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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공부법 -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신영준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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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책이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해준 책 말이다. 디테일한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 책으로 인해 지나온 나날과 살아가는 나날, 그리고 남은 나날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치거나 힘들면 인생책을 펼쳐보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 책이 두 권 있다. 문학에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이고, 비문학에서는 단연 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이다. 전자가 꿈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면, 후자는 그 희망에 대한 믿음과 실천 방법을 알려줬다.

 

완공을 처음 접한 건 올해 2월 초였다. 신박사의 영상을 보고 게임을 접었다. 그 후 독서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잘못된 독서를 했다는 신박사의 말과 6개월(빡겜)간 책을 멀리했던 두려움 때문에 손대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황하던 중 영상에서 완공을 언급했다. 바로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와 읽었다. 일독 후 두려움이 서서히 가셨다. 더딘 속도로 조금씩 독서량을 늘려갔다. 3월부터 게임 시간이 독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내가 스스로 구멍 내던 삶은 완공으로 짜깁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묶은 공부 개론서이다. 체계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이 없다면 참고서로 탁월하다. 14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내 변화의 계기가 된 챕터 몇 가지만 써보고자 한다. 전부 다루면 좋겠지만, 나에게 가장 많이 도움 된 세 챕터를 골랐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이지만, 이 부분부터 공략하면 나머지를 익히는데 수월하리라 믿는다. 그것은 <믿음>, <메타인지>, <환경>이다.

 

믿음: 자신(自身)을 자신(自信)으로

 

완공을 만나기 전, 나는 세상 모든 것에 비관적이었고, 모두를 불신했으며, 내게 재능이 없음을 한탄했다. 마음은 해야지하면서도 몸은 해봤자 뭐 되겠냐하며 노는 쪽을 택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 소설가를 꿈꿨지만, 언제나 조금 쓰고 지쳐 포기했다. 잦은 포기는 무기력으로 학습되었다. 대학 1학년, 동화 창작 과제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건 글이 아니다라는 교수의 혹평이었다. 그 한마디에 우울증까지 겪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로 간신히 회복한 후, 펑크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1년을 더2년제를 3다녔다.

 

재수강 기간에 만난 시학 교수가 내 시를 응원해주었다. 나는 잠시 시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입대를 하면서 그 교수와 연락이 끊겼다. 제대 후 2년간 도전해봤지만 터무니없는 실력으로는 결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터라 자체 번아웃(burnout)으로 또다시 포기를 선언했다. 18년도 상반기는 집안 사정으로 바빴고, 후반기는 게임으로 보냈다. 여기까지가 부끄러운 나의 과거다.

 

정리하면, 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었고, 고정형 사고방식에 자기효능감도 바닥이었다. 이런 믿음을 어떻게 전복시켰을까. 먼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유튜브 채널 <뼈아대><완공 특강>으로 고쳤다. 교수의 한마디는 나를 절망시켰지만, 고작가의 한마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18시간 동안 게임 하는 거 쉽지 않다.” 나 역시 하루 평균 16시간 동안 게임 했다. 기대는 강점을 먹고 자란다.(p.25)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나의 강점이었다. 이 시간을 독서에 투자한다면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이었다. 기대할 만한 미래가 생겼다.

 

