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도전 사상의 연구 - 한국문화연구총서 15 ㅣ 한국문화연구총서 15
한영우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87년 2월
평점 :
품절
일단 정도전에 대한 통념상의 오해부터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이른바 "비운의 혁명가" 정도전에 대한 인상에는 약간의 디테일상의 오해가 조금 있습니다.
정도전이 왕자의 난으로 불운하게 사망한 것이야 다 알려진 사실이고, 조금 더 잘 아시는 분들은 정도전의 사망에도 그 뜻은 면면히 조선왕조의 기틀로서 이어졌노라.. 뭐 그런 이야기도 아실 법 할것입니다.
하지만 그 두가지에 비한다면, 생각보다 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정도전이 "역적"취급으로부터는 벗어났다는 사실과, 이도저도 다 합해서 단지 너무나도 빨리 (그 역할에 비해) 잊혀져버린 사람이라는 점은 덜 알려진 편입니다.
그보다 더 덜 알려진 사실까지 나간다면, 일제시대 정도쯤부터는 최소한 "조선왕조의 기틀"이라는 의미에서 정도전의 역할 그 자체가 간과되지는 않아요. 일제시대쯤 가서는, 오히려 그 조선왕조에 대한 책임을 덧씌우고자 정도전을 곱지 않게 보는 경우도 등장하지요.
비운의 혁명가- 라고 했을 때, "비운"은 대부분은 본인의 말년 최후의 한 순간에 한정되는 것일 뿐, 실제로 사후의 일대기상으로는 그럭저럭- 뭐 비극이라고 말할 종류는 또 아니라는 점이올습니다.
.
자.. 그러나 그러한 몇 가지 "통념상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그 정도전에 대한 (나아가 어쩌면 그 통념의 진원지일수도 있는) 기초적인 이해의 중요성은 전혀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비운의 혁명가" 이미지는 디테일한 오해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자체와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정도전"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이해의 기초로서 유의미한 틀을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영우 선생의 "정도전 사상의 연구"는 그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이러니저러니 이야기가 그 전부터 있었달손 쳐도 정도전의 생각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를 총망라한 고찰은 이 연구 이전으로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동시에 정도전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이정도로" 자세히 알려준 것은 또한 거의 이 연구가 최초입니다. 사실상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연구든-대중저술이든 "정도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이 책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굉장히 딱딱하다면 딱딱하고, 좀 과한 부분이나 대강 넘어간 부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큰 틀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패러다임은 완전히 교체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유효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은 (아직은)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논점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 만큼 이제쯤 해당시기를 연구하는 후대 저자들의 책임이 무거운 것이기도 할 테구요)
여하간, 여러 의미에서 이 책은 "정도전 연구의 고전"으로서 가치있는 책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정도로 말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