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임재춘 지음 / 북코리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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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이 이야기하면 찰떡 같이 알아 먹어라!' 이심전심을 기대하는 말이겠지만 한 편으로 이는 말하는 사람의 표현상 미숙함을 엉뚱하게 듣는 사람의 이해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과격한 속담이 아닐까?

나는 회사에서 메일을 주고 받을 때, 회의를 할 때 통용되는 언어가 한국말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엉뚱하게도 그냥 일본어나 중국어, 혹은 말갈어 등이 오가도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좌절한 경험이 있다. 원탁에서 진행하지 말고 긴 탁자를 준비해 두고 싶다. 그 탁자에서 대화 대신 서로 각자 준비한 원고를 읽고 내려가면 그만이다. 이렇게 오가는 단어가 엉망이 되어버린 이유는 구성원들이 고집스러워서라기보다 논리적인 글쓰기, 말하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작가는 이공계 출신으로서 글쓰기의 애환과 경험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하지만 나는 인문계 출신이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인문계 출신들의 말갈어 통용 현장을 목격해왔다. 그래서 메일이, 회의가 끝없이 길어지고 심한 경우는 결국 담당자와의 취재를 성사해가면서 확인해야 그 본의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이공계, 인문계 가릴 것 없이 부족한 글쓰기, 말하기 능력의 한계와 그 폐단을 느끼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논리적인 글쓰기의 필요성과 비논리적 글쓰기의 현재에 대한 서술에 비해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쓰고 훈련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상대적으로 간단히 처리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방법론에대해 궁금한 사람은 바바라민토의 <피라미드 프린서플>,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를 더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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