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허무의 시간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나는, 그날로부터 <집 지키는 개> 신세가 되어서 어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거의 방안에만 처박혀서 지냈다. 그리고 또 그것은, 처음엔 물론 금 간 다리 때문에 자유롭게 나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나중엔 의기소침해져서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싫어졌기 때문이었고, 더욱이 누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부담이 되어서 그랬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또 그것은, 그 일이 있고 얼마지 않아서 깁스를 풀긴 했었지만, 그러나 다리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던 때문에 더욱 그랬기도 했었으며,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의사의 말과는 달리 날이 갈수록 그 다친 부위가 더욱 시큰거리고 아려서, 많이 걷는다거나, 힘주어서 걸을 수 없었던 것도 그 한 이유가 되어서 그랬었다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이상하군요? 이런 경우는 보통 한 일주일이나 보름정도면 다 낫는데요?'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그 의사의 말과는 달리, 다친 다리는 그 이후에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고, 그래서 또 '일단, 계속해서 통근치료를 받으시면서 상태를 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하고 무심하게 내뱉던 그 의사의 뜻대로 그렇게 한가롭게 치료나 받으러 다니면서 생활할 입장도 되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낙담은 더욱 깊어져만 갔고, 더불어서 자신감마저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것도, 그 한 원인이 되어서 그렇게 했었다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해서 포기해버린 치료덕분에 다리는 아직도 완쾌가 되지 않아, 지금도 나는 절뚝거리며 다니고 있지만, 그리고 또, 그런 이유로 해서 남의 눈총들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했다.

 '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주로 이런 생각들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별 뾰족한 수도 없었던 나는 혼자서 속만 끓이며 그렇게 세월만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 * *

 그런데 또,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날따라 나는 괜히 라면이 먹고 싶어서, 집 근처에 있던 상점엘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하도 오랜만에 가본 상점이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그런데 또 그때였다. 난데없이 어디서 나타났던지 어떤 꼬마 하나가 갑자기 내 앞에 와서 섰다. 그리고 또 그 꼬마는 그렇게 와 서서는 별 말도 없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만 있었는데, 그러나 나는 그 꼬마를 본 기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잠시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는 상태로 서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를 잠시, 그 꼬마는 나를 보며 마치 신기하다는 듯이 씩, 하고 한번 웃더니, 그러나 그것도 또 잠시, 그 꼬마는 갑자기 내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춤은 참으로 야릇했던 것으로, 도저히 어린아이가 추는 춤이라고는 볼 수 없었을 정도로 민망했던 것이었는데, 그것은 또, 뒤뚱거리다 엎어질 듯이 휘청거리더니, 나중에는 한 발을 들고 아예 깡충거리며 춤을 추고 있던 것이, 그래서 나는 도무지 '그가 왜 내 앞에서 이런 춤을 추고 있는 것이며, 그리고 나는 왜 이 아이의 이런 행동을 이해해내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만 골몰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그때였다. 바로 그때, 또 갑자기 어떤 여자 한명이 내 앞으로 급히 뛰어오더니 그 아이의 손을 급히 낚아챘다. 그리고는 아주 낮고 강한 어조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그 아이를 때릴 시늉까지 하더니, 그리고는 나에게 머리를 한번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가면서도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며 이상하게만 웃고 있던 그 아이와 함께 급히 상점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그 아이가 왜 내 앞에서 그런 춤을 추었으며, 그리고 또 그 여자가 왜 그렇게 허겁지겁 나로부터 떠나갔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그 아이는 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상점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병신이라고 놀리려고 그런 행동을 했던 것 같았고, 그것을 본 그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그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것으로 인해서 '나로부터 화를 입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운 마음에서 그렇게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났던 것으로 나에게는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내 머리가 무언가 큰 둔기 같은 것에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던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역시, 모르고 있던 그 병이 다시 재발해서 상황분석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흐릿해졌고, 그래서 또 나는 사러갔던 라면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술병을 집어 들고야 말았던 것이다.

