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미국 학교의 연간 수업일수가 평균 180일인 반면 아시아에서는 수업일수가 200일이 넘는다. 한국 어린이는 학교에서 30일 이상을 더 보낸다 p.161


이 책은 서구가 어떻게 기득권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예상되는 미래는 무엇인지(파국), 무엇이 파국적인 미래를 막을 수 있는 방향인지 설득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특히 부러움에 찬듯한 저자의 위와같은 목소리는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서술된 내용인지 잘 드러내준다.


저자가 지적하는 서구의 실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1. 잘못된 자원배분 - 의료, 농업 등이 아닌 증권거래등 비생산적인  곳에 투입. 
2. 특허 및 기술의 개방 - 기술을 공짜로 넘겨주거나 힘들게 개발한 의약품 헐값 판매
3. 교육 부실  
4.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소수 민간기업이 파생된 이득을 독점하는 경제 구조.
등등 이다. 

서구 기업들은 낮은 생산비에 현혹돼 신흥국에 떼지어 몰려가 공장을 차렸다. 그러나 서구가 실제로 맞바꾼 것은 자신이 암묵적으로 용인한 지적재산권의 불법이전이었다.  p.190  

.. 이런 기술이 주식중개업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그리고 빨리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을 빼고는 도대체 무슨 기여를 했단 말인가?  

(원자력은) 상대적인 기준에서 여전히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 p.207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논조와 생각이 나와 맞지 않은 탓이 우선 크지만 공평하지 못한 내용전개도 한 몫을 했다.  


지적재산권을 예로 들어보자.
장하준 교수의 책 [국가의 역할]을 보면 서구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그 책에 의하면 서구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남들의 기술을 빼오는데 열심이었다. 그리하여 남과 대등해지거나 넘어서게되면 그때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게 된것이다. 영국, 미국이 그 대표적인 국가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들의 순수한 창조물을 비서구세계에서 불법으로 빼앗아가고 있는것 처럼 말한다.  그들의 과거를 비추어봐도 그렇거니와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되는 기술마저 '불법'꼬리를 붙이니 매우 불공평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의약품은 어떠한가? 십 년 이상 고생해서 만든 약을 50년 밖에 독점생산하지 못하고 또 개도국 등 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는 저렴하게 팔수 밖에 없어 제약회사들이 망할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제약회사들이 알부자라는 사실은 들어봤어도 약을 싸게 팔아서 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실증할만한 사례를 들 수 있을까?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시선은 에너지에 대한 것이다.
고갈되어가는 에너지원으로 인한 서구의 외세 종속에 대해 우려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는데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원자력보다 더 위험한 것도 있었나? 그것만이 아니다.  집집마다 여러대의 자동차를 보유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형인 미국인들의 습관은 고치기 어려우니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제기하는 태도에 이르러서 나는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여러 사안에 대해서 의문이 들뿐 아니라 나같은 일반인조차도 다양한 반론, 다양한 반대 사례를 들 수 있다.(일일이 쓰지는 않겠다)  이런 적반하장식(비서구세계에 서구국가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편견으로 책을 채웠다면 뭔가 사연이 있지 싶었다.  그래서 혹시 저자와 제약회사나 에너지 기업과의 관련성이나 다른 단서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을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중에 번득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니얼 퍼거슨의 제자다.'

니얼 퍼거슨이라면 근래 나온 '시빌라이제이션'의 저자고, 마침 그 책에 대한 김기협의 서평에서 퍼거슨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다. 거기에는 퍼거슨에 대해 이렇게 씌여 있다.(원문바로가기)

(중략)  퍼거슨이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는 결코 아니다. 내가 역사학자들을 좀 아니까, 나를 믿어주기 바란다. 그가 낸 책 중 <The House of Rothschild> 두 책(1998, 1999년)이 뛰어난 평판을 누렸고, <증오의 세기(War of the World)>(이현주 옮김, 민음사 펴냄)가 상당한 평판을 받은 외에는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리뷰 중에 역사 연구서로 높이 평가한 것을 보지 못했다. (중략)  퍼거슨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라면 나부터 역사학도 아닌 척하고 싶다. (으~ 쪽팔려!)   - 서평자  역사학자 김기협

동료 학자들은 퍼거슨의 학문에 대한 자세에 의문을 표해 왔다. <The Washington Monthly> 편집자 벤저민 월리스-웰스는 이렇게 말했다. "<The House of Rothschild>가 아직까지 퍼거슨이 상을 타고 다른 역사학자들의 평가를 널리 얻은 유일한 책으로 남아 있다. 연구자는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주장을 하기 힘들다. <The House of Rothschild>는 퍼거슨이 독자적 문헌 조사를 행한 마지막 책이고, 그 책에서는 주제에 대한 세밀한 이해 때문에 거창한 주장을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명한 냉전 시대 연구자 존 루이스 개디스는 퍼거슨이 독보적인 "폭과 생산력과 시야"를 가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업적에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또한 "퍼거슨의 주장 중에는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 김기협의 서평에서 인용된 위키피디아의 내용



선생과 제자가 똑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누구 밑에서 배웠는지 드러내는 경우는 대개 연구방법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다.  이제야 의아했던 내용들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그리고 중요한건 이 책에 의하면 한국(은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은 최소한 미국보다는 잘 하고 있다는 것.  이 책에 동의하든 안하든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미 2008년 위기로 한계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이 책에서조차 비판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를 적극 추종하는 인물이 이 책의 추천사(뒷표지)를 덧붙인 것에 대해서는 ... 기가 막혀서 아무말 더 하지 않겠다. 

 

덧. 저자 담비사 모요는 미국판 공병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