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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 -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초1 말하기 연습 꿈꾸는 새싹 1
초등샘Z 지음, 근홍 그림 / 물주는아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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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현임교 마지막인 올해까지 내리 4년을 1학년을 맡았다 작년 입학식 전에도 초등샘z(@lukalouisriri )님의 ‘오늘 학교 어땠어’를 읽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올해는 운이 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다투지않고좋은친구만드는다정한대화법 을 일찍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좋은 기회를 주신 출판사 물주는 아이와 재미있는 책을 내주신 초등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 책에 나오는 상황들은 그간 봐온 아이들과 교실 속 상황을 고대로 빼다 박은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킬킬댔다 ‘이 말을 피하자!’ 이 부분은 특히나 보이스 메일처럼 아이들 목소리로 읽혔다 (ㅋㅋ) 내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각 꼭지 마지막에 실린 ‘고민 상담소’ 였다 문제가 있어 아이들이 내게 올 경우 이걸 어떻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전달하고 설명할 수 있을 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 주면 되는 지 길잡이를 만난 듯 해서 꼭 1학년 담임이나 보호자 분이 아니더라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다정한 대화를 이끄는 방법을 차근히 설명해 주시는 부분들에서는 어른인 나도 잘 안 되는 부분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림이 귀엽고 사례가 생생해 금방 읽었지만 올해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매일 1교시 시작 전에 한 가지 상황을 일러주며 하루를 열어보면 올해 우리 반 친구들이 훨씬 성장할 거란 기대가 들었다 꼭지와 꼭지 사이에 있는 기본 생활 습관 안내 부분도 1학년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어린이와 10년이나 함께하신 초등샘z의 연륜과 노련함이 곳곳에 그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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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탐구 생활 - 완벽주의와 자기의심에 대하여
사월날씨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왼쪽주머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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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예쁘고 수치심이라는 주제를 깊게 팠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샀는데... 나오는 표현들 곳곳엔 공감이 되었지만 확 몰입되지는 못 해서 아쉬웠어요 저는 상황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걸 좋아하는데 제 기준에서 추상적인 설명들이 더 많았던 거 같아요 정리되고 깔끔한 문장 좋아하시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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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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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때 마다 따라붙던 더위가 가실 즈음 백수린 작가님 신작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과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간만에 신청한 창비 온라인 클럽 ‘스위치’ 서평단에 당첨된 덕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란 소설로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된 후 줄곧 멋진 단편 소설로 만나뵙던 분이었는데 이번엔 운이 좋아 작가님 신작을 빠르게 만나게 됐다. 지난 단편집 ‘여름의 빌라’를 재밌게 읽어 (특히 애정어린 시선으로 노년의 삶을 그린 수록작 ‘흑설탕 캔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의 산문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지 궁금했다.

작가님은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신다. 그 애정은 눅진해 책을 타고 내게도 전해졌다. 그래서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한 작가님 특유의 만연체에 나는 곧잘 녹아내렸다. 책을 읽다 당도 높은 활자들에 사로 잡히면 옆에 있던 베개를 주먹으로 퍽퍽 내리치고 이불을 감싸쥐고 이리저리 구르는 식으로 찐하게 끓어오르는 감탄을 식혔다. 이 책에도 그런 문장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사랑하는 문체가 책의 첫 인상을 심심하게 하게 만들기도 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모든 문장을 닮고 싶었기 때문에 작가님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말씀에는 정작 집중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 주어진 소통 창구로 관심있는 온갖 분야를 기웃거리다 마케팅의 표적에 쉽게 걸려드는 나로써는 고요한 에세이 속 작가님 일상이 처음엔 적막으로 다가왔다. 많이 보진 못 해 다소 섣부른 감상이겠지만 다른 소설가 분들 에세이를 볼 때도 종종 했던 생각이다. 소설가 분들은 제 삶에서 마주할 울퉁불퉁하고 못난 감정들이나 해프닝들은 죄다 작품 속 인물에게 내어주시는 건가 하고.

