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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류신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류신 또는 구보 또는 벤야민. 


"이 책을 소설가 구보 씨와 산책자 발터 벤야민에게 바친다."


중앙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교수인 류신이 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맨 첫 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터 벤야민과 구보 씨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20세기 사상계의 전위에 섰던 독일 문예 비평가 발터 벤야민, 그리고 1930년대 박태원의 단편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소설가 구보 씨. 아마도 벤야민과 구보 씨가 살았던 시기는 비슷할 테고, 시간적인 공통점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벤야민은 세계대전 속 유럽에 살았고, 구보 씨는 일제 식민지 속 한반도에 살았다. 장소적인 차이점, 그런데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2013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 그럼 정리해 보자.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주인공 '구보'는 1930년대 소설가 구보 씨와 장소적으로 일치하는 반면(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장소라고 볼 수는 없다), 벤야민과는 일단 접점이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좀 필요할 듯싶다.


"<아케이드 프로젝트>. 벤야민은 19세기 초반 '세기의 수도' 프랑스 파리에 등장한 새로운 쇼핑 공간을 미시적으로 탐사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기원을 천착했다."


이게 바로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제목이 나오게 된 이유다. 벤야민의 머리(이론)가 '(파리)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면, 류신은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벤야민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라가는데, 온갖 문헌에서 발췌한 인용문과 그에 대한 짧은 주석과 단상이 곧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류신은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있는 문학 평론(문화 비평)을 쓰고 싶었다"며 소설이면서 동시에 평론을 글을 쓰게 된다. 비평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기 위해 '소설가 구보 씨'를 패러디한 삼인칭 화자를 도입했고, 하루동안 서울이라는 시공간에서 '산책자 구보 씨'가 걷고 보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다.


벤야민의 머리와 구보 씨의 다리로 서울을 산책했으니, 등장하는 장소들은 모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뭐랄까 좀 생경한 측면이 있다. 부제가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이고 이 책 자체가 '문화 비평서'이기 때문에, 온갖 문헌에서 발췌한 인용문과 그에 대한 짧은 주석과 단상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상당히 낯선 인용도 꽤 있고, 기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별로 일상적이지 않다. 어려운 단어들을 따로 설명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문체도 그리 평이하지는 않다.


그래도 저자는 '재미있는' 평론을 쓰고 싶었다며 최대한 익숙한 소재들을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부분적인 이해는 좀 막힐지 몰라도 전체적인 이해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듯싶다. 인용과 주석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그냥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단상이려니 생각하며 전반적인 맥락으로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나름대로의 관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더 편리할지도 모르겠다.


목차를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방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장소와 풍경이 구보 씨의 이동경로다. 게다가 최신 출간 서적인 만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도 인용되어 있고 심지어 소녀시대에 대한 단상도 보인다. 네일숍 붐에 관한 얘기도 있고, G20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도 있다.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비평서가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었으며, 독자 입장에서는 지엽적인 난해함에 얽매이지 않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미덕은 아마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도 하고, 어려운 이론을 친숙한 사례로 풀어보기도 하는, 이런 절묘한 상호보완의 내러티브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들고 직접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에 가서 공감각적으로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현장감). 여기에 덧붙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용문의 원본도 한 번씩 찾아보면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했다. 어차피 문화 비평서를 읽으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그 정도 수고로움은 각오한 것 아닌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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