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절망의 시작
그러니까, 내가 그곳에 나가기 시작했던지 약 보름째쯤 되던 날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때쯤에는 일자리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하지만 또 물론, 그곳에다 매일 얼굴도장은 찍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날, 그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어이! 거기, 그 사람!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숨이 다 막히는 것 같았으며, 그래서 또 나는 '혹시라도 나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 그를 부르는 것은 아닌가?'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확인까지 했을 정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봐도 그때, 내 뒤에 서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러자 또 주위에 섰던 사람들도 부러운 듯 일제히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그때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아! 저 사람이 분명히 나를 찍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이어서 정신도 가누지 못한 채로 그에게로 튀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여기까지가 바로 내가 앞에서 말했던 그 <희망담>의 시작인데, 그리고 또 어쨌든, 그때의 내 기분이란 정말로 하늘을 나를 것만 같았으며, 그것은 또 아마도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진 때의 그런 기분이라든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기분 같은 것이 그런 기분일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어쨌든 나는 그날,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그 사람에게서 뽑힘을 받았고, 드디어는 나도 그 '행운아들' 속에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다음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질 않아서 자세히 쓸 수가 없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아마도 나는 그때 그가 묻던 말에 무조건 예, 예, 하며 대답만 했던 것 같고, 이어서 그가 시키던 대로 그의 차에 올라타고는, 그가 가려던 목적지까지 그냥 따라가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그가 요구하던 대로,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자재 같은 것을 옮기고 했던 것으로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알게 되었던 것은, 그가 지붕수리를 하는 사람이란 것과, 내가 할 일은 그를 도와주는 것이고, 무조건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 정도였는데, 그리고 또 일이 다 끝나갈 때쯤에는 '요즘은 아파트 같은 것이 너무 많이 지어져서, 이제는 자기가 할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그래서 또 앞으로 얼마 후면, 자신도 업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쓸쓸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죽 내뿜었다는 것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 이야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그날 처음으로 하루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가 헤어지면서 '내일 다시 도와줄 수 있겠나?'라는 말을 해서, 당분간은 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나는 그것이 워낙에 처음으로 하던 일이었고, 또 고소공포증까지 있었던 나로서는 지붕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영 부담이 되어서 그날 밤은 정말로 잠도 잘 오질 않았는데, 그래서 또 그날 밤은 그야말로 첫날밤처럼 뒤척이다 새웠을 정도였고, 그래서였던지 다음날은 일을 하러 갔었어도 '혹시라도 저 사람이 지붕으로 올라와서 자기 일을 거들어 달라고 하지는 않을까?'하며, 내내 조마조마해하며 시간만 죽이다시피 했을 정도여서, 그렇지 않아도 서툴었는데, 일까지 손에 잡히질 않아서,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하고서야 귀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그런 나를 눈치라도 챘던 것인지 혀를 차듯 한번 가볍게 웃더니 자기가 먼저 '지붕 위의 일은 내가 할 거니까, 너는 내가 부탁하는 것만 올려주면 된다!'라고 말을 해주어서 마음의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가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배려였고, 그래서 또 그 배려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일을 하러 간 놈이 이것저것 따진대서야 아예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할 것이어서, 나는 그 마음의 부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래서였을까! 일은 기어이 저질러지고 말았는데, 그러나 우스웠던 것은, 그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그 일은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또, 운전 같은 것도 조금 익숙해질 때 사고가 더 많아진다고 하고, 또 무엇이든 처음보다는 손에 조금 익어갈 때 사고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 우스울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일은 지금 생각해봐도 마치 내가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었다거나, 아니면 꼭 '무슨 귀신같은 것이 장난을 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상한 일 중 하나였다고 기억이 되는데, 아무튼 그날, 그러니까 그 사고가 있던 날, 왠지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뒤숭숭하다 했더니, 오후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어찔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다음에는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시간이 안 간다 싶었는데, 그런데 또 마침 그때, 그가 지붕 위에서 자재를 주문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자재를 챙겨서 사다리를 올랐는데, 그런데 한 중간쯤 올라갔을 때였다.
그때, 나는 '이상하게도 뭔가가 뒤에서 자꾸 나를 당긴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러나 그럴 까닭이 전혀 없었으므로 무시하고 계속해서 올라갔지만,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유혹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래서 나는 그때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때 나는 나를 잊어버리고만 셈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렇지 않아도 고소공포증까지 있었던 내가 일층도 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으니 어찔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그대로 끝이었던 것이다.
"말도 안 된다!"
그러면 또,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또 어떤 외국영화를 보니, 기면장애(嗜眠障碍)인가 하는 것을 주제로 다룬 영화가 있던데, 그래서 또 아마도 그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그때의 내 심정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겠다거나, 또는 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빠를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했고, 하지만 또 그와 비슷했던 수준이었다는 말은 일단 해두고 넘어가겠는데, 어쨌든 나는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고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물론, 그 과정 전체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약간 언급된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고, 그러고 보니 또 나는 고소공포증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병까지도 앓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 그 사건에 대한 대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리고 나중에 그에게서 전해들은 말로는 '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었고, 그러나 올리던 자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지붕에 무사히 올려져 있어, 그래서 또 그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자재를 올려두고 내려가던 길에 그렇게 되었지 않았겠는가?'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하늘만이 알 일이었고, 아무튼 이어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내려다보니 내가 아래에 떨어져있더라고 그는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는 급히 나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곳은 별 이상이 없고, 다리뼈에만 금이 조금 가있는 정도라고 그는 그 결과까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는 그때서야 내 다리를 보았다. 그러자 다리는 이미 깁스로 예쁘게 보호되어 있었고, 그리고 또 그때 옆에 섰던 의사도 넉넉하게 웃으면서 '까짓것, 별 것도 아니니, 며칠만 지나면 뛰어 다니실 겁니다!'하고 농담까지 해서 나는 정말이지 그때는 금방이라도 뛰어다닐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러나 뒤의 이야기로 그것은 그렇게 쉽게 낫지가 않았고, 그래서 또 서두에 언급했던 그런 최악의 상태까지 나를 몰고 갔던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그날의 <추락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었으며, 그 경위에 대한 보고도 이렇게 해서 끝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고마웠다고 할 사람은 바로 그였다. 아무래도 바빴을 텐데도 그런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고, 일도 지연되었으며, 다시 사람을 구해야 했고, 거기다 병원비까지... 그리고 또 '당분간 먹고살라'며 조금의 돈까지 나의 손에 쥐어주고는,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던 나를 억지로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그는 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