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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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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생활만큼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생활이다. 그래서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저런 생활을 했구나,를 간접체험으로 느끼고 있는 내게는 그 시대상이 너무도 낯설다. 보면서 계속 엄마한테 저게 뭐야? 저런 것도 있었어? 라고 묻는다거나, 익숙하게 들어왔으나 정확하게 어떤 가수가 불렀는지는 몰랐던 노래의 자료화면이 되게 새삼스럽게 다가온다거나. 그리고는 내가 겪지 않은 그 시대라는 것은 당황스러울 만큼 조용하면서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던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사실 내게는 그리고 내 또래들에게는 인터넷 공간이 너무도 익숙한 공간이고, 삶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로 머물렀던 공간들이 트렌드에 따라 유행에 따라 바뀌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유행에 따라 공간을 옮기면서도 그 어느 공간에서건 많은 것을 남기고 보고 듣고 즐기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생활만큼의 비중을 두기도 하고, 오히려 가상생활인 인터넷 공간에서 더 열심히 생활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막고 바꾸기가 참 쉬웠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엔 인터넷과 연결되어 모든 것이 공개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막고 바꾸기가 참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닐 뿐더러, 어딘가에서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충분히 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간에 말이다.

 

하지만 이 책 <댓글부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너무도 쉽게 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 내가 믿고 있었던, 완전무결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어느정도 그 투명성이 존재한다 생각했던 인터넷 세상에서도 통제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말이다. 내가 보고 들어왔던 것이 진실은 맞는걸까라는 생각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워졌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흥미로우면서도, 진짜와 가짜는 도대체 뭘로 구분해야 하는거지라는 막연한 생각부터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할까. 작가는 이 이야기가 모두 자신의 상상력이라고, 실제의 사건들을 어느정도 가져오기는 했지만 여기에 쓰인 모든 것들은 진실은 아니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하지만 작가의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도 왠지 여기의 모든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됐다. 굉장히 소름끼치게-

 

<댓글부대>는 작가가 이 분야, 인터넷 여론 조작에 관한 부분에 대한 것들을 꽤나 열심히 조사했다는 것이 티가 난다. 1장부터 그랬다. "대체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부대를 1세대로 본다."는 첫 문장부터 굉장히 세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 팀-알렙을 비롯한 회사들이 어떤 방식을 통해 회사를 운영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짧은 4장 분량의 이야기부터가 굉장히 전문적으로 보였다. (실제로 모두 수긍이 가는 내용이기도 했고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블로그에는 홍보용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 많다'면서 '오빠랑 00'이라고 검색하면 된다던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곤 했다. 검색으로 홍보와 직접 체험을 걸러낼 방법이 남자친구와 맛집을 다녀온 여자들의 글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남자친구를 통해 직접 소비'했다는 이미지가 있으며, 꽤나 자세한 이미지들이 올라오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동안 떠돈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검색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 홍보용 블로그들에 '오빠랑 00'이 이미 포화상태로 넘쳐나서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걸러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자세히 기억은 안난다만- 사람들은 일단 인터넷에 게시되는 모든 정보들이 '참'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그 정보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신이 생각하는 진실이 진짜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명확히 드러낸다. 작전을 짜는 무리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이 진행하는 일들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의 진상을 밝히는 팀-알렙의 찻탓캇과 임상진이라는 기자의 대담이 이루어진다. 책은 이렇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거기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지를 2가지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글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확 와 닿았던 것은 이 구절이다.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이라고.'라는 찻탓캇의 말. 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전, 그럴듯한 거짓을 만들어 놓은 것을 진실이라 착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종. 거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인터넷을 바라보는 '이철수'라는 사람의 말들엔 공감하는 구석이 무척이나 많았다.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독재 국가에서는 지금도 인터넷이 그런 고발자, 감시자 역할을 해.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런가? 인터넷신문이나 블로거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냐고. 아니지. (중략) 이것도 민주화라면 민주화지. 협박, 공갈, 갈취의 민주화. 누구나 더럽고 야비한 짓을 할 수 있게 되는 민주화. (55쪽)

 

논리 싸움은 두 사람이 아주 좁은 화제를 가지고 붙을 때, 그것도 그 두사람이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일 때에나 가능한 거예요. 인터넷 싸움은 정력과 멘탈로 하는 겁니다. (82쪽)

 

 

 

결국 책을 읽으면서 믿을 건 나밖에 없는 생각과 세상 참 뭐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돈 있으면 다 인가. 자기가 움직이고 싶은대로 세상을 움직이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전이었던 내용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정말로 내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아니 그보다 '사람'을 '믿을 수는 있는 건지'에 대한 것부터가 굉장히 생각이 많아졌다. 판을 짜두고 그 위에 우리들을 올려 놓는 누군가들에게 우리 자체는 얼마나 가짢게 느껴질까라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댓글부대>는 픽션이어야만 한다. 절대로 픽션이어야만 한다. 결국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쌓은 신뢰가 아닌 이상은 쉽게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어이없게 누군가의 손 안에서 놀아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가라앉는 특성을 제대로 짚어낸 이 소설. 섬뜩하지만 정말 흥미로웠다. 아마도 인터넷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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