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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 청춘의 아름다운 방황과 불안에 대하여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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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시집은 잘 읽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시란, 그저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이우의 "경계에서"를 읽고 나서, 어쩌면 시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장르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이우의 시는 잔인하게도 현실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덱스를 잘 쓰지 않는 나지만, 내 삶이 막혔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문젯거리가 사방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껴질 때 읽으려고 정말 공감되는 시들에 나의 인덱스를 아낌없이 내주었다. 



성격상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닳는 것이라면 알뜰살뜰하게 아끼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스티커가 생기면 쿨하게 쓰지 못한다.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 스티커에 찐득한 부분이 헤어져 나중엔 스티커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될 때도 있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아껴 읽고 싶고,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아쉬운. 하지만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시집의 끝에 작가가 남긴 작가의 말을 읽고, 그가 이 시를 쓴 이유에 대해 알고 나니 이 시집이 더 좋아졌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가 이 시집을 쓴 의도가 나에게 정확하게 들어맞았다고. 그의 "경계 어딘가에 웅덩이 속에 비친 전혀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마주하기를"과 같은 염원처럼, 내가 그랬다고. 




1) 세계 여행 

"경계에서"를 읽다 보면 나라 이름과 지형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시집을 읽으며 마치 세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원래 매 해 여행을 가고, 그 여행을 내 '영감 트립' 삼아 1년을 살아갈 힘과 영감을 얻어 즐겁게 살 1년을 준비하고 기대하는 편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가지 못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 아쉬움을 달래준 '경계에서.' 앞으로 여행 갈 때 내 가방에 빠지지 않고 들어갈 책 1순위다. 


2) 시리즈 

"경계에서" 에는 '시' 시리즈의 향연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계에서 1~7인데, 제목이 그렇듯, 이 시리즈가 가장 강렬하다. 정신없이 시를 읽어치워 가며 인덱스를 붙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경계에서 1-7까지는 전부 인덱스가 붙어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여러 시리즈가 있는데, 시리즈를 모아두지 않고 잊을만하면 다음 편이 나오게 정리가 되어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 이 시 좋네. 이게 마지막이려나?' 하고 생각하다 보면 다음 편이 나오고, 다음 편은 이전의 시를 싹 잊게끔 강렬하다. 마치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더 진해져 풍미가 깊어지는 우리 엄마표 김치찌개처럼. 


3) 거울 

 

책을 읽고 나서 나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꽂힌 나만의 탑 5 구절을 밑줄 치고 필사 노트에 적는다. 이우의 "경계에서"를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줄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 네 앞에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너의 모습이니.


맞다. 거울에 비친 내 앞에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의 모습이고, 난 그런 내가 좋다. 

다시 태어나도 내가 되고 싶다. (진정한 ENTJ) 

이유는 없다. 그냥 내가 좋아. 



작가 이우의 세계가 좋다. 

이 시집을 내게 된 이유도 자신의 다른 작품 안의 캐릭터가 시인이어서, 그의 "족적을 구체화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그런 세계관 너무 짜릿하다. 나의 작품 속 캐릭터를 위한 또 다른 나의 작품세계.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독자들.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그 캐릭터를 위해 쓴 시집을 먼저 읽은 내가, 그 '어린 예술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면? 


당장 이우의 소설을 구매하러 가야겠다. 


지금 네 앞에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너의 모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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