반려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지만 제목이 된 문장이 실린 곳이자 봉봉의 이야기가 등장하고서부터 조금씩 작가님 말에 가까워졌다. 그 부분을 펼쳤던 순간이 기억난다. 친구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토요일 오전 일찍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약속 장소로 가던 차였다. 지하철을 타고 절반즈음 왔을까, 모종의 사유로 갑작스레 모임이 취소 되었다. 곧장 발을 돌려 반대편 지하철을 탔다. 다음 일정을 정하려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각자의 스케줄이 있었다. 약속을 잡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어긋나 마음이 조금 꾸깃해졌다. 그냥 집으로 가려다 시간도 남고 아침 일찍 움직인 것도 아쉬워 내친 김에 근처 공원이나 한 바퀴 돌고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공원 초입부터 늘어선 키 큰 은행나무들엔 노란 물이 들어 있었고, 어느 샌가 파란 하늘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이 날만큼은 평소와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눈 앞에 색색의 코스모스들이 나타났다.

  외출할 때 마다 따라붙던 더위가 가실 즈음 백수린 작가님 신작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과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간만에 신청한 창비 온라인 클럽 ‘스위치’ 서평단에 당첨된 덕이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란 소설로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된 후 줄곧 멋진 단편 소설로 만나뵙던 분이었는데 이번엔 운이 좋아 작가님 신작을 빠르게 만나게 됐다. 지난 단편집 ‘여름의 빌라’를 재밌게 읽어 (특히 애정어린 시선으로 노년의 삶을 그린 수록작 ‘흑설탕 캔디’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의 산문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지 궁금했다.

  작가님은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신다. 그 애정은 눅진해 책을 타고 내게도 전해졌다. 그래서 아름다운 묘사로 가득한 작가님 특유의 만연체에 나는 곧잘 녹아내렸다. 책을 읽다 당도 높은 활자들에 사로 잡히면 옆에 있던 베개를 주먹으로 퍽퍽 내리치고 이불을 감싸쥐고 이리저리 구르는 식으로 찐하게 끓어오르는 감탄을 식혔다. 이 책에도 그런 문장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사랑하는 문체가 책의 첫 인상을 심심하게 하게 만들기도 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모든 문장을 닮고 싶었기 때문에 작가님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말씀에는 정작 집중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또 주어진 소통 창구로 관심있는 온갖 분야를 기웃거리다 마케팅의 표적에 쉽게 걸려드는 나로써는 고요한 에세이 속 작가님 일상이 처음엔 적막으로 다가왔다. 많이 보진 못 해 다소 섣부른 감상이겠지만 다른 소설가 분들 에세이를 볼 때도 종종 했던 생각이다. 소설가 분들은 제 삶에서 마주할 울퉁불퉁하고 못난 감정들이나 해프닝들은 죄다 작품 속 인물에게 내어주시는 건가 하고.

  반려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지만 제목이 된 문장이 실린 곳이자 봉봉의 이야기가 등장하고서부터 조금씩 작가님 말에 가까워졌다. 그 부분을 펼쳤던 순간이 기억난다. 친구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토요일 오전 일찍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약속 장소로 가던 차였다. 지하철을 타고 절반즈음 왔을까, 모종의 사유로 갑작스레 모임이 취소 되었다. 곧장 발을 돌려 반대편 지하철을 탔다. 다음 일정을 정하려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각자의 스케줄이 있었다. 약속을 잡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어긋나 마음이 조금 꾸깃해졌다. 그냥 집으로 가려다 시간도 남고 아침 일찍 움직인 것도 아쉬워 내친 김에 근처 공원이나 한 바퀴 돌고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공원 초입부터 늘어선 키 큰 은행나무들엔 노란 물이 들어 있었고, 어느 샌가 파란 하늘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이 날만큼은 평소와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눈 앞에 색색의 코스모스들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광경을 두고 매정하게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휴대전화부터 꺼내들었다. 내 눈에 보이는 색색의 물결 그대로를 사진으로 담고 싶었지만 꽃 무더기를 찍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 꽃밭을 화면에 담으면 송이 송이 꽃들이 흐릿해 지고 그래서 다가가면 꽃보다 푸른 줄기가 화면에 더 많이 담겨 꽃이 듬성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릎을 굽혔다 폈다 휴대전화를 꽃에 가까이 가져갔다 멀어졌다 하며 내가 담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질 때 셔터를 눌렀다. 마음에도 눈에도 코스모스가 한아름 들어왔다.

  발걸음을 돌려 잔디 언덕 사이로 난 조그만 길을 따라 걸었다. 여름에서 몇 계단 내려온 가을볕은 다정했다. 저 멀리 익숙한 동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가 들려왔다. 이 날 있었던 가족 단위 행사 덕분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가을의 아름다움에 이내 펴진 마음은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했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랍니다.’ 무심코 듣던 노래였는데,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노래가 끝나고도 몇 번이고 가사를 소리내 말해 봤다.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 랍니다.