사고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내 사고방식이었던 고정형 사고방식은 지능, 성격, 재능 등은 타고나는 요소라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노력만 한다면 모든 요소가 변한다고 믿는다. 전자는 실패, 비판, 고난, 시련 등을 한계로 받아들이는 반면, 후자는 성장의 자양분으로 여긴다. 모든 면에서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은 대척점에 있다. 고정형에서 성장형으로 넘어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동시에 가장 희망차기도 했다. 왜냐하면, 바뀌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성장형 사고방식의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제시한 성장형 사고방식 형성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뇌의 가소성을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뇌는 부지런히 쓰면 쓸수록 신경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며 성장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p.32) 나는 과학적 근거는 잘 믿는 편이라 , 이런 게 있었어?’하며 쉽게 믿었다. 실패에 대한 개념은 사실 힘들었다. 자기방어기제(회피, 포기, 합리화)가 쉴 새 없이 발현했다. 아마 장시간 고정형 사고방식이었던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지 않을까. 나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단 인정했다. 그 후 그럴 수도 있지”, “할 수 있다”, “개선해보자등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항상 성장두 음절을 되뇌었다. 아직 완전한 성장형 사고방식은 아니지만, 많이 완화돼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짧아졌다. 요즘은 성장대신 졸꾸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자기효능감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승했다. 성장형 사고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500여 쪽의 완공을 읽고, 목숨 걸었던 게임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찮았던 내 자신이 쓸모 있다고 느껴졌다. ‘나도 가능하잖아?’ 성장하겠다는 다짐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나를 그 방향으로 이끌었다.

 

메타인지: 모르는 것을 모름을 알다

 

메타는 about(~에 대하여)의 그리스어 표현으로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아는 능력인 셈이다. - p.57

 

이 책에서 하이라이트이자 충격적인 챕터는 단연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가 낮으면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나의 메타인지는 인생의 바닥에 닿은 것도 모자라 구멍 뚫는 중이었다. 여기서 안다는 개념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과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영역이고, ‘모른다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어설피 아는, 이른바 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나는 모른다안다로 과신했고,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의 낮은 메타인지가 벌인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아는 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예를 들면, 책의 저자 소개를 읽고 마치 그에 대해서 다 아는 듯이 말하기, 책의 내용 그대로 인용하면서 내 생각인 양 말하기, 상대방 의견 묵살하기 등등. 내가 모르는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며 말꼬리를 잡으려 애썼다. 당연히 모르기 때문에 논리에서 개박살났고 그 사람과는 연을 끊었다. <목표> 챕터에 증명목표라는 것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정형 사고방식과 낮은 메타인지가 콜라보하면 발생한다. 증명목표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애쓰게 되고, 포장지가 떨어졌을 때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점점 자기파괴적 스트레스에 갇혀 현상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둘째, 현상 회피에 집중하니 공부와 독서의 개념이 이상해졌다. 나는 수학과 영어의 기초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중고딩 때, 영어는 진즉 포기했다. 모르는 단어를 익히기보다 뉴스에서 비판하는 영어 사교육에 매몰되어 더러운 세상! 어차피 나는 해도 안 된다, 때려치자!’ 생각하며 쳐다도 안 봤다. 수학은 자존심만 남아 각 학년에 맞는 문제집을 선택했다. 있어 보이려고 수학의 정석도 샀다. 그러나 중딩 때는 집합만, 고딩 때는 지수와 로그만 펼치다 그만뒀다. 독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설가가 꿈인 고정형 사고방식 소년은 창작론이나 작문법 따윈 필요 없다며 소설, 그것도 판타지장르만 깨작깨작 봤다. 대학생 때도 읽는 게 아니라 보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읽잖아?’하는 안도감에 도취된 까닭이다.

 

마지막 셋째, 시간의 경중이 뒤집혔다. 시험 기간, 3, 과제, 연애, 그리고 게임. 앞의 4가지와 뒤 1가지 중 어떤 게 중요할까.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은 나에게 있어 자유 시간이었다. 시험공부 대신 게임공부를 했다. 당시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라이플 점사를 잘할지, 클랜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다(어휴, 나새끼……). 3 때는 수능 100일 전까지 RPG 게임에 몰두했다. 과제는 마음에 드는 강의만 골라서 하고, 나머지는 게임에. 1년 연애 중 데이트 시간보다 게임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최근의 게임 중독까지. 아무튼,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낮은 메타인지 덕분이었다.

 

알았음에도 방치하는 것도 낮은 메타인지가 하는 일이다. 나는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고, 그전에 이 녀석이 더 많은 구멍을 내기 전에 막아야 했다. 내 마음가짐이나 의지력은 믿지 않았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고마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이 부분이다. 모든 의지력으로 해결하려 한 덕분에 더는 내 의지를 믿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고심하던 차에, <믿음><메타인지>와 함께 티키타카를 한 스트라이커는 <환경> 챕터였다.

