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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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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그림과 글씨를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한 유홍준의 명작 해설.

 

너무나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예술평론가 유홍준의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서화 49점에 대한 해설을 모은 책이다. 유홍준의 말에 따르면, "한 화가가 어떤 계기로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사회적·예술적 배경이 있었으며, 화가의 예술적 노력과 특징이 그림에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액면 그대로 친절하게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명작순례>를 읽어 보면 모두가 그렇게 느끼겠지만, 꼭 저자의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정말로 편안하고 복잡하지 않은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옛 그림과 글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고, 말 그대로 감상 '입문서'로서 거의 완벽한 미덕을 갖추고 있다. 그냥 소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굉장히 부드러운 책이며, 별로 두껍지도 않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곳 하나 모난 데가 없고, 그냥 읽는 족족 쉽게 다 넘어간다.

 

게다가 시대순 목차이기에 앞뒤로 약간씩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49점 개별 작품에 대한 해설서라서,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그저 아무거나 그때 그때 읽고 싶은 것만 골라 읽어도 상관 없으며, 몇 개 읽고 한참 뒤에 다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화장실에 두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각 작품 해설 분량도 한 번 볼일 보는 동안 읽기에 적당하고, 내용 자체도 편하게 머리 식히기에 알맞다.

 

매일 한 꼭지씩 설렁설렁 읽으면 되고, 볼일이 끝나면 다시 변기 옆에 놔두자. 다 읽는 데에 한 두 달 가까이 걸릴 텐데, 그 두 달 동안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기초적인 안목이 서서히 길러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스스로 공부해 오지 않은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시대 명작에 대해 문외한일 테지만, 전혀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봤듯이, 유홍준은 이쪽 분야에서의 '대중적'인 글쓰기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다.

 

우리가 멀티플렉스에 상업영화를 보러 가면서 공부할 생각으로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냥 두 시간 동안 즐기러 가는 것이다.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 감상 입문서 <명작순례>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지 말고, 그저 멋진 글씨와 그림을 즐기는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물론 옛날 작품들이기에 한자나 전문용어가 좀 등장하긴 하지만, 이런 것들을 억지로 다 이해하려고만 들지 않는다면 별로 문제될 것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500년 조선왕조의 직접적인 후손이면서도 언제 한 번이라도 제대로 조선시대의 그림과 글씨를 관심 갖고 살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서양 미술사의 유명 화가들 이름을 한 쪽에 쭈욱 써보고, 그 옆에는 자기가 아는 조선시대 화가들 이름을 다 써보라. 어느 쪽 개수가 더 많은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십중팔구는 서양 미술사 화가들 이름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용어나 한자를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보다는 일단 조선시대의 글씨나 그림과 친근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사실 개인적으로도 <명작순례>에 등장하는 예술가들 이름 중에 원래 알았던 사람은 겨우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나머지 대다수는 이제까지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니 난생 처음 이름을 알게 되고, 거기에 더해서 대표작까지 보는 것 자체가 모두 새로운 일이다.

 

서양 미술 작품보다 우리의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가 훨씬 더 낯선 현실 속에서, 유홍준의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은 상당히 소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마다 한 꼭지씩 읽어도 될 정도로 부담 없는 볼륨이고, 한자나 전문용어를 몰라도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저자의 주특기인 대중적 글쓰기가 여지없이 빛을 발하고 있으며, 형식적으로도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서술을 하고 있기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서양 미술사 화가들의 이름을 아는 만큼은, 우리가 조선시대 화가들의 이름을 알아야 되지 않을까? 그 첫걸음을 유홍준의 <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으로 시작함이 어떠한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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