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사형집행인의 딸

 

 

사람의 잔혹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인간들은 어떤 사회적인 큰 문제에 직면하여 혼란에 휩싸이면 그 혼란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 무차별적으로.

우리나라에도 망나니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사회의 최하층계급으로 천대하였듯이, 중세 유럽에도 사형 집행인이 있었고 역시 사회로부터 외면과 천대를 받았다. 아마 사람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에 대한 경멸의 뜻이 담긴 탓이라 본다.

, 법으로 보장된 공인된 살인자의 살인에 대한 특권.

그러한 대중들의 경멸은 어쩌면 질투라고도 할 수 있다.

법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자들에 대한 경외심. 그것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군인에 대해 환호하는 것이나 격투기에서 피를 흘리는 상대 선수를 무참하게 쓰러뜨린 선수에게 열광하는 것 등의 대리만족. 다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집행인에 대해서는 열광한다는 게 도덕적으로 맞질 않기에 오히려 경멸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은 바른 사람이란 걸 나타내고 싶다는 심리를 반영했을 뿐 결국 같은 심리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에도 나타나듯이 중세 유럽에서 자행되었던 마녀 사냥!

지금은 여자를 표시하는 기호이지만 당시에는 마녀의 표식으로 알려졌던 부호 하나로 인해 사건은 시작된다.

죽은 아이의 몸에 새겨진 부호에 대한 오해와 평소에 곱지 못한 시선을 가졌던 자의 무책임하고 생각 없는 선동에 의해 무고하게 마녀로 몰려 모진 고문과 화형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산파는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된다.

중세의 마녀 사냥, 북한의 인민 재판 그리고 SNS라는 익명성을 이용해 무책임하게 자행되는 악플들은 시대 상황만 다를 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의 라이벌에 대해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악성 댓글,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행하는 비방은 현 시대의 마녀 사냥이라 생각한다. 이는 인간이 두려움과 공포에 반응하는 가장 보편적인 집단 히스테리일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지금도 이 세상에서 행해는 모든 마녀 사냥은 모두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

어느 사건에 대해 일벌백계를 외치는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마녀이며 그 마녀 사냥을 대중은 정의라고 부른다.

 

300명 여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도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평생 잊히지 않는 것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잊는 것이 무슨 큰 죄인 냥, 또는 노란 리본을 다는 것만이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행위인 것처럼 인식하는 현 사회 현상도 마녀 사냥에 다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든다.

엊그제 우리나라를 떠난 교황께서 남기신 ‘7번을 77번 더 용서하라는 말씀 한 마디에, 책임자 엄벌과 일벌백계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정부와 정치권에게 교황을 닮아야 한다고 말한다.

각설하고, 이 책은 추리 소설로써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반부를 넘어 서면서 사건의 진행이나 범인의 윤곽을 대략적으로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중세의 사형집행인이라는 주인공이 살던 시대를 통해, 현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와 그 문제에 대처하는 여러 사람들의 성향과 심리상태를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현 시대의 개인들을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매한 대중이 무고한 산파를 마녀로 몰아갈 때, 자칫 자신도 마녀로 취급당 할 까봐 선동자에 휩쓸리는 대중과 달리, 그는 마녀가 아니라고 말하며 그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형집행인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다.

또한 책에서는 취업만을 위해 스팩을 쌓고 학력만 높일 뿐인 허수아비 지식인들을 조롱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실용 지식의 필요성과 평생 학습의 중요성 등을 사형집행인과 그의 지성소를 통해 이야기 한다.

결국 이 추리소설책은 단순한 범죄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의 심리를 배우고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사색의 향기가 실시하는 좋은 책 이벤트에서 검은 수도사(사형집행인의 딸2)”가 당첨되어 받았는데, 1권인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맥을 알 수 없을듯하여 따로 구매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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