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수탉, 자유를 꿈꾸다!

열혈 수탉 분투기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6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션위엔위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이 책은 식용닭으로 팔려나가기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수탉의 이야기이다.중국의 어느 농가에서 토종병아리들이 태어난다. 그들 중 주인공 ‘나’는 눈물을 흘릴 줄 알며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또 주인 여자의 성별 검사 때는 치욕감을, 주인이 유럽 수탉만 특별히 보살필 때에는 배신감을, 조류독감으로 다른 양계장의 닭들이 모두 죽을 때에는 허무함을 느끼는 등 다른 병아리들과는 다른, 특별한 병아리이다. 수평아리인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인 여자의 성별 검사 때 암평아리로 분류되어 식용 닭으로 팔려나가거나 밥상에 올라가는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의 몸에서 수탉의 성징이 나타나면서 결국 다른 수평아리들과 우두머리 수탉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된다.

‘나’는 생각이 없는 다른 수평아리들과는 달리 다른 수평아리들을 구해준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했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자유를 찾아준 셈이다. ‘나’는 지금까지 라이벌인 하얀 깃털과의 갈등, ‘가짜 양키’ 이모의 자살, ‘나’에게 언제나 영웅이었던 아빠의 죽음,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하얀 깃털과의 헤어짐, 우두머리 수탉으로써의 이웃집 얼룩무늬 수탉과의 싸움 그리고 첫사랑 롱롱과의 이별 등 많은 시련과 아픔을 견뎌내고 훌륭한 우두머리 수탉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나’는 새로 태어나는 수백 마리의 햇병아리들이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고스란히 겪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토종닭 가족들을 데리고 자유를 찾아 정들었던 마당을 떠난다.

 주인공 수평아리 ‘나’는 특별하다. 먹는 것과 우두머리 수탉자리에만 관심있는 다른 수평아리들과는 달리 생각이 깊고 조용히 사는 것보다는 자유를 그리워하는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토종닭이다. 우두머리 수탉인 ‘나’의 아빠는 다른 수평아리들과는 다른 ‘나’를 걱정하고 이해해주는 따뜻한 수탉이다. 또 자신의 목숨이 위험함에도 목숨을 걸고 옆집수탉과 족제비로부터 토종닭 가족들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수탉이다.

‘가짜 양키’이모는 정확히는 토종닭이 아닌 서양닭으로, 알을 매일 꼬박꼬박 한 개씩 낳아 주인여자에게 총애를 받는 암탉이다. 알 낳는 자리의 개선을 위해 단식 시위를 하지만 주인 여자는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주인 여자에게 반항하다 죽고 만다. 하얀 깃털은 ‘나’의 라이벌이다. ‘나’와 우두머리 수탉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라이벌이지만 옆집 수탉과의 싸움에서 져 주인집 밥상에 오르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나’가 구해주자 ‘나’에게 고마워하고 토종닭 가족들을 볼 수 있는 참나무 위에서 숨을 거둔다.

  ‘나’는 잘 먹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우두머리 수탉 자리를 포기하고 자유를 꿈꾼다. 식용 닭으로 팔려가거나 주인의 밥상에 오르는 정해진 운명에서 순종하지 않고 자유를 찾기 위해 토종닭 식구들을 데리고 마당을 떠난다. 작가는 ‘나’가 자신의 삶의 진짜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원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정체성과 자아를 찾게 해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황선미 작가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생각났다. 그 책에 등장하는 암탉 ‘잎싹’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나와 자신의 청둥오리 아기를 돌본다. 잎싹은 자신의 소망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려 하는 점에서 이 책의 수탉과 성격과 꿈이 비슷한 것 같다.

 작가는 돈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주인여자, 단순히 닭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고 수탉을 사달라고 떼쓰는 무책임한 도시아이, 하얀 깃털이 차에 똥을 쌌다고 무작정 공기총을 쏘아대는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우두머리 수탉이 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하얀 깃털과 자신에게 닥칠 위험은 안중에도 없고 먹어대기만 하는 세 발가락 병아리 등을 통하여 탐욕스럽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이런 면에서 유사한데, 양계장에 갇혀 풍족한 생활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알만 낳는 난용종 닭들, 기회주의자인 문지기 개, 권위적인 수탉, 이기적인 오리들과 암탉들로 사람들의 세계를 풍자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때로는 우스운, 때로는 가슴 아픈 ‘나’의 모습들을 보며 자아를 찾을 수 있게 이 책, <열혈 수탉 분투기>가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