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니나 그리고르브나의 무덤을 찾아갔나
송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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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몇번 들었지만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작가였던 송영. 그의 유고집을 통해 그와 처음 접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책에 실린 그의 데뷰작인 추계를 제외하고는 그의 삶,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몇번이 묶은 책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꾸며넣은 이야기가 거의 없이 느껴지므로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집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타국에서 느끼는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개인의 사유를 담은 내용이 많은데, 특히 러시아 여행이 처음 허가되면서(냉전이 끝나고 사회주의가 무너지는 시기의)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느끼는 느낌이 담겨져 있어 새롭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익는 것은 무척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 작품 <화렌의 연인>이나 표제작인 <나는 왜 니나 그리고고르브나의 무덤을 찾아갔나>는 작가가 이야기를 끝냊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서 무척 아쉬운 느낌이 든다. 특히 <나는 왜 니나 그리고고르브나의 무덤을 찾아갔나>는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이념의 시대가 끝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지식인의 심정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 지 무척 궁금한 결정적인 장면에서 끝나버려 아쉬운 느낌을 준다.

<라면열봉지와 50달러>는 정말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회주의가 무너지는 혼동스러운 시기에 작가가 러시아를 방문할 때 마땅히 먹을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지고 갖던 라면 10봉지를 현지에서 만난 한국말 잘하는 젊은 러시아 청년을 만나 선물로 주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교류하는 시간은 무척 짧았고 국적이나 나이 등도 두사람의 차이가 무척 컸지만 서로를 알아보고 오랜시간에 걸쳐 우정을 이어가게 되는데, 이 러시아 청년이 바로 박노자 교수이고 저자는 그의 주례도 서게 된다.

작품을 처음 읽지만, 내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세상과 사람을 보는 방법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친근하게 느껴지고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겪은 문단이나 정치인 주변의 이야기도 섞여 있어 제법 흥미로왔다. 박노자와 연관된 또 하나의 작품< 발로자를 위하여> 등은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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