  전날 마신 술로 숙취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데다 따뜻한 볕이 자꾸 나를 나른하게 해서 결국 키 작은 코스모스 옆 벤치에 드러누웠다. 눈 감고 누워 볕을 쬐다 이 때다 싶은 마음에 가져간 에코백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언젠가 작가님 sns에서 스친 봉봉의 순간순간이 있었다. 이어 봉봉과 작가님이 주고 받은 사랑에 대한 기록들. 내게 와 준 존재로부터 비롯된 충만함은 이내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되었고 그것이 점점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모습은 찬란했다. 모든 순간이 작가님이 아끼는 유리병처럼 매끈하지는 않았지만 본디 사람이란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일 흔들리기’ 때문에. 돌아갈지 언정, 긍정을 품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삶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근무 중인 회사 근처엔 ‘아무책방’이라는 이름의 서점이 있었다. ‘아름답고 무용한’ 의 줄임말에서 비롯 됐다고 한다. 읽는 내내 그 이름이 자꾸 떠올랐다. 쓰임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에서 (심지어 사람마저도) 작고 오래된 것에 마음을 아끼지 않는 작가님 모습에 자주 뭉클했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듯 메말라가는 요즘 세대에 필요한 건 책이 보여준 다정함일 것이다. 내 옆의 이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으며 그의 행동에 주는 한 뼘만큼의 여유, 나의 선택이 불러올 여러 상황을 상상하며 한 발 물러나는 배려. 그리고 회피하지 말고 끝까지 긍정할 수 있는 용기. 우리 각자가 만들어 낸 작은 움직임들이 곧 변화를 불러오리라 믿는다. 하여 내일은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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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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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사전 서평단을 통해 읽게 됐다. 개인적으로 창비 서평단으로 읽은 책들은 실패한 적이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믿고 보는 창비라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특이하게도 작가님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었는데, 후에 공개된 '이금이' 작가님은 청소년 문학으로 굉장히 유명한 분이셨다. 언뜻 들어 본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그 분의 작품이었다.


처음 서평단을 신청할 때 이 책은 청량한 바다와 모래사장, 하늘 높게 떠 있는 태양을 배경으로 그 곳의 생활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냈을 것 같았다. 하와이가 배경인 만큼 '엄마들' 이라는 제목은 유명한 영화 '맘마미아'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하게 했는데, 그걸 조금 빗겨났다. 소설은 100년 전 하와이로 넘어간 우리 나라 이민 1세대의 현실을 보여줬다. 물론 따뜻한 결말이었지만,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딛고 정착하기까지의 모습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터라 마냥 즐거운 마음일 수는 없었다.


소설을 읽으며 개인은 그가 속한 시대를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버들은 배움을 향한 열정 하나만으로 생면부지인 사진 속 남자를 남편으로 여기며 배를 거듭타고 미국령인 '포와'로 넘어간다. 도착해 만난 세상은 부산 아지매의 말을 통해 만난 것과도 달랐고, 자신의 의지마저 여러번 꺾게 했다. 그러나 버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이 포와에서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밖으로 나도는 남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며느리로써 시부를 성심껏 섬기고, 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고된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해치웠다. 여기까지는 어떤 일에도 지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버들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토록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 만약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조금 더 스스로를 위한 선택들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포와에 넘어온 이후 버들의 에너지는 남편, 시부, 아이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으로 인해 친한 지인들과도 데면데면해 져야 했을 버들의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자신의 운명을 택하는 데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인물의 시야가 며느리, 아내의 역할 내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슬펐다.


그나마 버들이 이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사진 신부로 같은 마을에서 함께 왔던 친구들 '홍주'와 '송화' 덕분 일 것이다. 함께이기에 앞으로 닥칠 파도들도 무서워않을 수가 있었다. 해변가에 함께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셋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셋의 우정은 소설 내내 아름답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그 결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놓인 복선들로 유추하면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결말임에도 거기까지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세 사람의 긴 우정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소설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책엔 '알로하' 라는 인삿말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P. 354

평생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알로하'를 건넸을 세 사람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나 또한 앞으로 만날 성난 파도들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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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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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작고 십대라면 꿈꿀 법한 대학생활을 즐기기엔 좀 미약한 환경의 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를 열심히 다니지 않아 대학 동기나 선배들의 소식을 들을 길이 좁은데, 가끔 인스타를 둘러보면 내가 그나마 대학 생활을 즐길 때 함께 술 먹고 놀던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어느 덧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있는 걸 확인한다. 대개 아이 사진이 그들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장식하는데 그 때 마다 나는 뭐라 일러야 정확할지 모르나 생경함, 경이 같은 것을 느낀다. 아직도 정신적으론 20대 초반을 못 벗어난 나를 훨씬 앞질러 인생 과업을 차근 차근 수행해가는 그들을 볼 때 마다 모종의 존경심을 느낀다.

