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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부끄럽지만 나는 여태껏 대통령 선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 하나도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날들에 국가나 정치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고 핑계해 봅니다. 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나는 그날에도 진실은 모르겠습니다. 손녀딸과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보니 콧날이 시큰대서 하늘을 봅니다. 누구의 자잘못을 떠나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회가 괜찮은걸까요?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눈 감고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물론 나 한사람 고쳐먹은 마음이야 티도 나지 않겠지만 그렇게 모인 크고 작은 마음들이 사회를 이루는 거겠지 하구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5인의 인터뷰이와 김제동과의 편안하고 즐거운, 그러나 이야기를 잃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맘을 머물던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김제동님도 좋아하셨다니 괜스레 반가움이 가득합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p.224

● 그 속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떨 땐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느껴지다가도 어떨 땐 그런 믿음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야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안 돼요. 믿음을 버리면 지구가 사라질껄요? 전 70년대에 20대를 살았잖아요. 그때 어둠 때문에 완전히 호떡처럼 눌려서 살았다고 해야 할까.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어둠이 존재해요. 먼 역사를 봐도. 우리 현대사를 봐도 다 어둠의 순간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왜 어둠이 있느냐면 밝음을 위해서죠. 별을 지향하지만 별은 어둠이 존재해야 빛나요. 한 신부님이 하신 말씀인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하다'는 거죠. 아마 2020년, 2030년을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밝아진 시대를 살지 않을까요?

<정호승 편>

밝음을 위해 존재한다는 어둠을,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저처럼 이렇게 아둔한 사람에게도 고개 돌려 외면하던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더 이상 눈을 감고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문득 아니 더욱 더 분명하게 김제동님이 부러워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습니다. 혹여 책에 실리지 않은 더 진득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억측하며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빠져 듭니다. 

p.103

● 사실 나는 그게 아닌데 사람들이 나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말예요, 그게 나를 옥죌 때가 있어요. 정말 싫어요.

그게 답답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 그게 다 내가 한 일이고 나에게서 나온 거야.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판단하는 건 그들의 자유야. 남들의 생각까지 내 의도대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지. 내가 주장한 건 핑크였는데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검정이 될 때가 있지. 그 간극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잔류형 인간이야.

<고현정 편>

얼마 전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비쳐지던 타인의 시선 속에 나 때문에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배려'라는 이름을 붙인 그 행동이 '무관심'으로 개명[改名]하여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사실은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했었습니다. 새침떼기일 줄 알았던 고현정님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조금 수월해 짐을 느낍니다.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은 온전의 그의 몫으로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요즘 부쩍 제게 되묻습니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지?' '재미있니?'라고. 사실은 요즘 나의 삶이 풍랑을 만난 돛단배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직업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몫이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을거야.' 라고 멈출 줄 모르고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봅니다. p.65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산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박원순 편> 하지만, 나는 아직 용기가 부족합니다. 

p.59
● 결국 산을 좋아한 것이 바탕이 된 거네요. 10억 원 줄 테니까 에베레스트 정상 올라갔다 오라고 해서 선뜻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목숨 걸어야 하는 일인데.

돈 밝히고, 이런 거 저런 거 따지다보면 아무것도 안 됐겠죠. 초심을 잃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어요.

<엄홍길 편> 

p.170

은퇴 경기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9회에서 땅볼을 치고도 끝까지 1루로 전력 질주하던 형의 모습. 그건 형의 야구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모습이었다. 또 그건 양준혁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에겐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쉽움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p.178

후배들한테 잔소리를 마이 하는데 결국은 본인이 느껴야지. 마지막 공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땅볼로 날아간다고 뛰다 말고 돌아오는 거, 나는 인정 안해. 안타가 아니더라도 전력을 다하면 송구 에러가 나고 그게 안타를 만들거든. 그게 진정한 프로지. 내가 나를 돕고 최선을 다해야 남도 나를 돕고 기회가 생기는 이치지. 야구뿐 아니라 인생이 그렇다 아이가.

<양준혁 편> 
 

자신의 삶을 쓰는 사람들의 유쾌하나 가볍지 않게, 무겁지만 어둡지 않게 한 권에 가득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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