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2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매니아가 형성된 홍상수 감독의 영화입니다. 아직 홍상수 감독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도 영화를 보다보면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개봉한지도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곧 개봉관 상영이 종료될거 같습니다. 막내리기전에 얼른 보아야할 영화로 추천합니다.  

아래에 옥희의 영화 관람평을 적어봅니다.  

 

관람평 :

우리들의 일상을 소재로 해서 인위적이고 통제적인 영화적 가공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우리들의 감추어진 생활과 생각들의 엉큼한 이야기들을 화면에서 보여주는 특징과 재미를 선사하는 홍상수 감독의 11번째 영화가 지난주 개봉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행복한 선물이고, 우리들에게 저예산을 들이고도 괜찮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훌륭한 모범 그리고 영화 보는 재미를 다시금 선사해주었습니다. 이 번 영화도 전체적인 느낌은 야한 것은 많이 줄이고 대신 큰 서사와 스토리 없이도 한편의 멋진 영화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선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감독의 영화 만드는 솜씨에 경탄하게 되고, 대사를 통한 이야기들에 어느 정도의 깊이 있음에 빠져들고 영화를 즐기고 감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위풍당당 행진곡》

 

홍상수 감독의 11번째 영화 《옥희의 영화》는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서, 파랑색 화면에 배우들의 이름이 흰 글씨로 비추어지면서 시작된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매니아적 애호심을 가진 영화광들이라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은 그 해의 즐거운 일들 중의 하나로 다이어리에 기록될 만한 것이다. 그런 영화적 의미, 재미를 기념한다는 데서도 이음악의 사용은 기억될 만하다. 그리고 5천만 원짜리(실제 제작비용은 2천만 원, 필름현상비3천만원,노개런티) 저예산 영화로 80여 분간의 장편영화를 거뜬히 찍어낸 완성에 대한 영화관객으로서의 축하를 곁들여 《위풍당당 행진곡》을 기념할 만하다.

엘가의 음악《위풍당당 행진곡》이 영국에서 국민가요로 모임이나 회합시 , 우리나라의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 이용의 ‘서울’, 정수라의 ‘대한민국’같은 분위기로 오케스트라 반주와 합창 등으로 연주되어지는데, "보라 희망과 영광 자유의 나라, 우리마음을 다해 사랑하리라, 넓고 광활하게 펼쳐나가리, 힘과 포부와 용기, 위풍당당하게, 힘과 포부와 용기 위풍당당하게"란 가사를 지니고 있다. 이 곡이 G7정상회담 기념 콘서트, 영국의 프롬스 콘서트 그리고 결혼식, 졸업식 때의 행사에 새롭고 경쾌한 출발을 의미하는 기념에 자주 연주되는 의미와 함께 이 영화와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든다.

 

<주문을 외울 날>

이영화의 1편인 <주문을 외울 날>에서 주인공 진구는 대학 영화과 시간강사로 나옵니다. 하루 강의가 끝나고 교수의 방에서 차 한잔하게 되고 송 교수(문성근)는 그에게 영화예술의 죽음을 탄식하면서, 우리들이 나아가야할 길은 책을 파는 것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대학 캠퍼스에서 같은 학과 다른 교수에게서 송 교수가 이번에 신임 교수 임용시 거액의 뒷돈을 받았다는 귓속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식자리에서 송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따지듯이 그 사실을 추궁하나, 송 교수에게서 핀잔을 듣고 뚜렷한 결과도 얻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임용된 교수가 사온 최고급 양주를 홀짝 홀짝 마셔대는 촐랑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사회에서 회자되는 교수채용과 뒷돈 그리고 양주, 회식자리, 대학 강사, 학생들의 모습 등등 일상생활의 우리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반추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금 진구의 단편영화 상영장에서 감독과의 대화가 펼쳐지는데, 인터뷰이로 나선 진구는 관객석의 여자로부터 몇 년 전 유부남인 당신이 처녀인 자신의 친구를 농락하고 버렸다는 사실을 추궁 받게 됩니다. 공식행사 장소에서 무척 무안스런 상황을 당한 진구는 아니 “당신이 뭔데 그런 질문을 합니까?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항변합니다만, 그 상황 속에 진구의 모습이 무척 곤란한 지경인 것을 관객들은 독특한 재미로 바라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겪는 곤란함을 바라보는 기이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키스왕>

2편 <키스왕>에서 진구는 대학복학생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같은 과 여자 친구 옥희에게 자신의 연애감정을 털어놓고 사귀자고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밤새 여자 친구의 집 앞에서 수차례 전화를 걸며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 겁니다. 그리고 드디어 새벽녘이 되어 집 앞으로 나온 옥희는 애달픈 진구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둘은 정사를 나누게 되는데 이전의 홍상수 감독의 섹스 신들과 비교해서는 섹스 하는 모습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이두사람이 같이 잤구나란 느낌만 줄 정도로 그 장면의 강도는 약합니다. 그리고 2편의 제목 <키스왕>은 영화초반에 진구가 캠퍼스내 식물원에서 옥희와 키스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본떠서 그냥 <키스왕>이라 지은 것 같습니다.

2편의 전체적인 느낌도 자연스런 대학생 남자의 욕정 그리고 여자의 내숭떨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지조 있지도 못한 평범하고 보통의 여자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내심 관객들에게 평소에 주변의 인물들과 남자와 여자의 관계 우리일상속에서의 사람들의 모습과 연애생활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자극해줍니다.