 * * *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한번 집어 들었던 술병은 내 손에서 좀처럼 떨어져나가지가 않았다. 그리고 또 나는 마치 그 비참함을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 그날 이후 술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어 갔는데, 그것은 또 당시, 의지할 무엇 하나 없었던 내가 유일하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어서 그렇게 했었는지도 몰랐고, 끝장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렇게라도 해서 하염없이 나를 유린해버리려고 그렇게 했었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의 술에 찌든 생활은 시작되었고, 그래서 또 비참한 느낌으로 삶의 의미조차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었다는 것이 그 이야기의 골자라고 할 수 있겠으며, 그리고 또 바로 여기까지가 내가 서두에서 밝혔던 그 <술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동기라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때부터 술에 절어서 살게 된 나는 술을 마시면서 인생의 온갖 비애를 다 경험해야만 했으며, 좌절과 좌절, 낙담과 낙담, 절망에서 절망으로 이어지던 그 긴 암흑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그리하여 나는 그때부터 서서히 나락 같은 무의미로 빠져들어 갔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평소, 약간의 술을 즐기기는 했었지만, 그러나 술이란 것에 그렇게 자신감을 보이지 못했던 내가 그것에 한번 빠져드니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었으며, 나중에는 정신분열적인 경험으로 환상과 허상 같을 보기 시작했고, 그래서 또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해져서 견딜 수 없는 알코올중독의 문 앞에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러자 또 집착력이 더욱 강해져서 술을 마시기 위해서 나는 온갖 계략을 다 짜내야만 했으며, 다시 그것을 합리화시키고 또 나의 음주가 정당하다는 것을 나에게 또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골머리를 앓아야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합리화의 결과와 그 실패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술병들의 쌓이는 가속도는 엄청나리만큼 빨라져갔다. 그래서 또, 아침마다 그것들을 치워내던 아내의 뒷모습은 정신이 없었던 당시의 내가 봤을 때도 참으로 안타까웠던 것이었는데, 하지만 나는 그런 말없이 뒤치다꺼리를 하던 아내의 뒷모습에서도 오히려 합리화를 찾아내려고 애썼을 만큼 영악하고 간교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것은 오히려 정신이 없으니 행동의 부자유는 더욱 없어져 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며, 목숨 걸 무엇 하나도 없었던 상황에서의 술에 대한 집착은 실로 엄청났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다 가능했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어쨌든 나는 그때 그렇게 살았다. 정말이지, 그때는 그렇게 살았다.


 * * *

 어느 날,
누가 찾아 왔다.
 보니 '
고흐'였다.
 그러자
내가 물었다.

 "아니, 당신은 벌써 천국에 가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긴 어쩐 일이유?"

 그가 말했다.

 "내 귀 자른 걸, 너에게도 보여주러 왔지!"

 내가 말했다.

 "아! 거, 말로만 들었는데, 나도 한번 봅시다, 까짓것!"

 그가 말했다.

 "까짓것은 아니지! 나 딴은 아픔을 참고 한 짓인데!"

 내가 말했다.

 "그러게, 그런 미친 짓은 왜 한 거요?"

 그가 말했다.

 "그건!... 너 같은 놈에게 보여주려고 그렇게 한 거다!"


 위의
이야기가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우기지는 않겠다.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그때, 그는 분명히 나를 찾아왔었고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돌아갔던 것이다.


 


 


 


 


 

 


 

 


 

 


 

 


 

 


 

 


 

 


 

 


 

 

 

 

 

 

 

 

 

 

 

 

 

 

 



 
 
 

 

 

 

 

 

 

 

 

 

 


 

