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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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말 그대로 여자축구와 관련된 에세이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이었던 6월 초에 민음사 홈페이지에서 이벤트를 확인했고, 3종류의 책 중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역시나 축구 때문이다!

운동과는 아무런 관련 없던 작가가 축구를 하게 되면서 겪은 성장 스토리들. 
아무래도 혼자가 익숙한 게 요즘 사람인데, 공동체를 이뤄야 하는 운동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항상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되는 여자들. 
그중에서도 축구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축구는 아저씨들이 조기축구회로 하는 거라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축구를 하는 여자들은 많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는 주일마다 축구를 하는데, 빠지지 않고 자매들도 축구를 해서 익숙하긴 하지만...)
여차 축구 이야기라니! 읽으면서 재미있었다.이 책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여자축구 클럽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고, 

축구라는 종목이 참 어렵다는 것!
그리고 축구 앞에서는 남자들이 설명충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내심 찔리는 부분이었음... 근데 심지어는 여자축구 선출한테까지 설명한다니... 심하긴 심했음!)
그리고 여자 팀들은 시니어 남자 팀과 친선경기를 많이 한다는 사실도 이채로웠고, 
결국 축구를 하지만, 사람들과 하는 것! 이 책 안에 너무나 매력적인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진 분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P.71
"이야! 너 이제 좀 되는구나? 그것 봐라! 그렇게 하면 되잖아. 내가 나쁜 버릇 싹 뜯어고칠 때까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려고 했는데 이제 됐네, 이제 됐어! 잘했다! 계속 그렇게만 해!"
(드리블 할 때 공을 보지 말라고 호통치던 옆 팀 감독 할아버지의 칭찬! 이런 칭찬 들으면 축구에 빠질 수밖에 없다!)

P.260
" 제발, 제발, 누가 받아 줘. 하프라인을 넘어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속으로 간절히 외치고 있을 때 저 멀리에서 주장이 달려갔다. 공의 예상 낙하지점에 FC 페니 선수 두 명이 이미 버티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깨로 거칠게 부딪치며 공을 따 내는 데 성공했다. 왼발로 공을 한 번 툭 쳐서 그녀가 좋아하는 오른발로 슈팅하기 좋은 위치에 갖다 놓은 그녀는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세상에, 오 세상에! 오른쪽 구석에 꽂히는 깔끔한 골이었다.!"
(첫 어시스트의 감격적인 순간!)

P. 272
"사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할 뿐인데 얼결에 운동이 된 거 지만, 또 생각해보면 모든 운동이 그런 식이다. 사르트르의 앙가주망 개념을 살짝 빌려 표현한다면, 어쩌다 보니 생긴 ‘자연적인 연루‘가 참여적인 연루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축구가 좋아서 할 뿐인데, 개인적인 불쾌함 견디지 못해 맞섰을 뿐인데, 체육대회에 나가지 못해 속상해서 항의했을 뿐인데, 그냥 보이는 대로 엄마를 그려나갔을 뿐인데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인데, 사회가 욕망을 억눌러서 생겨나는 이런 작은 ‘뿐‘들이 모여 운동이 되고 파도처럼 밀려가며 선을 조금씩 지워 갈 것이다."


이 책을 잘 표현하는 마지막 문단!(P.273)
"초개인주의자인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그렇다. 인간은 모일수록 좋은 것 같다. 적어도 축구공 앞에서, 특히 여자들은. 무엇보다 축구는 재미있으니까. 너무 재미있으니까. 뭐가 됐든 재미있으면 일단 된 것 아닌가. 정말이지, 이거, 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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