때 피터팬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이 손가락을 다 합치면 나올 분량이었기에 읽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때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갈고리 손을 가진 후크 선장, 째깍거리는 시계를 삼킨 악어, 그림자를 잃어버렸던 피터팬, 화살에 맞은 웬디 그리고 그녀가 화살에 맞도록 한 팅커벨이었다. 그 외에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오늘 완역본을 다 읽고 느낀 것은 짙은 허무감이다. 그리고 피터팬이 굉장히 신비로우며 지독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한다. 어쩌면 그를 그런 면에서는 가히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불행한 것은 피터팬을 만났던 사람들이다. 특히 웬디는 그에 대한 추억이 너무 강렬해서 쉽게 잊지 못했지만 어느새 나이가 들면서 잊어갔고 그리워하게 됐다. 하지만 피터팬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피터팬은 웬디와 겪었던 모험은 까맣게 잊고 새로운 모험을 경험하고 다시 잊고 또 모험을 찾아 떠난다. 그런 기억들이 보잘 것 없다는 이유일까? 아니면 피터팬이 너무 어려서 아직 그런 모든 경험들을 기억하기 부족한 것일까? 확실히 그는 어른이 되기 싫어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아마도 그는 절대로 어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조금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리다고 해서 어른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웬디와 그의 딸인 제인의 대화에서처럼 쾌활하고 순수한 것이 결코 어린이들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읽는 모든 동화책들은 전부 어른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이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어른들은 그들의 생활에 적응이 돼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현재 모든 사회에서는 적응되어 있는 것들이 전부이다. 왠지 안타깝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들이 똑같은 순서를 밟고 있는 것이다. 밥을 먹고 이를 닦는 것처럼 순차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음모이다.

 

  그렇게 보면 피터는 이런 음모 속에서 홀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영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순서를 밟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분명히 행복할 것이다. 내가 가장 높이 사고 싶은 피터팬의 장점은 자유이자 그 자신을 사랑하는 자애(自愛)에 있다. 그는 내가 행복하다면 다른 누가 다쳐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남에게 보이는 모습에 두려움이 있다. 내가 혹시나 못돼 보이거나 버릇없어 보일까봐 전전긍긍해 한다. 하지만 피터팬은 그런 모습 따위는 일체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신의 멋진 모습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조금은 유치해도 두려움에 덜덜 떠는 것은 오히려 어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모습이다.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라. 남의 시선 따위는 손톱의 때만큼도 신경 쓰지 마라. 자신이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다. 분명히 이런 말들은 많은 사람들을 무질서와 혼란에 빠트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삭막한 사회에서는 조금은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짧은 인생 어쩌면 자신만 생각하기도 부족하다. 조금은 이기적이라도 자신의 꿈을 만지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쾌활하고 순수하고 매정하다. 처음에는 이 말에 대한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리뷰를 쓰면서 알게됐다. 쾌활하고 순수하면 충분히 매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나 쾌활하며 순수할 것이다. 남의 때가 타지 않은 이 사회의 순서에 굴복하지 않은 순수하지만 어떻게 보면 매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피터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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