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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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하고 인사를 건네는 누군가에게 정말 좋은 아침이냐고 되물어 보았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를 읽는 중이었고, 그의 심신이 많이 지쳐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어쩌면 좋은 아침이나 좋은 하루 보내세요같은 인사말에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긴 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희망을 위한 눈속임이나 달콤한 거짓말 같은 것일지도. 말의 전파력은 강하기 때문에 말하는 이는 물론 듣는 이로 하여금 좋은 하루를 꿈꾸게 하는 것이다. 삶에는 이런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다.

 

어느 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가끔은 말하기가 글쓰기보다 더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말을 들어 주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이 아름다웠다. 독방에서 원고를 쓸 때는 결코 확인할 수 없는 독자들의 생생한 반응을 오감으로 느끼며 이것이 바로 말하기의 기쁨이구나!’ 감탄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다름 아닌 말하기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묵묵히 글을 쓰다 보니, 강연과 같이 타인을 만나게 될 기회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말하기의 매력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누구나 깊은 결핍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살며 위기를 맞이할 때 그 결핍이 어느 순간 고개를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럴 때마다 다시 상처를 입곤 한다. 그 결핍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상처를 바로 보고, 타인과 나누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게 되는 것일까. 저자의 이번 책을 읽으며 곰곰이 되뇌어 봤다.

 

그러니까 저자가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타인의 아픔과 자신의 아픔을 발견하기까지. 그리고 자신과 그들에게 말을 건네기까지. 이어 다시 독자들에게 안부를 건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묵묵히 홀로 감내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시간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과 영화에 감명을 받는 것은 타인과 시대의 결핍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감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린 얼마나 아파하고 있다는 것일까.

 

소설 슬픔이여 안녕에서 안녕은 이별의 인사가 아니라 만남의 인사라고 한다. 슬픔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그 행위로 우리는 충분히 아파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생으로 다가설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누구나 그 결핍을 스스로 이겨낼 기회 또한 주어지게 된다.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더욱 반짝이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지 않아도 좋다. 행복도 불행도, 우울도 불안도, 그 자체로 견디고 묵상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치유의 징후다. 진정한 치유란,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향한 오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니까.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많이 아파한 후에야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굳이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조금만 더 아파하겠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좀 더 나은 오늘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희망을 위해 계속 외쳐야 할 것이다. ‘좋은 아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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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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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우선 필기시험을 봤다. 공부를 할 때는 몰랐는데, 행복을 읽으니 떠오르는 상황이 있었다. 그것은 터널안에서의 주의사항이었다. 터널 안은 어둡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우선, 속도를 줄여야 하고, 앞지르기를 해서는 안 된다. 어두운 곳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거나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시도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적인 상황이 문득 도로를 넘어서 지금, 우리 삶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터널을 통과해야만 하는 건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터널이 떠오른 건 어쩌면 내가 겪어온 상황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을 때 계속 떠오르던 생각이 있었다. 지금이 아닌 그때, 그러니까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도 지금처럼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금 힘들었을 거라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읽고 공감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생각까지 차분히받아들이고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었을까. 그때가 아니라 지금 이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과 다행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현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에는 행복에 관하여 물었을 때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아직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공감하지 못하는 의견도 차분히 읽고, 다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드린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행복해야한다고 들었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위해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먼 곳으로 이사를 왔다. 오직 내 의지로 혼자 떠나온 건 처음인 상황. 비행기를 타야할 만큼의 거리, 조금은 낯선 환경. 그래서 너무 정신없는 것이 요즘의 하루이지만, 그래서 더 차분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문을 열고 향초를 켠 채 나무 심지가 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곧 집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때 들리던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기가 선택한 대로 사는 것뿐입니다.”라는 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싶던 말이었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보자.

 