 

환경: 강제성과 의지의 선순환

 

결심보다 강력한 것은 바로 환경이다. - p.323, 신박사의 통찰

 

나는 게임보다 독서가 하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데일리 리포트(이하 DR)’였다. 일단 내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알아야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내 의지를 불신했다. 쓰자는 마음으론 안 쓸 게 분명했다. 그래서 핸드폰 알람을 기상 시간부터 취침 전까지 1시간마다 울리도록 맞췄다. 몇 시간 안 쓰더라도 머릿속에 ‘DR을 써야 해가 맴돌게끔 설정했다.

 

그리고 초강수를 둬서 게임의 아이템을 싹 정리했다. 내가 빠져있던 게임은 RPG 장르였기 때문에 장비가 없으면 실질적 플레이가 어려웠다. 모든 아이템을 팔고 생긴 돈으로 <체인지 그라운드> 추천도서를 구매했다. DR 기록을 위해 의식적으로 독서 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고 읽은 책을 기록했다. 기록 수가 하나씩 늘어가니 더 늘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자신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들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기한 내에 성공하면 자신에게 보상을 주거나 실패하면 벌금을 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끼리 약속을 해도 좋고 주변에 공표해도 좋다. 만약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무엇을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p.313

 

4월부터는 서평도 쓰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서평 한 편이라는 자체 데드라인을 두었다. 책상 앞에 결심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매일 봤다. 내 오랜 꿈을 위한 소설 쓰기는 습작 시작할 때 하루 A4 1쪽 쓰기로 설정했다. 만약 1쪽 쓸 시간이 없었다면 유연하게 조정해 5줄을 최소로 잡았다. 어떻게든 안 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쓰는 쪽을 선택했다. 쓴 날은 달력에 표시했다. 작은 성공을 위한 환경설정이었다. 집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져 도서관으로 습작 장소를 옮겼다. 동시에 내가 서평과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 지금 서평에 개인사를 밝히는 이유도 환경설정의 일부이다.

 

그렇게 해서 25, 314, 412, 513, 44권을 읽었고, 서평은 4, 5월 합해서 12, 단편소설은 2편을 썼다. 아직 멀었지만, 작은 목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환경설정을 통해 나는 강제하는 환경이 의지를 만들고, 의지가 다시 환경을 설정하는 선순환을 느꼈다. 요즘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위한 환경을 조성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SNS 앱과 웹툰 앱을 삭제했고, 유튜브는 책 읽기 어려운 상황에서만 보는 것으로 한정했다. 글 쓸 때는 노트북을 비행기모드로 바꾼다. 이제 스마트폰도 멀리 두는 습관도 형성해야겠다.

 

쓰고 보니 내용이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공부가 단순히 지식 학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정의하면, 나는 완벽한 공부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며칠 전, 완공이 짜깁기 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재독했다. 다시 읽어보니 짜깁기가 맞았다. 다만 그 대상은 책 내용이 아니라 구멍 숭숭 난 내 넝마주이 인생이었다. 이 책은 내 구멍투성이 믿음, 메타인지, 목표, 동기 등등 모든 부분에 걸맞은 지식을 짜서 기워줬다. 아마 완공으로부터 도움받지 못했다면 두 가지 부류가 아닐까 섣부른 일반화를 해본다. 하나는 구멍 없는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 전자라면 축복이고, 후자라면……그저 응원한다.

 

언제까지나 내 삶은 완벽한 공부법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제야 살아있음이 즐겁다. 직업을 갖기 전에 새로운 몸가짐 마음가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분야의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독서심리상담에 도전했다. 만약 공부에 의문이 든다면 나는 다시 이 책을 펼쳐보리라 감히 예단한다. 나의 업을 찾을 때까지 목숨 걸고 독서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로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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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는 마음
김필균 지음 / 제철소 / 2019년 7월
평점 :
미출간


문학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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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는 기본 전제가 있다. 사는 건 어렵다. 원래 그렇다.
 
