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고 스피노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물 닦고 스피노자 -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신승철 지음 / 동녘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하세요! 알라딘 신간평가단 12기로 활동중인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의 셜키입니다.


2012년 12월 추천신간으로 '죽음이란 무엇인가' , '눈물 닦고 스피노자' 라는 두 권이 선정되었었습니다. 이번 달 도서는 두 권 모두 평소 전혀 일면이 없던 철학 쪽 분야라 그저 읽는 것은 물론 읽고 이해하는 데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12월 신간으로 추천된 '눈물 닦고 스피노자' 라는 책에 대한 생각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의 책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17세기를 대표하는 네덜란드의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에 대한 내용을 '김철수'라는 인물의 스토리에 대입하여 소설적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려울 법한 철학적 개념을 나름 가벼운 분위기로 풀어나가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우울증, 피해망상증, 강박증, 공황장애, 공포증 등 14가지의 다양한 정신적, 심리적 질병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치유하는 식의 구성상 목적을 띠고 있습니다. 14개의 챕터에서 주인공 김철수씨는 주변에서 여러 정신적 질병에 관한 상황을 인지하고 그것을 스피노자와 대담하는 식으로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대한 개념을 풀어주는 형식입니다. 책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라는 부제를 친절히 붙여놓았습니다. ( 철수씨와 스피노자와 시공간을 거슬러 고시원 화장실 거울을 통해 대면한다는 식의 설정이라던지 스토리가 많이 부족하여 소설이라기에는 무리도 있습니다만.)



▶정신질환들과 김철수씨의 삶


김철수씨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한편으로는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벌이를 전전하고있는 인물로서 한국사회의 쓸쓸한 청년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이해가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목적 외에도, 소설적 전개(김철수씨가 14가지의 챕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식) 바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안타까운 점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서로다른 '정신질환'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공포증, 피해망상증,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문제가 우리 사회의 모순으로부터 기인함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그렇다면 왜 하필 스피노자의 '에티카'일까요? 에티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 세대의 사회 모순으로부터 발병하는 정신질환들을 치유하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스피노자는 1632년 네덜란드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신생국가로써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적, 공간적인 영향 덕에 스피노자의 철학주의는 '자유'와 '예속에 대한 반대'로 흐르게 됩니다. 스피노자는 예속을 벗어난 자유의 철학을 주장했습니다.


특히 스피노자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예속되고 빠져버리는 것들에 대해 경계를 하고 의문을 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구원을 위한 것인 양 자신들의 예속을 위해 싸우고 한 사람의 허영을 위해 피와 목숨을 바치는 것을 수치가 아니라 최고의 영예라 믿는다.” 라며 미신을 비판하고 어떻게 하면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속으로 벗어날 수 있을지' 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정리들이 '에티카'에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많은 한계들은 우리의 경제적 여건과 꿈을 제한하고, 개인의 질서와 마음을 예속시킵니다. 이것이 심하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게 되구요. 반대로 이런 이유로 예속된 사람들이 가지는 정신질환을 '예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통해 치유하고자 합니다.


▶예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책을 읽다보면 14개의 챕터에서 공유하는 개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바로 '사랑과 욕망의 원리', '내재적 역능', '혁명','변용'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개념은 서로 얽혀있는데요, 먼저 '사랑과 욕망의 원리'란 '혁명' 또는 '변용'을 위한 필수적인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는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으며 오직 사랑과 욕망의 원리(형이상학적 용어라 짧은 경험탓에 참 뜻은 아직 마음에 와 닿지 못한듯 합니다.) 에 의해서만 치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과 욕망의 원리'에 의해서 우리의 삶과 세계를 자기조직화 할 때 치유의 경로가 개척된다고 스피노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의 삶과 세계를 자기조직화하여 치유의 경로로 향하는 과정들을 그는 '혁명'이라 부르고 '변용'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혁명'이란 단어는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데요, 국가를 전복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혁명만이 아니라 '생활 속 미세한 관계망의 변화' 역시 정신질환을 치유하는 데에 있어 중요합니다.


▶삶의 긍정과 자유의 철학


공포의 정서와 예속의 상태에 익숙한 시대에 스피노자는 이러한 긍정과 자유의 철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그의 저서 '에티카'는 그의 살아 생전에 출간하지도 못했습니다. '에티카'로부터 인용된 여러 정리들이 챕터마다 나오는데, 최종적으론 '삶의 긍정과 자유의 철학'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서도 마지막 장에서야 그 내용이 마무리격으로 나오구요.


진정한 자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신, 자기 자신의 내재적 지평 등에 대한 자유를 주장해온 그는 마지막으로 '공포'에 대해 그의 자유의 철학을 펼칩니다.


  • 신, 즉 자연이 지닌 질서를 이해하는 자는 신을 사랑할 수 있을 뿐 결코 복종할 수 없다.

  •  삶을 긍정하는 자만이 죽음이 주는 공포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 공포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한편, 그는 '삶의 긍정'을 대단히 긍정하며, 희망이든 공포든 '예속'을 빼고 생각합니다. 


희망은 우리들이 그 결과에 관하여 의심하는 미래나 과거의사물의 표상상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기쁨일 뿐이다. 이에 반하여 공포는 마찬가지로 의심되는 사물의 표상상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슬픔이다. 그런데 만일 이들 정서에서 의심이 제거되면 희망은 안도가 되고 공포는 절망이 된다. <에티카 3부 정리 18 주석2>


이 내용은 상당히 쇼킹했습니다. 결국 희망과 공포는 다를 바 없으니 공포에 대해서도 특별히 여길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공포 없는 희망은 없으며 희망 없는 공포도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곧 존재하는 동안의 '삶 자체의 긍정'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치유의 길을 걷는 방법이며 곧 여러 심리적 질환으로부터 자신의 내재적 지평을 사랑과 욕망의 원리에 입각하여 변용시켜 혁명에 도달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희망과 공포는 그 개념은 같다지만 그 욕망의 크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생산과 긍정의 에너지가 자신의 삶의 배치를 바꾸고 미래로 가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합니다. 이를 '삶을 재배치'한다고 하며 미래로 달려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여러 심리적인 고민들로 무기력하고 우울하신가요? 그렇다면 스피노자의 철학을 생각해보면서, 죽음과 예속에 대한 고민을 떨쳐내고, 삶 자체를 긍정하고 '나'를 바꿔가는(혁명!) 노력이 필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