  5. 절망의 시작


 그러니까, 내가 그곳에 나가기 시작했던지 약 보름째쯤 되던 날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때쯤에는 일자리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하지만 또 물론, 그곳에다 매일 얼굴도장은 찍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날, 그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어이! 거기, 그 사람!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숨이 다 막히는 것 같았으며, 그래서 또 나는 '혹시라도 나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 그를 부르는 것은 아닌가?'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확인까지 했을 정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봐도 그때, 내 뒤에 서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러자 또 주위에 섰던 사람들도 부러운 듯 일제히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그때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아! 저 사람이 분명히 나를 찍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이어서 정신도 가누지 못한 채로 그에게로 튀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여기까지가 바로 내가 앞에서 말했던 그 <희망담>의 시작인데, 그리고 또 어쨌든, 그때의 내 기분이란 정말로 하늘을 나를 것만 같았으며, 그것은 또 아마도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진 때의 그런 기분이라든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기분 같은 것이 그런 기분일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어쨌든 나는 그날,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그 사람에게서 뽑힘을 받았고, 드디어는 나도 그 '행운아들' 속에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 다음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질 않아서 자세히 쓸 수가 없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아마도 나는 그때 그가 묻던 말에 무조건 예, 예, 하며 대답만 했던 것 같고, 이어서 그가 시키던 대로 그의 차에 올라타고는, 그가 가려던 목적지까지 그냥 따라가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그가 요구하던 대로,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자재 같은 것을 옮기고 했던 것으로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알게 되었던 것은, 그가 지붕수리를 하는 사람이란 것과, 내가 할 일은 그를 도와주는 것이고, 무조건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 정도였는데, 그리고 또 일이 다 끝나갈 때쯤에는 '요즘은 아파트 같은 것이 너무 많이 지어져서, 이제는 자기가 할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그래서 또 앞으로 얼마 후면, 자신도 업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는 이야기를 하면서, 쓸쓸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죽 내뿜었다는 것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 이야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그날 처음으로 하루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가 헤어지면서 '내일 다시 도와줄 수 있겠나?'라는
말을 해서, 당분간은 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나는 그것이 워낙에 처음으로 하던 일이었고, 또 고소공포증까지 있었던 나로서는 지붕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영 부담이 되어서 그날 밤은 정말로 잠도 잘 오질 않았는데, 그래서 또 그날 밤은 그야말로 첫날밤처럼 뒤척이다 새웠을 정도였고, 그래서였던지 다음날은 일을 하러 갔었어도 '혹시라도 저 사람이 지붕으로 올라와서 자기 일을 거들어 달라
고 하지는 않을까?'하며, 내내 조마조마해하며 시간만 죽이다시피 했을 정도여서, 그렇지 않아도 서툴었는데, 일까지 손에 잡히질 않아서,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하고서야 귀가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그런 나를 눈치라도 챘던 것인지 혀를 차듯 한번 가볍게 웃더니 자기가 먼저 '지붕 위의 일은 내가 할 거니까, 너는 내가 부탁하는 것만 올려주면 된다!'라
고 말을 해주어서 마음의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가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배려였고, 그래서 또 그 배려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일을 하러 간 놈이 이것저것 따진대서야 아예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할 것이어서, 나는 그 마음의 부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또 그래서였을까! 일은 기어이 저질러지고 말았는데, 그러나 우스웠던 것은, 그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그 일은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하기야 또, 운전 같은 것도 조금 익숙해질 때 사고가 더 많아진다고 하고, 또 무엇이든 처음보다는 손에 조금 익어갈 때 사고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 우스울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일은 지금 생각해봐도 마치 내가 그렇게 되기로 되어있었다거나, 아니면 꼭 '무슨 귀신같은 것이 장난을 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상한 일 중 하나였다고 기억이 되는데, 아무튼 그날, 그러니까 그 사고가 있던 날, 왠지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뒤숭숭하다 했더니, 오후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어찔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다음에는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시간이 안 간다 싶었는데, 그런데 또 마침 그때, 그가 지붕 위에서 자재를 주문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자재를 챙겨서 사다리를 올랐는데,
그런데 한 중간쯤 올라갔을 때였다.

 그때, 나는 '
이상하게도 뭔가가 뒤에서 자꾸 나를 당긴다'
는 느낌이 들었고, 그러나 그럴 까닭이 전혀 없었으므로 무시하고 계속해서 올라갔지만,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유혹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래서 나는 그때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때 나는 나를 잊어버리고만 셈이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렇지 않아도 고소공포증까지 있었던 내가 일층도 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으니 어찔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그대로 끝이었던 것이다.

 "
말도 안 된다!"

 그러면 또,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
겠는데, 그리고 또 어떤 외국영화를 보니, 기면장애(嗜眠障碍)인가 하는 것을 주제로 다룬 영화가 있던데, 그래서 또 아마도 그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그때의 내 심정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겠다거나, 또는 그 상황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빠를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했고, 하지만 또 그와 비슷했던 수준이었다는 말은 일단 해두고 넘어가겠는데, 어쨌든 나는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고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또
물론, 그 과정 전체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약간 언급된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고, 그러고 보니 또 나는 고소공포증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병까지도 앓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 그 사건에 대한 대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리고 나중에 그에게서 전해들은 말로는 '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었고, 그러나 올리던 자재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지붕에 무사히 올려져 있어, 그래서 또 그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자재를 올려두고 내려가던 길에 그렇게 되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하늘만이 알 일이었고, 아무튼 이어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내려다보니 내가 아래에 떨어져있더라고 그는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는 급히 나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곳은 별 이상이 없고, 다리뼈에만 금이 조금 가있는 정도라고 그는 그 결과까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는 그때서야 내 다리를 보았다. 그러자 다리는 이미 깁스로 예쁘게 보호되어 있었고, 그리고 또 그때 옆에 섰던 의사도 넉넉하게 웃으면서 '까짓것, 별 것도 아니니, 며칠만 지나면 뛰어 다니실 겁니다!'
하고 농담까지 해서 나는 정말이지 그때는 금방이라도 뛰어다닐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는데, 그러나 뒤의 이야기로 그것은 그렇게 쉽게 낫지가 않았고, 그래서 또 서두에 언급했던 그런 최악의 상태까지 나를 몰고 갔던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그날의 <추락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었으며, 그 경위에 대한 보고도 이렇게 해서 끝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고마웠다고 할 사람은 바로 그였다. 아무래도 바빴을 텐데도 그런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고, 일도 지연되었으며, 다시 사람을 구해야 했고, 거기다 병원비까지... 그리고 또 '당분간 먹고살라'며 조금의 돈까지 나의 손에 쥐어주고는,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던 나를 억지로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그는 갔던 것이다.

