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프로이트의 여동생

 

이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이야기는 프로이트에게 버려지고 사랑하는 엄마와 애인에게 외면받게된 프로이트의 여동생 아돌피나의 지독한 한 생을 다뤘다. 아돌피아의 시선으로 보게되는 프로이트는 리비도, 오이디푸스콤플렉스, 꿈의 해석등으로 잘 알려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여기서 말하는 프로이트가 정말 맞는건가라는 의문을 몇번이고 할만큼 충격적인 사실을 들려준다. 책을 덮고 난 지금까지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유대인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나치의 학살이 자행되기 조금 전. 프로이트는 출국비자를 받아 런던으로 망명을 갔다. 주치의와 주치의의 가족, 가정부와 처제, 기르던 강아지까지 데리고 런던으로 망명을 갔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여동생 아돌피나와 그의 누이들은 모두 비엔나에 남겨뒀다. 여기서 왜!라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남겨진 여동생들은 모두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된다. 이 부분들을 모두 사실이다.

 

 

"나한테 이런 걸 물어볼 권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묻고 싶어요. 오빠랑 가깝고 오빠가 구제해줄 사람들 명단에는 또 누가 들어가 있나요?"  -19page

"그 사람들까지 다 생각해주시다니 참 자상하시네요. 강아지와 가정부들, 주치의와 그의 가족, 올케네 여동생까지 챙기시다니. 그럼 우리 동생들 좀 생각해주시지 그랬어요. 지그문트 오빠." - 19page

"너희도 꼭 가야 하는 거였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잠깐 다녀오는거야. 친구들이 하도 성화라서." - 20page

"처제와 강아지 이름 사이에 내 이름 하나 넣어주지 그랬어요. 아니, 개 이름 밑에라도 넣엊지 그랬어요." -21page

 

 

키우던 강아지, 주치의, 가정부까지 데리고 갔으면서 왜 프로이트는 그의 누이들은 데리고 가지 않았을까. 프로이트에게 누이들은 가정부보다 못한 존재였던걸까. 여기서부터 아돌피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망명을 간 프로이트에게 누이들은 계속 자신들의 비자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어주지 않았다. 그 속사정은 알 수 없겠지만 그토록 유명한 정신분석 학자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게 한다. 나치의 학살에서 남게된 아돌피나가 담담한 듯하지만 두려움을 담은 이야기들은 더욱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게 만든다. 앞부분을 읽었을 때는 아돌피나의 수용소 생활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그녀의 과거 인생을 중점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아껴주던 프로이트 오빠와 그녀에게 널 낳지 말걸 그랬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뱉어버리는 모진 엄마, 이기적인 애인에게 버림받는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나 클라라와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등을 들려줘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이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책 표지의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라는 그림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수수께끼 같은 화가로 사생활은 철저히 숨겼고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한적없고 인터뷰도 한적없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서 아돌피나가 들려주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름답다라고만 느껴지던 그의 그림들이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조금을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 여성권리를 위해 투쟁하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누나 클라라와 그의 그림들을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 이야기다.

 

 

 


 

아! 그리고 그가 궁금해서 알아보다가 너무 예뻐서 퍼즐로 갖고 있는 "엄마와 아기"라는 그림의 원본 제목이 여성의 세시기 (The Three Ages of Woman)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작가의 그림 중에 딱 이 부분만을 골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알게했는지! 두 그림은 정말 느낌이 천지차이였다. '프로이트의 여동생'을 통해 만난 프로이트 또한 마찬가지의 인상을 남겼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에 등장하는 분석학자가 아니었다. 더이상 이 책을 만나기 전의 느낌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 같다.

 

"오빠는 이런 주장을 절대 진리인 양 세상에 설파하면서도 오빠가 열 세 살이고 내가 일곱 살이던 그해의 어느 날 오후에 어린 동생이 받았을 고통은 떠올리지 못했다. 우리의 몸이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고 우리가 자라면서 어린 시절과 결별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그리고 내 삶과 오빠의 삶이 계속 같이 가지 못하고 각자 다른 길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예감으로 인해 그날 내가 받은 고통과 두려움을 오빠는 기억하지 못했다. 오빠는 그날 오후를 잊었고, 그날 일로 생긴 슬픔과 두려움이 내 삶에 그림자처럼 드리우면서 새로운 슬픔과 두려움으로 둔갑하고 새로운 슬픔과 두려움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몰랐다. 오빠는 전부 잊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소녀가 성숙해가는 과정에는, 오빠가 말하는 이른바 '여자가 되는' 과정에는 오직 한 가지 성격 특질, 곧 시기심만 적용한다고 보았다." - 57page

 

책 중간중간 아돌피나는 프로이트가 설명한 연구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데 오빠의 말이 옳다라기보다 그건 분명 잘못된 생각일꺼야라며 어린 시절 프로이트의 행동부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프로이트의 연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한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프로이트의 모습은 진실일까, 허구일까. 그런 거들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상상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프로이트에 대한 궁금증으로 찾다보니 '우상의 추락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이라는 책이 눈에 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이것 또한 충격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분석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난 1세기동안 역사적으로 미화된 프로이트의 신화적인 이미지를 깰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가 개인적으로 겪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화 시키고 과학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기까지 그의 주장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싶다는 말에 '프로이트의 여동생'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프로이트는 노벨의학상을 받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괴테상을 안겨줬다는 말에 책 속 정신과 의사 괴테가 떠오르는건 나만이 생각일까.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판화에서 그늘 속에 파묻혀 흰자위를 반짝이는 얼굴에 떠오른 질문이다. 뒤러의 판화 속 멜랑콜리아    에게는 날개가 있지만 그녀가 날개를 펼치고 날 거라고는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고 날개는 장식도 아니다. 아마도 그녀의 날개는 단지 걸음을 방해하고 무겁게 짓누르며 한때는 날 수도 있었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고 일깨워주기 위한 장치일 뿐인지도 모른다." - 141page

 

뒤러의 '멜랑콜리아'란 동판화가 매 단락마다 등장한다. 왜 같은 그림들을 반복되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아돌피아가 이 그림을 보고 느낀 것들이 그 이유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가 조금만이라도 따뜻한 말들을 아돌피나에게 던져줬다면, 오빠 프로이트가 출국부지 명단에 그의 누이 이름들을 적었다라면, 아돌피나에게 사랑의 징표라도 남아있었다면!  

아돌피나라는 한 여인의 지독한 삶, 사랑받지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 답답하다고 생각될만큼 당하고만 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다. 

 

"지그문트, 당신을 잊을 거야, 오빠에 관한 일을 다 잊을 거야.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아직 많은 사물에 이름이 없던 시절에 오빠가 내게 날카로운 물건을 내밀며 칼이라고 말해준 날부터 모조리 잊어버릴 거야. 내 삶이 시작된 순간에 사랑과 고통이 있었던 기억을 지울 거야. 생애 최초의 고통을 잊을 거야. 감춰진 상처에서 소리없이 피가 뚝뚝 떨어지던 걸 잊을 거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고통과 최초의 말을 잊을 거야. 엄마가 했던 말. 널 낳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내가 태어난 사실도 잊을 거야."

- 289page

안타까운 한 여인의 일생을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여동생이 들려주는 프로이트의 이야기가 압권이었다. 계속 머릿속에 프로이트의 숨겨진 진실일까, 허구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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