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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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이상 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제일 마지막에 실렸던 글이다. 대상에 대한 찬사가 가득했고, 대상을 받은 작가의 말도 감격스럽게 올라와 있었지만 나를 울린 것은 [침이 고인다]였다. 학원 강사를 하는 주인공의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엄마에게 버림 받은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찬란한 청춘이라는 슬픈 이십대를 보내고 있는 가엾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제 몫을 하기는 어려워진 세상, 그리고 버림 받는 것에 익숙해진 젊음. 김애란의 글에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안타까운 젊음에 대한 그림이 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만큼 자세하고 진실한 심리의 묘사.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서울 주변부에서 '지나가는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간절한 하나의 공간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고였다. 펑펑 울어버리면 꿋꿋이 견디고 있는 저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지만 마음이 자꾸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 고였다.

이런 위로, 저런 격려보다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훨씬 고마울 때가 있다. 김애란의 글은 언제나 담담히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비춘다. 슬픔을 슬픔 같지 않게, 그래서 더 많은 눈물이 고이도록. 그래서 나는 김애란의 글이 좋다. 앞으로도 따뜻한 시선과 정갈한 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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