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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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패전 후 몰락한 일본 귀족의 삶을 표현한 소설이다. 우리나라를 침략하였다가 전쟁에 패망한 국가 귀족이 몰락하는 과정이라 동정심이나 감정이입은 어렵고 관망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최대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침략국가라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에 대입하면서 작품이나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자중화자인 가즈코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 나오지, 그리고 그와 술친구 정도되는 우에하라가 있는데, 책을 읽으며 계속 드는 생각은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가즈코가 가지고 있는 3가지 가치관 또는 인격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계속해서 어려워지는 가정형편 속에서도 품위와 아름다움을 지키는 어머니의 모습은 몰락한 일본 귀족의 자부심으로 느껴졌다. 가즈코의 어머니를 묘사하는 부분은 슬픔을 바닥에 깔고 있어도 언제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가 자신의 애정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으로 흐르면서 병약해지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작가 다자이 오사무나 다른 일본인들 역시 가장 애정하지만 역사의 물결 속에서 사라지는 일본의 과거의 영광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는 가오코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며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남동생 나오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그녀의 가치관도 그 남동생과 비슷하게 변한다. 혁명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운동에 참가하는 등의 실천은 하지 못하는데, 기존에 가졌던 생각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가치관 등이 충돌하면서 혼동을 겪다가 나오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가즈코도 우에하라을 찾아나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한다. 나오지의 삶과 자살이 변명으로 가득한 비겁으로 가득하였듯이, 가즈코의 마지막 선택도 스스로의 애정을 찾은 결정이었다고 말하지만 역시 비겁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다만, 자신의 삶보다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나머지 삶을 그를 위해 살 것으로 보이는 모습에서 가치관의 판단이나 결정 등은 후손에게 미루고, 자신은 그 후손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한 전후의 일본인들이나 민주주의나 평등의 성취는 뒤로 미루고 자신의 삶을 희생한 우리나라의 기성세대의 모습이 살짝 엿보이기도 한다.

 

전쟁 침략국가에서 패망국으로 바뀐 입장이라 어떤 경우에도 당당할 수는 없지만, 모든 문제가 외부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가 고통받는 모습을 탐미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들이 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변태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글을 옮기며 그 속마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대체 우리에게 죄가 있는 걸까요? 귀족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의 죄일까요? 오직 그런 집안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영원히, 이를테면 유다의 인척들처럼 굽실거리고 사죄하고 부끄러워하며 살아야 하다니.

나는 좀 더 일찍 죽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어머니의 애정. 그것을 생각하면 죽을 수 없었어요. 인간은 자유롭게 살 권리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도 가졌지만,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죽음의 권리는 유보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건 동시에 ‘어머니’마저 죽이고 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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