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건축, 건축이 된 그림 2 - 모던의 유혹, 탐색의 시대
김홍기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런 종류의 드나듦은 매혹적이다. 그림이 된 건축. 그리고 건축이 된 그림.

서로 다른 빛깔의 예술적 교감이 만나는 곳을 추적하는 일엔 늘 설렘이 뒤따른다. 이 책을 펼쳐들기 전 마음이 들떴던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통해 격동의 시기, 19세기를 보여준다.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예술 장르는 회화와 건축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것은 미술과 건축이지만, 음악과 문학, 영화까지 자연스레 녹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야기는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번째 책이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 시작되었다면 두 번째 책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구현되는 19세기의 공간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모네가 그린 생라자르역, 증기기관차가 그려진 터너의 그림을 통해 ‘속도미학’을 이야기하며 생라자르역을 배경으로 쓴 에밀 졸라의 소설, 영화 <남과 여>에서 이별의 장소로서 등장한 생라자르역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이야기의 주제가 철 건축의 등장으로 인한 건축 방식의 변화, “근대성의 상징”으로서의 철도역사라고 한다면 그 속에 철도를 소재로 삼은 다양한 그림들과 소설, 영화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상징이 된 에펠탑.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런 역사를 엿보는 일도 꽤 흥미로웠다. 철로 대변되는 19세기의 공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에펠탑은 1000피트로 상징되는 “인류 문명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단한 기획”이었지만 “거대한 야만적 구조물”이라 하여 예술가들의 만만찮은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다. 에펠탑에 영감을 얻어 ‘그노시엔’을 작곡한 에릭 사티, “파리에서 유일하게 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서 에펠탑에서 식사를 하곤 했던 모파상, 그리고 화가들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났던 에펠탑이지만 51점이나 에펠탑을 그린 들로네의 이야기까지 철거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파리를 지키고 있는 에펠탑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다양한 예술적 장르들을 거치며 흥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여러 예술가들을 따라 다양한 문화 탐험을 하듯 읽을 수 있다. 모네를 따라 생라자르역을, 터너와 영국 의회의사당을, 드가와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들로네와 에펠탑을, 그리고 워커 에번스와 브루클린 브리지까지 다양한 공간들을 여러 가지 빛깔의 예술적 시선에서 둘러볼 수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회화와 건축이 지닌 고유한 특질, “소진된 역사의 기억을 진실의 눈으로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능력” 때문일까. 기억을 환기시키는 그 강렬한 힘 덕분에 19세기로 떠난 여행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시각성이 두드러지는 두 가지의 장르, 건축과 미술을 주인공으로 선정하여 지나간 세기를 돌아보는 것은 근사한 방법임에 분명한 것 같다.

서문에는 “건축은 말하는 텍스트”라는, 18세기 프랑스 건축가들의 말이 인용되어 있는데 이것은 미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회화와 건축물 사이를 넘나드는 작업은 그래서 흥미로울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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