<폭설후>

제3편 폭설후는 감독이 원래 촬영계획이 없다가 4편 <옥희의 영화> 촬영후 2편과 4편 사이에 첨가한 장면입니다. 주인공 진구, 옥희는 대학 초년생인 듯해 보이며, 송 교수는 1편, 2편,4편과는 다르게 송감독(문성근)으로 나오며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폭설이 내려 수업에 학생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1시간여가 지나서 옥희가 그리고 그다음에 진구가 나오고 영화는 인생과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즉문즉설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송감독(문성근)의 답변들이 무척이나 깊이 있게 들려지고 철학적이고 추상적이기도 하지만 구체성을 띠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현실과 접목되고 우리 내면을 반추해주는 것 같고 또 한편 머리와 가슴에 다가오는 내용 있는 답변들이 이어집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대사와 장면,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호소감 있고 무언가 의미 있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이 장면들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옥희의 영화>

마지막 4편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한번은 진구와 아차산을 등산하는 모습, 그리고 또 한 번은 송 교수와 아차산을 등반하면서 같은 지점을 지나칠 때마다 두 사람과 각각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여자의 대사를 통해 남자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여주는 진구의 모습은 대학생으로서 아직 경제력도 없고 풋풋한 남자 같은 미성숙한 아직 어린 대학생의 연애감정을 표현하고 여자 친구를 대합니다. 하지만 송 교수는 인생의 경험과 노련미가 묻어나는 대화와 이야기로 옥희를 감싸며 보듬어 주는 듯 한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옥희는 이두남자의 모습을 담담히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읊어 주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묘한 감상과 느낌을 느낍니다. 아마도 젊은 남자 관객이라면 진구의 모습에 좀 더 공감갈 것이고, 결혼한 30대이후의 남자관객은 송 교수(문성근)에게서 무언가 동질감 같은 것을 느낄 것입니다.

여자관객들이 옥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진구와 송 교수의 모습은 아마도 각자의 심리상태와 연애경험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겠지요.

보통 남성우위, 남자지배의 사회적 모습 속에서 이와 같은 여자 우위인 듯 한 묘한 이야기는 관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묘한 관람쾌감을 느끼게 해주고 이야기에 빨려들어 가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들 중 누군가가 나의 예전 모습이었고, 지금의 모습이고 그리고 앞으로 삶을 살아가야할 나의 모습과 연관되어 지면서 이야기의 의미가 우리관객들에게 다가옵니다. 
 


진구(이선균), 옥희(정유미),송 교수(문성근[송감독])

이 영화의 시간순서는 아무래도 대학초년생 모습의 진구가 옥희와 송감독으로 시간강사 하는 장면이 묘사된 3편 <폭설후>가 시간적으로 제일먼저이고, 그다음이 대학시절 옥희에게 구애하는 진구의 모습을 보이는 2편<키스왕>이 시간적으로 두 번째, 그리고 아차산 등산이야기가 나오는 4편 <옥희의 영화>가 세 번째 이야기이고, 그리고 제1편 <주문을 외울 날>이 시간적으로 진구가 30대 대학 강사로 들어선 모습으로 나오고, 송감독이 송 교수가 되어 있으므로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와 같은 여러 편의 이야기들 속의 인물들이 연관성 없다고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순서를 앞뒤로 섞어둔것 같은 것으로 여길 수도 있을 듯합니다.

진구는 대학시절 풋풋하고 발랄한 청년이었고, 옥희를 대상으로 연애를 시도하는 젊은 청년의 모습 그리고 30대가 되어 대학 강사로 사는 모습과 그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옥희는 겉보기는 수수한 대학생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자기에게 유리한 남성 이성을 선택하는 속물적이고 또한 순수를 추구하는 풋풋한 모습도 있지만, 결국에는 여자로서의 남성에 대한 의지를 송 교수에게 보여주는 나이를 초월한 묘한 이성교재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주인공입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대학 강사의 모습에서 교수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깊이 있는 삶의 관조하는 모습과 대사들을 내뱉기도 하지만, 교수가 되고 나서는 뇌물을 받았을지도 모를 것 같은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홍상수 감독과 총평

이 영화를 만들 때 4명의 스텝으로 영화를 찍었고, 예산은 5천만 원(35미리 필름 영사비를 제하면 2천만 원이 실제작비), 출연료 없이 나중에 영화 흥행시 배분하도록 했고, 영화촬영도중 배우 문성근이 교통통제를 위해 누가 뭐라지 않아도 직접 나서서 일했던 에피소드 등등 여러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더 좋고 더 값비싸고 더 좋은 것을 위해서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괜찮은 예술작품,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통해서도 예술성 짙다고 표현되어 지는 홍상수 감독영화가 만들어 질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예산과 13번의 촬영을 끝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인물들의 풍성함과 장면의 화려함이 약간은 조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은 약간 들기도 한다.

우리들이 즐길 수 있는 홍상수라는 문화코드를 다시금 이 가을의 초입에 접할 수 있는 현재 우리들은 즐겁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즐기는 날이 올 때 좀 더 풍족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볼 만한 영화소개 

 

   
  

 

 

 

 

 

 

 

 

 

 

 

* 줄거리 :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여름 통영의 이야기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둘 다 얼마 전 통...  

 

(무척 역시 재밌는 영화입니다. 통영을 배경으로 하여 여러 풍광과 장면들이 볼만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 줄거리 : 싸구려 삼류소설가 효섭(김의성 분)은 자신의 새소설 출간 문제로 자신의 후배(김대환 분)가 경영하는 출판사에 찾아가지만 원고는 읽혀지지 않은채 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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