방금 언급한 전제가 워낙 공공연해서 금방 잊는다. 또 인간은 합리화를 잘해서 곧잘 다른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진득하게 붙잡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진다. 나의 경우, 한창 시를 습작할 때, 공모전 몇 번 시도해보고 ‘난 재능이 없어’ 자책하며 그만두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생 때는 소설 습작이 5장을 넘지 못했다. 얼마 쓰고는 지쳐서 그만두었다. 열정은 가졌으나 끈기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열정도 전기 주전자 같았다. 잠깐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그러니까 나는 ‘그릿(Grit)’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과거가 나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릿이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 p.29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마치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대중이 접할 때는 이미 전문가가 된 후여서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탁월함을 갖춘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계속해서 정진한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천재일 수도 있다. 아직 재능이란 존재는 확실히 규명된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노력이 없다면 크게 의미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계산법은 이렇다. [성취 = 재능×노력²] 즉, 질과 양으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이른 노력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p.81)
 
※그릿은 성장한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성공한 사람만 그릿을 가진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관심 분야가 다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내에서 계속 죽거나 패해도 다시 한다. 여행 매니아는 A지역에 실망했다고 B지역을 안 가지 않는다. 나는 민음사판 『롤리타』를 3만원에 샀는데(문학동네로 저작권이 넘어간 줄 몰랐다) 그렇다고 책구매가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실수가 나의 책구매 개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분야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릿은 존재한다.
 
그릿은 누구에게나 존재함은 물론 더욱 성장한다. 저자가 친절히 제시한 그릿 척도로 나의 그릿을 측정했다. 일독한 3월 8일에는 3.7점, 50%에 조금 못 미쳤다. 약 2개월 후 다시 측정한 점수는 3.9점으로 60%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내 경험과 더불어 저자의 주장처럼 지금 당장 그릿이 없든 낮든 간에 노력하면 점수는 변화한다. 여기에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이 그것이다.
 
※희망
 
희망은 나머지 세 요소 모두에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면 그릿은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우리가 과정을 견뎌내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에 따르면 어떤 인생의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능, 인격, 재능 등 인간의 자질이 이미 정해져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성장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며 노력과 전략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두 가지 관점이다.
 
만약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내가 공모전 몇 번의 떨어짐으로 시를 포기한 것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단정할 것이다. 당연히 끈기 있게 도전할 리 만무하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고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조력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두 관점은 완전한 이분법이 아니다. 대부분 내면에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이 나란히 존재한다. 언행불일치를 범하기 쉽다. 이럴 때는 고정형 사고방식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잘 다독일 수 있으리라.
 
휴스가 연락을 해온 이유 중 하나는 그릿 척도의 한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58
 
※관심
 
실험해보라! 시도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p.161
 
우리는 보통 관심이 생겨야 어떤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열정을 좇아라, 라는 말이 방증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나온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요.” 그럴 수 있다. 관심이나 흥미가 안 생기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해보길 제시한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흥미나 열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일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직접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적재산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사람에 따라 쉽지 않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소심했던 나의 직접경험은 극심한 가뭄의 땅과 같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글쓰기에 내 나름의 열정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 영어, 뇌과학,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 요즘은 나처럼 직접경험이 바닥이어도 관심을 찾는 방법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 취향은 독서이다. 책의 장르와 양이 워낙 많아 질리지 않으면서 깊이 사고할 기회를 준다. 직접경험이 어려울 때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두면 좋다. 그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시도하고 다시 시도해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라.”는 그린베레의 신조도 새겨들어야 한다. - p.104
 
잘못된 연습과 노력은 독약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영어 듣기가 전혀 안 된다. 고등학생 때도 영어 듣기 때문에 영어를 포기했다. 계속 들으면 들린다는 친구와 교사의 말에 등하교 버스와 시간이 날 때마다 듣기 파일을 들었다. 그러나 들리기는커녕 영어가 싫어져 때려치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한 결과다. 단어를 모르니 들어도 모를 수밖에.
 
