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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로버트 고다드,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로, 스티븐 킹이 극찬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찾아보니 국내에서 출간된 작품은 아마 이것 뿐인듯 싶다. 그만큼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소 생소한 작가이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의 표지를 살펴보면, 한 남자가 정면을 응시하면서 마리오네트 인형을 조종하고 있다. <끝까지 연기하라>라는 책의 제목과 꽤나 잘 어울린다. 표지의 남자가 미국 드라마의 휴 로리를 닮았는데, 정확히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의 주인공은 왕년의 스타 토비 플러드로, <목구멍에 세 든 남자>의 순회 공연차 영국의 휴양도시인 브라이튼에 방문하게 된다. 그 곳에서 토비는 이혼 확정 판결을 앞둔 그의 아내 제니와 만남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부탁도 역시 들어주게 된다. 그녀의 부탁은 자신을 스토킹하는 토니의 극성팬으로 추정되는 남자를 처리해 줄 것, 토니는 그 남자(데릭 오스윈)를 만나게 되고, 데릭은 토니의 아내인 제니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다시는 제니의 앞에서 얼쩡대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일은 순조롭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제니의 전화로 데릭이 또다시 그녀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공연을 앞두고, 토니는 데릭에게서 온 편지를 한 통 받게 된다. 오늘 저녁 8시 홀링딘 로드 철교 근처로 나와주십시오. 안나오면 후회할 것이라는 반협박적인 데릭의 편지에 토비는 분개했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친구인 데니스에게 공연의 대역을 부탁하고 편지에 적힌 약속 장소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만난 데릭은 콜보나이트 유한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제 아버지가 이 공장에서 일을 했었고, 이 건물을 무슨 건물이고, 이 곳은 어떤 부지고, 토니는 계속되는 데릭의 이야기에 슬슬 짜증이 났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공연을 포기하고 약속 장소로 나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니의 짜증에 데릭의 이야기는 보다 본론에 접근하고 있었다. 바로 콜본 가족이 운영했던 콜로나이트, 십삼 년 전에 폐쇄된 이 회사는 보유하고 있던 염색 기술 분야의 특허권을 매각하고, 사업을 정리해버렸다. 그 주축에는 로저 콜본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제니와 곧 결혼할 남자였다. 로저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데릭, 그는 콜보나이트의 역사에 관한 원고 <플라스틱 인간들>의 검토를 토니에게 부탁하게 되고, 토니는 다시 한번 제니에게서 떨어지겠다는 약속을 데릭에게서 받아내게 된다.

 

  이후에 그 날 공연에서 토비의 대역을 맡았던 데니스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고, 데릭 오스윈이 실종되면서 사건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데릭이 전해준 원고마저 분실되면서 토비는 어떤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무작정 로저 콜본의 주위를 조사하면서, 데릭이 자신에게 해줬던 몇가지 이야기를 토대로 살을 덧붙이고, 연결해나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토니는 콜로나이트에 관계된 어두운 비밀을 대면하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의 전체적인 전개 방식이 마치 직소퍼즐을 맞추듯이 세밀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문장은 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진 않지만 긴장감을 선사했고, 조금씩 풀리고 있는 미스터리의 실체는 책의 뒷부분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이와 동시에 나의 흥미를 돋구었다. 막상 그 실체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스릴을 느낄수 있어서 그 부분에서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개 방식에 비해 다소 스토리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제 의식이 명확하지 않았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까 결국 데릭 오스윈이나 로저 콜본은 딱히 토비 플러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단순히 별거 중인 아내 제니를 위해 이 모든 미스터리를 떠안은 토비 플러드가 맞닥뜨려야할 거대한 음모라고 하기에는 너무 목적 의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토비는 어찌어찌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치고는 꽤나 사건을 당연하게 사명감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게임이나 동화에서 나오는 용사 혹은 왕자 같은 느낌?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님을 구하자. 이 책의 내용을 빌려서 말하자면 별거중인 아내가 위험하고, (데릭의 표현을 빗대자면)신용할 수 없는 로저 콜본이라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막고 아내를 되찾자. 그렇게 따지면 토니는 완벽하게 게임을 클리어한 셈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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