사실 목숨을 걸고 싶을 만큼 해내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밥 할 일이 있으면 밥하고, 빨래 할 일이 있으면 빨래하는 삶에 나 또한 경지를 느낀다. 그래서 스스로 결정한 차선. 넘어지면 넘어지는 것이 , 성질내면 성질내는 것이 인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을 잘 가꾸고 싶었다. 해내고 싶었다. 자신 없음에도 용기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선택한 것들. 그래서 그렇게 떠나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으로.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새 삶을 살아내고 있다. 습관과 행동은 오래전부터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어온 것이라고 스님은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이동을 오래 전부터 시나브로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지금 내가 아는 그리고 공감하는 전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약자도 강자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규정이 싫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단지 내가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입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들. 그러나 그럼에도 계속해서 마음을 다 잡고 싶은 것은 좋은 마음을 갖고 살면 좋은 일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을 나 또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터널을 지났고, 빛을 본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롯이 혼자서 그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초조함에 속도내지 않았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설프게 앞지르기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그래서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이제는 행복해질 차례. 앞에서 말한 확률을 믿는다. 터널 뒤엔 반드시 빛이 있다. 터널을 지나야만 했던 모두에게 빛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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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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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기다려지는 저자.
아픈 사연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픈 구석이 없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라는 삶의 태도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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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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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주문했던 책입니다! 밤부터 읽기 시작하여 다음날 밤까지 함께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많이 듣던 이름이 되어버린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익숙치 않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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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만남 -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1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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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참으로 궁하네 그려내가 말했다. “그렇지가 않다네. 이것으로 시대를 탓한다면 괜찮지만, 대부의 운명은 애초에 궁한 적이 없었다네. 하늘이 사람에게 복을 줄 때, 한 가지만은 늘 주지만 두루 갖추는 것에 있어서는 인색한 법이라네. 대부는 지금 나이가 일흔 다섯인데 건강하여 병이 없네. (중략) 궁하게 살면서도 늙도록 저술하기를 그만두지 않아 (중략) 아들 둘과 손자 넷을 두었는데, 모두 글과 예법에 힘쓰고 문장으로 우뚝하니, 뒤를 이어 나올 자가 더욱 우수하고, 장래가 끝이 없을 것이네. 이것을 어찌 부귀영화와 맞바꿀 수 있겠는가? 이 세 가지를 지니고서 부귀영화까지 보탠 사람은 예전 세상에서도 아예 없었소. 하물며 이런 말세에 있어서겠는가?”(408)

 

 

시대가 정약용과 황상의 독주를 막았다면, 시대는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을 이뤄주기도 했다. 곁에서 저술 활동을 도왔던 제자보다 황상이 더 주목되는 것은 관계에서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결같음은 그들이 보여줬던 하나의 태도였다.

사람에게 있어 한 가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해보였다. 스승은 복사뼈가 닳아 구멍이 날 때까지 공부에 힘썼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라는 말처럼 그들의 그 자세와 관계는 유지될 수 있었다. 정약용은 황상을 알아보았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그가 아무에게나 이런 말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황상이 알아주었다. 그가 풍파 속에서 굳건히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본보기가 되어준 스승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 그를 알아봐 준 스승의 말이었으니 타인이 느낄 울림보다 더 컸을 것이다.

둘의 모습을 돌아보니 이러했다. 시간은 사람을 단단하게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인연은 시간보다 더 끈질기다. 이 두 가지 이치를 알고 있었을 두 사람은 담금질을 시작한다. 이들의 만남이 삶을 바꾼 만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택한 그 노력덕분이었다.

학질을 앓는 중에도 부지럼을 떨던 제자가 아니었는가. 이 노래가 다정스러운 것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 노래 불러주는 이와 들어주는 이 사이 사이에 쌓인 신뢰 때문이다.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자의 청춘을 함께 겪고, 스승의 유배를 목격하며 쌓아온 관계였다. 생각해보건대, 스승에게 황상이 제자 그 이상의 의미였음은 분명할 것이다. 아들 가진 두 자식의 아비로서 황상을 지켜보며, 신혼 생활에 관여하고, 황상 아버지 장례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애들아! 저 고운 빛깔, 어여쁜 무늬를 보렴. 꼭 너희들 빛나는 청춘의 문채로구나라며 때로는 다정했던, 평생을 공부하던 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제자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다시 공부하라였다. “더우면 부채를 부치고, 힘들면 담배도 한 대 피우며, 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마지막 인사. 걸리는 것도 또한 있었겠지만, 부지런히 노력해서 살아온 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하는 이의 즐거움은 자유로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라는 시간으로 만들어진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다시 새로워진다. 책의 시작과 끝은 황상이 한결같은 자세로 공부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는 처음과 끝이 이렇게 한결같았다라고. 그는 산속 집에서 지난날의 회억에 젖어 조용히 지냈으며, 그렇게 다시 세상에서 잊힌 사람이 되었다고 책에 기록된다.

강렬했던 그들의 첫 만남과 아슬아슬했던 그들의 마지막 만남 사이 진실로 또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의 느낌이 드는 것은 그들이 그 시대를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비 같던 스승이 죽고, 형제 같던 스승의 아들이 죽자 황상은 통곡하고, 노래 부르되 예전과 같지 않음을 몸소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시간은 평탄한 시간만은 아니었고, 타인이 알아봐 주는 시간도 아니었다. 황상의 경우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깊은 만남이었을 것이다. 함께 한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더 많음에도 항상 특별했던 것은 결국, 진심이 통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진심이 아니고서는 갑작스럽게 만나서 뜻하지 않게 헤어져야 하는 시간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만남은 시대도 말리지 못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 맞이한 삶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늘 그렇게 함께 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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