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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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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되게 뭔가 있을 것 같은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처음 보는 소설인데 되게 낯이 익었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런 내용들은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졌던 이야기들이니까. 아침드라마나 TV소설 드라마 등등에서 막장 설정을 소거하면 딱 이런 내용들이 넘치고 차일만큼일테다. 그런데 또, 자수성가해서 번듯한 기업을 이루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에서도 들을 수 있다. 현재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빠진 지 꽤 된 우리나라지만,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도 저 위치에서 지금으로 올라왔으니 이런 이야기가 낯선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국가가 작가가 태어난 파키스탄인지 인도 어디쯤인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작가는 나라 이름을 굳이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국가' 속에 여러 국가를 소환하게끔 만들어뒀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난 시간들 속의 대한민국을 소환해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조금은 특이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책이 바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이다.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빌리고 있기 때문인데, 작가인 모신 하마드는 처음부터 이렇게 이야기한다. "혹시 지금 자기계발서를 쓰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섭섭한 얘기겠지만, 자기계발서라는 말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11쪽) 라고. 그러니까 자기계발서의 형태를 빌려 소설이 진행되는 이 책은 처음부터 자기계발서를 향한 디스의 시작인 것이다. 물론 뒤에 자기계발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며 자신은 '자기'라는 말의 모호함이 어떨 땐 즐겁다며 이 책을 시작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이 책은 자기계발서처럼 '어떻게 하면 된다'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식은 각 챕터의 제목으로 달려 있다.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은 총 12가지다. 도시로 이사가고, 교육을 받고, 사랑에 빠지지 않고, 이상주의자를 멀리하고, 고수에게 배우고,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폭력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관료와 친구가 되고, 전쟁 기술자들을 후원하고,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고, 출구 전략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제목이 의미하는대로 소설 속 주인공인 '당신'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행동해 나가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특이하게 이 책은 '당신'이라는 존재만이 등장하며,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현실의 각박한 이야기들은 꽤 상세히 그러나 덤덤히 언급하고, 주인공 '당신'이 저지르는 조금은 잔인한 일들 또한 꽤나 사무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방법은 독자로에게 이 소설이 소설이라고 느끼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예시로 느껴지게끔 한다. 이걸 2인칭 소설이라고 이야기하던데, 꽤 신선한 소설 진행방법이었다. 

 

나는 책들 중에서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1장 분량 정도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의 글들에 눈이 더 많이 갔다. 사실을 잘 표현해낸 이야기들은 묘한 공감이 아닌 격한 공감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따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자기계발서의 애매모호함이 좋다던 첫번째 챕터의 이야기도 그랬고, 상상한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105쪽) 같은 이야기가 들어 있던 6번 챕터도,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로부터 망명을 떠나온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야기를 쓰고, 또 그 이야기를 읽는 것은, 망명자 신분으로부터의 망명자가 된다는 뜻이다. (221쪽) 같은 이야기가 들어 있던 12번 챕터도.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란 건, 일생을 열심히 앞을 보며 달려가야 한다는 결론이 등장한다. 일평생 열심히 살다보면 더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그것도 떠오르는 아시아, 그러니까 개발도상국의 한정이라는 조건이 붙고 말이다. 그래서 이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은 자기계발서라는 것들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무슨 법칙인 양 설명해 놓기도 할 때가 있을 때처럼 조금은 허무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가 이렇게나 담백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러면서 덧붙인다. 부자가 되는 것은 이제는 생존이라고 말이다. 충분히 부자였음에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며 생존에 위협을 받았던 '당신'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 삶이 무의미하거나 가치 없는 건 아니고, 충분히 아름답고 값진 인생을 살아낼 것(책 뒷표지)이라는 위안 또한 함께 전해준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잘 살고 있다. 비록 앞만 보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면서 힘들게 걸어가고 있더라도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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