 

 

 

 

 

 

 

 

 

 

 

 

 

 

 

 

 

 

 

 

 

 

 

 

 

 

 

 

 

 

 

 

 

 

 

 

 

 

 

 

 

 



 
 
 

 

 

 

 

 

 

 

 

 



 
4. 인력시장

 인력시장이라는 곳, 그곳은 큰 도로가에 있었다. 하지만 시장이라고 해서 좌판이나 설치물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으며, 그저 거지같은 몇 사람들끼리 서로 모여서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눈치로, 가끔씩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거나, 힐끗 쳐다보며 서로를 경계하는 듯한 인상만 주고 있었을 뿐, 그냥 봐서는 그곳이 시장인지 뭔지, 그것도 '인력' 어쩌고 하는 것은 느낄 수도 없었던 그런 곳이었다.

 '하, 이런 곳이었다니!'

 기
껏 나와 봤던 곳이 그런 곳이란 것에 실망을 했던 나는, 그래서 일이고 뭐고 금방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그때는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도 시건방진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지 '아직은 내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릴 만큼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런 생각까지 잠시 했었던 것인데, 하지만 나는 곧 그곳을 알려준 사람들의 말을 다시 기억해냈고, 그 취직자리를 찾아갔다는 사람을 기억해보고는 '어쨌든 이렇게 나왔는데!'
싶어서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
신기하군, 이런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갔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그래서 그 자리지킴의 시간이 더욱 고통스럽게만 느껴졌지만, 그러나 그런 시간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날, 내가 조금 늦게 그곳에 나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벌써 술렁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으며, 이어서 승합차들이 하나 둘 와서는 서있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이야기를 하고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데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긴장했던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러니까 '이왕에 이렇게 나온 것, 어떻게든 하루 일자리라도 얻어서, 일당은 받아가야겠다!'라
는 생각이 떠오르고 나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또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도 그때서야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이지만, 어쨌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의로 비참을 논하고 있던 머리가 갑자기 하얗게 비며, 현금이 떠올랐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말이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또 우선, 일을 할 사람이 그 업자에게 다가가서 '일이 하고 싶으니 나를 좀 써 주세요!'
하고 말할 처지도 되지못했던 데다가, 그저 물건 고르듯 그렇게 와서는 대충 아래 위 훑어보고는 마음에 든다싶으면 데려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그때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고작해야 그들에게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몸가짐을 바로 하는 것과,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나오지도 않던 미소를 억지로 짓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데다 또 그, 사람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도 천차만별이었다고 할 수 있었고, 거기다 또 각기 업종들이 틀려서, 그에 맞는 사람들을 고르려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경쟁까지도 정말 치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무 기술도 없고, 막상 일을 시켜줘도 그것을 해낼지도 의문일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구하기 위해 그 새벽,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억울하다는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때의 내 심정을 잘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와서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듯, 잔뜩 긴장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를 쳐다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고, 우선 앞에 섰던 사람들 중에서 몇 골라 가기는 했었지만, 그러나 그 수도 매우 적어 불과 몇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었었는데, 그래서 또 그런 감정을 허무 또는 허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서 일자리를 구한다거나, 하루 일이라도 건지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행운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또 내가 그때 그렇게 실망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되어있었지만, 그러나 실망은 분명 실망이었고, 그래서 그 감정을 나는 숨길 수가 없어 귀가해서는 술부터 찾았던 것이다.

 정말이지 그때의 심정으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정도로까지 수세에 몰릴 정도로 나를 내팽개치다시피 해두었으면서도 나는 그동안 그런 것도 모른 채로 살아왔었다는 것이 정말로 억울하고, 후회가 되고, 난감하고...

