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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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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또 엄청 울겠구나, 너무나 당연한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울어서 책을 여러 번 덮었다. 한 번 책을 보면 끊지 않고 다 읽는 게 평소의 습관이자 스타일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미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이야기들이, 이제는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면 안되겠느냐"란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지금에도, 읽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라서다.

 

나는 지난 4월 16일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문득문득 기억이 날 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스를 즐겨보는 아빠 덕분에 나는 늘 BGM으로 뉴스를 듣곤 하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뉴스에 속보가 계속 떴고, 나는 그 얘기를 트위터에 적었다. 그때까진 일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전원구조 소식이 나올 때라서 "즐거운 수학여행이 악몽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고, 그 후엔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전체가 상가집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 이 이야기를 쓰면 이렇게나 참 간단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시간은 더디게도 흘렀고, 그 더딘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답답함이 하늘을 치솟았고, 날씨마저 마음처럼 맑지 않았고, 물살 또한 거셌다. 물 속에서 건져낸 아이들의 소지품 속에서 동영상들이 발견될 때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실망과 함께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새삼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시작은 4월 16일부터였고, 책 속에 소개된 학부모님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날도 그 날부터였으니 말이다.

 

모든 이야기에서 눈물을 쏟았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눈물이 가득 차지 않는 페이지가 없었으니 책을 읽는 것이 곤욕스럽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정리한 '작가기록단'들은 또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눈물을 삼켰을까.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오래 버텨야 되겠는데..."

 

책에는 처음에는 그저 울기만 하던 부모들이 거리로 국회로 방송국으로 따라 다니면서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240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결코 짧지 않은 240일동안 부모들의 입장은 많이 변했다. 누구는 자식을 위해 앞에 나서 싸워야 했고, 흐지부지 묻혀버린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쫓아 다녀야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서 눈을 뗀 지 오래고, 설상가상 유가족의 폭력 사건까지 겹쳐 이제는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의 실상을 그들의 육성을 통해 그대로 전달한다. 자신들이 실망한 이유와 꿈에도 자꾸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과 옛날 이야기와 못 해 준 이야기 잘 해 준 이야기. 이야기 보따리는 풀어도 풀어도 모자라다.

 

문득 책을 읽다 하나를 발견했다. 자신들의 자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의 모든 부모들은 '과거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 말이다. 과거형으로 더이상 보고 만질 수 없는 아들 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슬픔을 형언할 수 없어 지칭하는 말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그들은 과거형인 자신의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꾸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야기 한다. "사람이 살아 있으면 관계들이 언젠가는 다시 이어지는구나.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라고. 한 사람의 온기가 자신들에게는 많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하면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 하는데, 과연 우리가 '지겹다'고 이야기하면서 세월호 사건을 외면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나의 힘은 되어주지 못할지라도, 다음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결코 세월호에 스러져간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후세에게 알리고 길이길이 기억되어야 할 '사람의 잘못'을 기록한 것이다. 보는 동안은 슬펐지만 그리고 보고 나서도 후련해지는 것은 없었지만,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얼만큼 아팠는지를 보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초기의 잘못된 대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처절하게 반성하며 고쳐내야 하고, 조금이나마 관심을 이들에게 두면서 그 관심을 끊지 않는 것.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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