올바른 연습 방법은 ‘의식적인 연습’이다. 의식적인 연습이란 반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통해 지금의 연습이 목표와 방향이 같은지,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의식’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만든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보면 3F가 나온다. 연습 시간 동안 집중(Focus)하고 피드백(Feedback)을 한 뒤, 그 피드백에 맞게 수정(Fix it)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며 오랜 시간 연습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목적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행운아들은 “내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직업과 전반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듯 보인다. - p.204
 
그릿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적이 세상과 밀접하다고 여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열정의 지속성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행동에서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어느 기금 모금 부서의 직원들은 기부금 조성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 수혜자가 직원들의 수고 덕분에 학업을 마치고 유학도 갔다 왔다는 사연을 듣자 직원들이 조성하는 기금 규모가 세배 늘었다. 수혜 학생에게 직접 사연을 들었을 때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야겠다며 고무되었다(『오리지널스』 8장 참조).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그릿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목적이다. 남을 위해서 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소위 ‘배워서 남 준다’ 전형이다. 나도 서평을 쓸 때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면 하기 싫다가도 어찌어찌 계속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다른 사람 역시 나를 도와준다. 이런 마음가짐은 꾸준함을 지속시킨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내가 보이게 투지를 기르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방법은 혼자 투지를 기르는 거죠. 쉬운 방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동조 욕구를 활용하는 거고요. 투지가 강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본인도 더 투지 넘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그(댄 챔블리스)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 p.323
 
그릿은 다른 말로 하면 ‘졸꾸 정신’이다. 졸꾸는 ‘졸려도 꾸준히’의 줄임말로 내가 존경하는 신영준 박사가 만든 단어이다(어원은 ‘졸라 꾸준히’였지만 대중성을 위해 순화했다고 한다). 나는 졸꾸 정신을 되새기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제조건처럼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을 물리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 합류이다. 그러니까 졸꾸하는 사람들 무리에 노출되는 것이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 지금은 습관이 되었다. 매일 독서 한다. 물론 간혹 읽기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빡독 경험이나 독서 후 서평 쓰는 블로거분들을 떠올린다.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 모집도 죽은 의욕을 되살린다. 분야는 달라도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지쳐도 힘이 나지 않을까.
 
그릿은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준다.(p.92)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서는 그릿뿐 아니라 인격, 지식, 실력 등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나로서 온전해야 방향을 꿈꿀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그릿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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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
앤드루 산텔라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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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해야 할 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일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다윈과 동급이라 할 수 있다. - p.22
 
대학생 시절, 과제가 너무 하기 싫었다. ‘문예창작과’의 특성상 레포트의 대부분은 창작이었다. 단편 소설, 시, 비평, 동화, 시나리오, 희곡……. 과제마다 기한은 널널했다. 보통 2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문제는 항상 레포트 어셈블로 도래했다는 점이다. 여력이 없던 나는 선택과 집중으로 관심 분야 외 과제를 포기했다. 관심 분야는 구상하는데 기한을 다 쓰고, 제출 하루 이틀 전에 핫식스의 힘으로 밤새우며 과제를 마쳤다. 미루고 미루어 데드라인에 걸쳐 끝낸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시공을 초월한 금언(金言)도 미루기의 고수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이유 없이 미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이 볼 때는 게으름으로 보이겠지만, 당사자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치밀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합리화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봤다. 미루기는 대체로 정신승리를 위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저자도 자신의 글쓰기를 미루는 행위를 합리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 합리화가 왜 타당한지 풀어낸다. 미루기를 연구하는 교수 조 페라리의 대화를 통해, 로마의 위대한 왕 중 하나인 ‘아우구스티누스’와 종교 귀의를 미루지 않아 성인이 된 가상의 인물 ‘엑스페디투스’를 통해,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을 통해, 희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메모가 아포리즘으로 유명해진 ‘게오르그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의 ‘폴링워터’라는 별장을 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통해 미루기가 얼마나 위대한 행동인지 설명한다. 아니, 위대하진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고 있다.
 