 하여튼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술을 진탕 먹고는 자버렸는데, 그러나 그런 짓거리는 나의 취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질 못했으며,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저려서 '
오늘은 그 시장인가 뭔가에 가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까지 절로 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바짝바짝 다가오자 그대로 있을 수도 없어 나는 다시 옷을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섰다. 그러자 아내는 그런 나를 말없이 지켜보며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 저러나?'
하듯이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그러나 더 이상은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마 집을 나서는 일은 수월했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그 쉽지 않은 일을 구하기 위해서 나는 그곳으로 나갔던 것이다.

 하
지만 경기 탓이었던지 일자리는 나 아니더라도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가고 있었고, 그런데다 또 첫날만 반짝하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일꾼을 구하러오는 사람들도 자꾸만 줄어드는 느낌이어서, 나로서도 걱정이 하나 더 늘어가고 있었는데...

 하지만 궁하면 반드시 통하게 되는 법!

 그러던 나에게도 드디어는 희망이란 것이 찾아들었고
 그래서 또, 그 '희망 담'의 내용을 소개하면, 그것은 또 대충 다음과 같았다.

 


 

 


 

 


 

 


 

 


 

 


 

 


 

 


 

 


 

 


 

 


 

 



 
 
 

 

 

 

 

 

 

 

 


 

 

 3. 식충이

 그 후, 나는 이제 공장 근처나 기웃거리며 다니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공장도 기술도 뭐도 없던 나에게, 그런데다 또 그런 곳에 다니기에는 이미 나이까지 많아져있던 나를 받아들이기에는 그랬던지, 나는 가는 곳마다에서 외면을 당해야만 했으며, 결국에는 아무 곳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자리보존이나 하는 신세로 되어갔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멍청한 사람이 되어서는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채, 하루를 연명해가는 사람으로 전락해갔는데, 그것은 또 흔히 말하는 '식충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
리고 또 그 사이, 그동안 벌어두었던 돈까지 다 까먹고는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가야만 했던 우리는, 결국 살던 곳에서 나와서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시 근교의 아주 싼 방이 있던, 소위 '달동네'로 옮겨가야만 했었고, 그래서 또 그때부터 나의 사는 처지는 더욱 말이 아니게만 되어갔던 것이다. 그것도, 그 가녀린 아내가 벌어오던, 피 같은 돈에 달라붙어서 기생하는 꼴로...

 * * *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건강에 안 좋아요. 잠시라도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좀 쏘이고 오고하세요!"

 그런데 또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서 티브이와 씨름만 하고 있던 내가 보기에 그랬던지, 하루는 아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집 근처 있던 공원에라도 가볼 양으로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러나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집 근처에 그런 공원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러나 그때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날 그곳에 가는 것이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또 달리, 어디 마땅히 갈 곳도 없던 놈이, 또 목적도 없이 돈까지 써가며 어디 특별한 곳으로 간다는 것도 말도 되질 않아서 결국 나는 그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런데 그곳에 도착해서 보니, 그곳에는 이미 나처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와 있던 사람들도 더러 있는 듯 했고, 그리고 또 바로 그곳에 유명한 능(陵)이 있어서 그랬던지, 소문을 듣고 온 듯했던 관광객들도 제법 있던 것 같았으며, 그런데다 또 남들 다 일하고 있을 평일 낮 시간인데도 공원 한구석에 진을 치듯이 하고 앉아서는, 마치 '세월아 가거라...'하고 있는 듯했던,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도 꽤 있는 듯 보여서, 나는 그런 것들을 보게 되자 금방 마음이 편해졌던지 그 다음부터는 아내가 시키지 않아도 그곳으로 자주 가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그곳에 아예 출근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하나 둘씩 알게 되어 그 재미로라도 나는 그곳을 꼬박꼬박 찾아갔는데, 그런데다 또 어떤 날은 '누구누구 집 무엇이네!'하면서 누군가가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기도 해, 그 재미 또한 소소했으며, 게다가 또 그런 날은 술까지 한잔씩 얻어먹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곳이 곧 천국 같은 곳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얼마 후, 나도 이제는 그 놈팡이들의 어엿한 한 멤버가 되어있었다. 물론, 삶의 낙(樂) 같은 것은 그때 이미 나에겐 없었으며, 그들과 어울리는 것만이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이었고, 그것은 또 마치 '이 대오에서 이탈하면 죽는다!'라는 심정으로, 나는 그 생활에 목숨을 건듯, 그렇게 하염없이 매달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 * *

 그런데 또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나는 그 공원엘 갔었는데, 그런데 그날따라 멤버 중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고는 '그가 왜 오늘은 보이지 않는가?'
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그러자 누가 이렇게 말을 했다.

