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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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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 기대 없이 펼쳤는데 꽤나 괜찮다. 지난달엔 미셸 투르니에의 책이 그러하더니. 꽤나 절절한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어 낸다. 자신을 연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진솔하다.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건조하지 않고 유려하다. 그것이 시인의 공력인지,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의 태도로 닦여진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매일같이 언어를 다듬고 다듬어 냈던 결과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사실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까진 저자 송경동과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을 연관 짓지 못했다. 한진 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에 그래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첫 장을 펼치자마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한진 중공업 사태가 지금까지 흘러오면서 다치고 피 흘렸던 많은 노동자들의 이름보다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주목을 해 온 탓이리라. 이제는 고인이 된 노동자들의 이름을 책에서 마주하면서도 기억에 없는 것이 어느 덧 미안해진다.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을 탓하거나, 세상사가 바빴다는 것이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더 잘 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사를 다룬 1부와 2부가 기억에 많이 남고 좋았다. 그리고 3부에서부터 콜트/콜텍, 대추리, 기륭전자, 용산 사태, 그리고 한진 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을 읽어가며 그 동안 바쁜 일상에 또는 내가 아니더라도라며 접어두었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며, 모양을 달리하며 반복될 일이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라는 제목처럼 여전히 슬픈 세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잡혀가더라도 꿈꾸는 자들이 마르진 않을 것이다.

 

책 안에 군데군데 작가의 시가 인용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시보다는 산문이 더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시 보다는 산문으로 좀 더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다. 노동운동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에 불편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많은 것을 환기시켜 준 책이다. 아무튼 책이라도 많이 팔려 조금은 삶의 기운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희망버스는 계속 되어야 할 테니.

 

*책을 다 읽어 갈 무렵, 책에서도 언급된 콜트/콜텍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800여일을 끈 사건은 한 지붕 두 가족에 대해 엇갈린 판결(콜트의 건은 노동자의 손을, 콜텍의 건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이 나왔다.  

 

*1부와 2부를 읽으면서는 천명관의 고래 생각이 많이 났다. 고래는 설화를 차용한 소설이고, 이 책은 산문집이지만, 절절한 내용을 유려한 문체에 담아내서였을까...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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