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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은이) | 페이퍼로드 | 2013-01-23

 

이런 책들이 좋다. 환상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들. 혹은 그 환상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책들 말이다. 물론 이 책은 환상이 아닌, 부제에서 알려주듯,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읽어왔던 동화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환상처럼 말이다. 그런데, 환상은 갖는 것만큼이나 깨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환상을 깨 줄 가장 타당하고, 재미있는 도구가 바로 역사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 속에서는 인과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것들이 역사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유를 갖기 시작한다. 무릎을 탁 치며 탄성을 지르고, 상식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이야기 속에서 내렸던 좋다, 나쁘다라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이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이 과정 때문에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이 좋고, 이 책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미국을 만든 책 25 - 어떻게 하얀 고래, 콩코드 호숫가, 피곤한 블루스는 미국의 정신을 형성했는가

토마스 C. 포스터 (지은이) | 이종인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01-28

 

읽지 않고 사 두기 만한 책 중에,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가 있다. 프랑스인인 토크빌이 미국이 만들어 낸 정치체계에 매료되어 쓴 책이라고 알고 있다.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다. 내가 생각하는 21세기의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를 행하는 국가라는 인상이 강하기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순간을 경탄하며 바라보는 이가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것은 미국의 정신에도 해당하는 선입견이다. 맥도날드와 MTV로 인식되는 미국의 정신에 문학이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이것도 태초의 일이겠지만. 시작은 늘 정수를 담기 마련이다. 확실히 나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건국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힘들게 건너온 땅에 좋은 씨를 뿌리고자 한 이들의 노력은 내가 함부로 평가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씨앗을 뿌리고자 했을까? 한 발짝 물러나 겸허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잡고 싶다.      

 

 

 

이야기의 기원 - 인간의 왜 스토리텔링에 탐닉하는가

브라이언 보이드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13-01-28

 

사실 '이야기'라는 것이 좋아서, 제목에 '이야기'가 들어가는 이 책에 눈길이 갔다.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는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성별을 바꿀 수도 있고, 가보지 못한 것을 갈 수도 있고,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살아볼 수도 있는 무한 상상력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자유롭다 한들, 우주 밖을 나가보겠는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겠는가? 물리적 세계에서 나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그걸 깨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도구가 바로 이야기다. 나는 그래서 이야기에 탐닉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그 다음에 책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니, 또 진화론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진화에 의한 결과물이란다. 나도 진화론에 관심이 많고 긍정적인 태도로 흥미있게 보는 영역이지만,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억지가 아닌가 하며 인상을 5초간 찌그리게 한다. 그런데 또 다시 난 호기심을 갖는다. 그게 정말인지 궁금해서. 

 

 

크랙 캐피털리즘 - 균열혁명의 멜로디

존 홀러웨이 (지은이) | 조정환 (옮긴이) | 갈무리 | 2013-01-31

 

'crack'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돈오'와 '점수'가 생각났다. 요즘은 '변화'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되뇌여 본다. 하지만 분명 변화의 기점은 존재하는 것 같다. 이 때를 기점으로 내가 변한 것 같다라는 식으로. 하지만 그 변화가 오는 것 또한 이런 경로를 밟느냐?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우석훈 저자의 책 제목처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점수'하다보면 어느 순간 '돈오'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길 것이다. 빠지직 빠지직 하고 말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와지직하고 깨지는 것. 어느 순간 나는 변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렇기에 자본주의에서의 변화와 혁명도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가 말하는 균열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졌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벤저민 긴스버그 | 매튜 A. 크렌슨 (지은이) | 서복경 (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13-01-31

 

 그래, 미국의 민주주의는 나쁜 것이 아니라, 나빠졌다. 처음부터 그런게 아니라 점점 나빠지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내가 보는 미국이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그렇게 되었는가? 구체적으로 미국이라는 대상을 지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말은 마치 원죄처럼 짊어지고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무언가 구체적인 대상이 있다는 것, 그것도 가장 핫한 미국이라는 것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메스를 들고 분석하고 싶게 만든다. '한국 민주주의를 비춰주는 거울같은 책'이라는 소개글도 씁쓸하지만 매력적이다. 분석 내용또한 호기심이 간다. 특히 '시민에서 고객으로'라고 지적한 점이 흥미를 끈다. 단순한 분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스스로를 시민이라 자부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고객으로 보일 나 자신을 더 이상 순진하지 않게 만듦과 동시에 고객에서 벗어나 시민으로 가도록 움직임을 재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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