주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미루다’를 검색하면 사전은 이렇게 말한다.
 
정한 시간이나 기일을 나중으로 넘기거나 늘이다. by 네이버 사전
 
그러니까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말고 나중에 하겠다는 뉘앙스이다. 여기서 나는 미루는 행위와 하지 않는 행위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일이 지나더라도 어떻게든 해냈다면 그것은 미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과물이 없다면 그것은 하지 않은 것이다. 위에 저자가 예로든 인물들은 전부 당장 무엇을 하진 않았지만 결과물들이 있는 존재들이다. 다빈치가 주조하려고 했던 대형 청동상 <그린 카발로>가 구상에서 그쳤어도 미뤄졌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남긴 다양한 결과물 덕분이다. 다빈치 사후 500년이 지나 그의 구상은 미국의 미술품 수집가 찰스 텐드가 고용한 조각가 니나 아카무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러니 이 역시 미뤄진 결과물이다.
 
그 중 ‘엑스페디투스’만 예외다. 기독교에 귀의하려고 하자 까마귀로 변장한 악마가 조금만 더 미루라고 종용한다. 그는 까마귀를 짓밟아 죽이고 곧장 기독교인이 되었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쳤기에 성인이 되었을까? 이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된다. 무엇이 되었든 미루지 않고 모든 일을 곧장 실행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인물은 가상이고 성인인 것이다.
 
누군가는 주변에 미루지 않고 곧장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저자가 다윈이 걸었던 산책로에서 했던 고민을 보면 다시 없다는 확신이 든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야 하는 일을 미뤄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가면 길 위의 모험을 미뤄야 한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무언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 p.231
 
현실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 때 다른 일은 미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서평을 쓰면 독서를 미룬다. 설거지를 하면 청소를 미룬다. 선택은 포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미루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루기와 포기의 차이는 나중에라도 그 행동을 한 결과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즉, 미루기의 합리화 조건은 현재의 평가가 아니라 미래의 평가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자타공인 합리화의 전문가지만, 결과 없이는 미룬 게 아니라 ‘하지 않음’이다.
 
미루기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또는 우리가 안 하고 있는 일을 왜 안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는 건 세상이 내게 바라는 일이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 p.39
 
그러나 이런 합리화가 불안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더 나은 결과가 생길 것도 같고, 다른 길이 있을 것도 같아 당장 하지 않게 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이 일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내면이 방어기제로 미루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완벽주의라며 포장한다. 설득력은 있지만, 하지 않음을 설득할 수는 없다. 이런 미루기는 다윈이나 다빈치처럼 나은 방향이 아닌 자멸적 결과로 향한다. 실천은 하나도 없이 생각에서만 그친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감정을 통한 지연은 수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이 왜 인문교양으로 분류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니까 인문교양인 건가? 유우머라면 납득이 가지만, 나는 그냥 참고문헌 많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 나온 것처럼 전략적 지연, 미루기의 과학적 근거를 기대했으나…… 하기 싫음에 대한 자기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오리지널스』의 4장만 따로 보는 게 낫다. 그나마 마무리를 잘해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수준이다.
 
오늘 구매하고 교보문고 내 카페 자우에 앉아 1일 1독 하는 마음으로 완독했다. 불행은 내가 이 책을 구매했으며 밑줄을 그었다는 점이고, 다행은 재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오늘 다른 책 독서를 미뤘다고 생각하련다. 이 또한 자기합리화 마무리인가? ㅋㅋㅋz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야 하는 일을 미뤄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가면 길 위의 모험을 미뤄야 한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무언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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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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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왜 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딱 떨어지는 대답은 하지 못한다. 대신 자신 있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아직 방황 중입니다!”

  

2018722일부터 2019131일까지. 하루 16시간씩 게임에 빠져 지냈던 날들이다. 6개월 동안 책 한 글자 들여다보지 않았고 친구도 만나지 않았다. 오롯이 게임만 했다. 중독끈(?)이 짧아 게임중독자였다고 고백하기엔 현역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인다. 그 언저리에서 빙빙 돌았다고 해야겠다. (그래도 당시 게임 내의 엔드 컨텐츠를 거의 다 이뤘다.)