 "
그 사람은 이제 여기 안 와!"

 그러자 나는 다시 '왜 그러냐?'고
또 묻게 되었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또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었다.

 "
그 사람은 이제 취직을 했어! 그러니 이제 안 오지!"

 그러자 나는 갑자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취직이란 것을 다 하게 되었을까?'하고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또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했던 것이었지만, 하지만 또 솔직히, 나는 당시 그만큼 세상과는 동 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래서 또 취직은커녕 사람 구실조차도 못할 만큼 나태해져 있었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또 그것은 마치 폐인의 길을 자청해서 가고 있는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 당시의 나로서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그렇게 이상했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런 신기한 생각으로 그들에게 그것에 대해서 다시 묻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그때서야 나에게 <인력시장>이란 것을 가르쳐주었다.

 "
아!"

 그러자 나는 전에 얼핏 그것에 대해서 한번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는 그렇게 짧게 탄성까지 내지르기는 했었지만, 하지만 나는 곧 적잖은 실망을 했다. 그것은 또 그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렸던지 '그런 곳은 인생이 끝난 사람들이나 가는 곳!'
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또 왜냐하면, 그 마당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현금이 급했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들에게 그것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게 되었다.

 "
그럼, 그런 곳은 어떻게 가는 거요?"

 그때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뱉었던 말은 가소롭게도 이런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 말에는 이미 긍정의 뜻이 담겨져 있었다고 보아도 좋았고, 나 나름대로의 다짐과 결단 같은 것도 키워가고 있었다는 증거로 보아도 좋았는데,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나는 그날, 그들에게서 그곳으로 가는 길과 위치, 그리고 가서 행동해야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나, 일의 특성 같은 것을 교육받고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그리고는 무슨 엄청난 음모라도 저지를 사람처럼 굳은 얼굴을 하고는 남은 낮 시간을 다 보내고 저녁을 맞이했는데, 그래서였던지 그날 밤은 정말이지 나에게는 긴 밤이 되었으며, 그것은 또 괜히 잠도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다보니 신세한탄 등 '이제는 내가 그런 곳까지 가야할 처지가 되었는가!'
하는 씁쓸한 마음들이 마구 일어서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밤새 뒤척이다 새벽쯤에야 눈을 조금 붙이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잠 덜 깬 흐리멍덩한 머리로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그 새벽에 집을 나섰는데, 하지만 꼭두새벽이라 피곤했고, 서글픈 마음들까지 자꾸 일어서 나서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었지만, 그러나 또 '여기서 포기한다면 이젠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시 다잡고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나는 그 새벽에, 그 힘든 걸음을 재촉했던 것이다.

 


 

 


 

 

 

 

 

 

 

 

 

 

 

 

 

 

 

 

 

 

 

 

 

 

 

 

 

 

 

 

 

 

 

 

 

 

 

 

 

 



 
 
 

 

 

 

 

 

 

 

 


 

640. 먹되, 즐기진 말라!

641. 사람들이 제일로 먼저 깨우쳐야 할 것은, 이 세상에는 정신병자(精神病者), 그것도 완전(完全)불치(不治)의 병자(病者)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 그리고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나 나도, 어떤 면에서는 그 중의 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642. 여자의 마음은 마치 무극(無極)과도 같아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채워 넣고, 종국에는 그녀 자신까지도 먹어 치워버려도 결코 만족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특히 남자는, 그 <검은 바다> 같은 여자의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서 파문(波紋)을 만들었다고 만족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또, 남자는 그 여심(女心)에 끊임없이 돌을 던지는 것으로 계속해서 여자의 관심을 끌거나, 아니면 아예 하나도 던지지 않아서, 그 상대 여자로 하여금 <언제쯤 돌을 던져줄까?>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643. 남자는 힘이 들 때나 쉬고 싶을 때, 자기의 마누라보다는 오히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기생(妓生) 같은 여자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고(마치 변양균과 신정아처럼), 여자는 힘들 때 여심(女心)이나 자기를 위해주는 남자들(남편 또는 그 외라도 자신을 위해주는 존재) 뒤로 숨어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자는 항상 혼자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고(領域의 문제를 떠나서, 비밀유지목적 등으로), 여자들은 또 집단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이나 장단점은 다 있고, 그래서 또 애초, 그러한 갈등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