결혼 생활도 그렇지만 특히나 ‘임신’과 ‘출산’이란 나에게 막연하기만 했다. 임신을 하면 미디어에 그려지는 대로 부푼 배와 펑퍼짐한 옷을 입은 온화한 모습의 임산부가 떠올랐고, 한 생명을 품은 그들의 열 달은 약간의 입덧과 배가 나오고 살이 찌는 등의 외형적 변화로만 나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을 마무리 하기 위한 극악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정도. 출산보다도 앞으로의 시간 에 한 생명을 책임지겠단 그들의 결정을 두고 나는 결연함마저 느끼곤 했다.

이번 책은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들어오던 ‘임신일기’ 계정주 분의 기록을 엮은 것이다. 140자 제약이 있는 트위터 특성상 이 분의 멘션은 긴 타래로 풀어지곤 했는데, 웹 상의 긴 글(특히 트위터이지 않나...)에 약한 나는 ‘하트’만 누른 채 그 분의 이야기를 넘기기도 했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통해 그 분의 열 달을 오롯이 엿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첫 장부터 ‘이게 (내가 모르던) 실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나에게 와 닿건, 이해가 안 되건 조금이라도 그냥 못 넘어가겠으면 인덱스를 붙이곤 했는데 처음엔 책의 파도가 너무 세서 도대체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받아들여야 하나 우왕좌왕 하다 정신차리자 맘 먹고 한 장 한 장 넘겨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중엔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단 거다. 계정주분도 철저한 계획 아래 임신을 하셨지만 그 후 겪은 열 달 간의 이야기는 모두 예상의 근처에 가볼 법도 못 한 일들이었다. 오죽하면 ‘속아서 한 임신’ 이라는 문구가 등장할까. 그렇다고 진짜 속아서 하셨다는 건 아니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임산부를 대하는 우리 나라의 태도는 조악했다. 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성인 여성은 ‘누구나’ 그래왔듯 아이를 갖고, ‘얌전히’ 재생산에 임해야 하는 납작한 존재다. 국가가 출생률 장려를 위한답시고 만들어놓은 여러 제도들은 시혜적이고 단편적이기 그지없다. 그런 제도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평생 녹지 않을 비누처럼 단단히 만들었다.

책 초반엔 임신과 동시에 태어날 생명을 위해 ‘저도 모르게 노력을 다하는’ 마음이 계정주 분에게 녹아든 듯 해 그부터 안타까웠다. 아직 스스로 생각할 수도 없고 눈으로 식별 조차 불가능한 세포 하나 때문에 계정주 분의 온갖 신경이 그 곳으로 집중해 있는 것 같아 읽는 내가 다 기빨렸다. 그 후 그 분에게 닥쳤던 ‘무지로 인한 무례’는 셀 수 없이 많아 말할 것도 없고. 거기다 더해지는 여러 신체적 고통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초점이 모두 본인이 아닌 ‘뱃 속의 아기’로 향할 때의 무력감이나 좌절감은 또 어떠셨을 지, 난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임신과 출산에 있어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내 인생 과업의 절대 마지노선은 ‘결혼’이라 생각하여 출산으로 얻을 혜택들에 나는 배제된단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제도를 활용하시는 분들을 볼 때 마다 은근한 부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책에 나왔던 무례한 사람1 이었음을 깨달았다. 내 몸의 주인은 나고 내 몸의 결정권 또한 나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임산부’ 분들의 입장을 단편적 생각해 왔는 지 지난 내가 창피했다.

지금도 가끔 트위터에 올라오는 ‘임신일기’ 님의 글을 본다. 여전히 나는 하트를 누르고 피드를 재빠르게 올려 새로고침 하지만, 나에게 ‘출산’ 이라는 세계가 어떤 지 세세한 경험을 알려주신 해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아이와 해나님과 그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물론 해나님 경험 또한 수 많은 여성 이야기 중 하나임을 안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도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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