  

어디선가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삶을 왜 살았는가 하면 살아야 하는 목적은 모르겠고 살고는 싶었는데 그때 나를 살리는 것은 게임이었다.’ 굉장히 단순하고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를 보니 아직 고민 중인 내 방황에 얼마간 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셋이다. 젊은 부랑자 김민주와 영장류 사육사 이진이, 그리고 보노보 지니. 진이는 화재가 난 불법 사육장에서 구조대를 치고 도망간 지니를 구한다 돌아가던 길에 사고를 당하고 지니의 몸에 진이의 영혼이 들어간다. 사고 현장 근처 산골짜기 정자에서 노숙하던 민주와 우연히 맞닥뜨리면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사흘간의 여정을 그린다.

 

각자 삶에 대한 방식: 민주

  

나는 그따위로 살지 않았다. 시험에 떨어졌다는 건 결과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아니었다. 빈둥대는 걸로 보여도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할 일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 p.37

 

민주는 자신의 의지대로 성장하지 않았다. 초중학교는 교육청에서, 고등학교는 중학교 성적이, 대학은 수능성적이 일러주는 곳으로 다녔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아버지가 원한 언론사, 어머니가 바란 대기업, 차선책이라던 공기업까지 다 떨어지고 공무원 시험마저 3년째 낙방했다. 아버지에게서 개자식이나 간장 종지라는 말을 들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민주는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참다못한 가족이 그에게 집에서 나가주길 요구했다. 집을 떠나 고시텔 생활을 하다가 그마저도 방세를 낼 수 없게 되자 부랑자 생활을 하던 끝에 무곡으로 향했다. 무곡의 망아산을 올라 도착한 영장류센터에서 민주는 이진이를 처음 본다. 그녀에 대한 첫느낌은 다정한 그녀였다. 이 감정이 남아 보노보에 빙의된 진이를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비록 처음에는 돈을 요구했지만). 살고는 싶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민주에게 진이는 목적을 제공해주었다.

 

고른 물건들을 쟁반에 담고 카운터로 향하자 간장 종지가 재잘대기 시작했다. 괜한 일로 신세 망치지 마.

안다. 멈춰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일단 시작하면 돌이키지 못하리라는 것도 안다. 비루하나마 사회적 궤도 안을 맴돌던 내 삶이 완전히 전복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머릿속에서 끈질기게 울리는 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동어반복적이고, 자기증폭적인 소리였다.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야. - p.271

 

각자 삶에 대한 방식: 진이

 

모퉁이를 하나 돌면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나는 철석같이 믿었다. 그 믿음은 내 삶을 지탱해온 신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바로 신앙을 버리는 짓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자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 p.303

  

진이는 앞만 보고 살아왔다. 삶이란 길이 여러 모퉁이를 꺾어야 한다면, 그녀는 모퉁이 너머를 미리 추측하지 않았다. 낙관적인 결론이 있으리라 여기며 굳건히 걸었다. 빚을 남기고 죽은 아버지 대신 홀로 진이를 강하게 키운 어머니가 가르친 방식이었다.

 

삶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는 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 p.293

 

그래서 죽음에 가까운 사고를 겪으면서도 그녀는 지니 안에 있으면서도 살기 위해 바둥거렸다. 민주에게 무리하면서까지 자신의 본체가 입원한 병원으로 향한 이유였다. 하지만 지니의 기억을 훑으며, 그것도 자신이 킨샤사에서 못 본 척 도망친 밀렵된 보노보가 지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죽어가는 자신이 살아 있는 지니의 삶에 침범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침입자 주제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한 것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이는 지니에게 삶을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각자 삶에 대한 방식: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언젠가 죽는다라는 명제 빼곤 정해져 있는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마저도 정확한 시일을 모르니 아주 확실한 미래도 아니다. 이런 태도가 예전에는 이상한 사상을 심어주었다. ‘어차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충 살아야지’,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을 노려보자같은 중2병 사상. 부끄럽게도 게임 열심히 하던 시기까지 가지고 있었다.

