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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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질문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와 직결된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는 왜 질문해야 하는가'하는 좀 더 근원적인 질문에 다다른다.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질문의 방향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로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가 이제까지 하고 있던 연구는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것을 다시 꺼내어 '맞추어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쓰고 있다.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기에,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고(38쪽). 그러니 우리의 사고는 공자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일 수밖에.

그런 우리에게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대작 <수학 원리>는 굉장히 큰 충격을 안긴다. 1910년부터 1927년까지 무려 십칠 년 동안 그들은 단순한 몇 가지 공리들을 시작으로 논리와 집합 이론만을 통해 수학의 모든 진리를 증명하려 했다. 360여 쪽에 이르러서야 겨우 '1+1=2'라는 사실을 증명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329쪽) 그들의 연구는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진리를 향한 끈질긴 질문과 집념이 있어 가능했다.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배철현 교수가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썼듯, '질문'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문지방이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은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게 해주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 순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질문은 지금껏 매달려 온 신념이나 편견을 넘어 낯선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하는 진실한 자신을 찾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문이다. 그 질문들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데서 오기도 한다.

저자는 그 '질문'들을 찾는데, 주로 고전을 이용했던 것 같다. 과학에는 문외한이라 과학자의 시선이 궁금했는데, 외려 그 끝에는 문학과 예술, 철학이 있었다. 저자는 이 책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통해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인상적인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가벼운 필체로 쓰고 있다. 해서, 친한 교수님께 좋은 책 몇 권을 소개받는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움베르트 에코가 특히 자주 등장했고, 줌파 라이히와 사르트르, 랭보 역시 반가운 이름들이었다.

 

언어의 해상도는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다. 모든 표현은 결국 왜곡이라는 말이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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