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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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 시인의 <은유의 힘>에 들어있는 글들은 대략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시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 그리고 다른 시인의 시를 읽고 감상하는 글,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처럼 시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에 대한 은유와 그에 대한 단상이 담긴 글들이다. 아무래도 시 자체에 대한 글이 가장 이해가 잘 되고 공감하기도 가장 쉬웠던 것 같다. 다른 신인의 시에 대한 감상에 대한 글도 시에 대한 해설적인 내용이라 그리 어려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은유에 대한 글은 읽기 어려웠는데, 시인인 저자가 쓰는 또 다른 형식의 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감상하는 노력이 필요한 글이었다. 긴 호흡으로 행간에 담긴 저자의 생각과 더불어 책을 읽는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면서 읽어할 글들이라 한 번 읽기보다는 두고두고 읽으면서 감상하여야 할 듯하다.


시에 대한 저자의 글은 무척 공감이 갔다. 저자가 이야기한 것 처럼 시라는 것이 먹고사는 데 그리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이 생을 살아가면서 접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두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유발 하라리가 현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이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는 점이라 하였으니, 시를 쓰고 감상하는 행위야 말로 인류를 인류답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신 자유주의의 득세로 인하여 그런 철학, 예술적인 일보다는 경제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추세는 (시인의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정말 가슴이 답답해질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가 문학이나 인문학분야에서만 이야기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된 역사관, 사회관을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일에 빠지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공계 교수출신 장관후보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너무나 천박하게 되었다고 느낀다. 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소중한 지 완전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알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여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많은 시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는 아틸라 요제프의 일곱번째 사람이었다. 시인 (또는 작가)의 감성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정말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으면 시인 되기가 너무 어려워 보인다. 어떻게 그런 감성을 가지고 전 생애를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에만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에는 

적에게 일곱 사람을 보여라-

일요일 하루는 쉬는 사람

월요일에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

대가 없이 가르치는 사람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운 사람

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

야만의 선조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

하지만 그들의 재주로는 충분하ㅣ 않아-

너 자신이 일곱번 째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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