  

게임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치환하면서부터는 운명을 믿지 않는 태도는 같으나 다른 사상이 심겼다. ‘정해진 것은 없으니 내가 꾸릴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이루었고, 지금의 선택이 나중의 나를 만든다.’ 방황하고 있어도 건강한 삶을 지낸다는 자부심이 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린 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정유정 작가는 진이, 지니를 통해 나에게 일단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위로해주었다. 민주가 박탈감과 무기력을 겪었으면서도 살아 있었기에 진이와 지니를 만났던 것처럼, 진이가 지니를 통해 생명을 유지했기에 죽음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삶의 의미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의 답을 구가하는 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방향은 확실하다. 살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사춘기 때의 혼란도, 대학 시절에 겪은 우울증도, 몇 달 전까지의 게임 중독도 지금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하나의 가르침으로 남아 있다. 요즘 나의 방황도 살아 있다면 인생의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다른 생각 하나

  

개인적으로 사는 것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것살아내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것’. 뭐가 낫고 뭐가 별로의 문제는 아니다. 각자의 지향점이 아닐까.

  

살아가는 것은 세상 흐름에 삶을 맡긴다. 위험이나 두려움에 얽히지 않고 무난함이 목적이다. 보통 평범하게, 라고 말하는 그것. 하지만 발전만큼 어려운 게 유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이다. ‘살아내는 것은 극복하는 삶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의 반대를 극복하고, 기존을 극복한다. 창발성이 필요한 태도라 역시 쉽지 않다. 나는 사실 이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현재 나는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선을 넘어가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살아 있는 게 뭐가 어려워?’하겠지만, 그래, 일부한테는 쉬울 수 있겠다. 하지만 민주 같은 입장이라면,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나처럼 방황하고 있다면? 지니의 삶을 진이가 훔칠 수 없는 것처럼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폄하하면 안 된다. 그에게 그 삶이 최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든 걸 용인하며 살 수는 없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에야.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폄하하는 부류는 욕먹어도 싸다. 반성하지 않는 무례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유정하면 서스펜스 스릴러의 몰입도와 문장력이 대표적이다. 그녀의 전작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이 그랬다(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이번 소설은 다른 장르다. 띠지에도 나왔듯이 따스하고, 다정하고, 뭉클한내용이다. 그래서 방심했다. 만약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정유정 작가가 감동물이라고? 서스펜스와 스릴은 느낄 수 없겠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당장 갖다 버려도 좋다. 그녀의 문장력은 이미 장르를 초월했으니까.

  

지승호 작가와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집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까지 읽고 나면 그녀의 작품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동시에 이런 필력이 어떻게 나왔는지도. 진이, 지니독서는 정유정 작가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P.S 한기준이 나와서 반가웠다. 28을 읽으면 한기준의 태도가 확 이해가 간다. 그러니 그녀의 작품은 전부 읽자.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조만간 읽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나는 그따위로 살지 않았다. 시험에 떨어졌다는 건 결과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근거는 아니었다. 빈둥대는 걸로 보여도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뭘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할 일의 대부분을 차지하긴 했지만. - p.37- P37

고른 물건들을 쟁반에 담고 카운터로 향하자 간장 종지가 재잘대기 시작했다. 괜한 일로 신세 망치지 마.

안다. 멈춰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일단 시작하면 돌이키지 못하리라는 것도 안다. 비루하나마 사회적 궤도 안을 맴돌던 내 삶이 완전히 전복되리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머릿속에서 끈질기게 울리는 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동어반복적이고, 자기증폭적인 소리였다.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야. - p.271
- P271

모퉁이를 하나 돌면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나는 철석같이 믿었다. 그 믿음은 내 삶을 지탱해온 신앙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바로 신앙을 버리는 짓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자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 p.303- P303

삶은 살아 있는 자의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는 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 p.293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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