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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달에도 역시나 내가 선택했던 책이 도착하지 않았다. (어째서 그렇게나 내가 선택한 책들은 채택되지 않는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6개월째라서 그런지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받아든 최인호 유고집 <눈물>. 따끈따끈하게 도착한 택배박스를 뜯어서 책을 받아들고 첫 책장을 넘겼을 때 조금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첫 장을 넘겼을 때 본 사진이 띠지에 새겨져 있던 묵주여서다. 설마, 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인 입장은 갖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책이면 아무래도 낯설고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최인호 작가의 글은 읽기 쉽고 편한 글인데,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던 걸 보면 내게는 조금 힘든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모든 상황을 이기고 꽤 진득하게 읽은 <눈물>은, 암선고를 받고 투병하는 기간동안 작가가 편지형식으로 쓴 글이다. 받는 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여러 편의 편지를 통해 구구절절 간절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신앙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생각한게, '뼛속까지 개그맨'을 지칭하는 요즘말 '뼈그맨'이 있듯이 최인호 작가는 '뼈작가'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글을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아픈 와중에도 열정을 가지고 소설 하나를 2개월만에 탈고 해 냈으니 말이다. 강한 항암제때문에 손톱과 손가락에 진물이 나와 연필을 잡을 수도 없을만큼 힘들었지만, 손에 골무라도 끼고 집필을 마무리했다던 그의 이야기는 일반 범인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열정이었다. 물론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작가의 글들로 인해 죽음이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만들었지만, 그보다 내게 더 많이 다가왔던 것은 '열정'이라는 한 단어였다. 나는 언제 이리도 열정적인 순간이 있었던가, 아니 그보다 먼저 죽는 순간까지도 놓고 싶지 않은, 내가 평생에 이렇게나 열정을 바칠만한 일을 찾을 순간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들로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 책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한다. 잘 가는 방법, 혹은 이별하는 방법 등등. 하지만 내게 죽음보다 열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열정이라는 단어가 죽음보다 더 가까운 나이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요즘의 무던하고 답답한 상황들에 대한 자기 반성이기 때문에.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33
천주교의 성서 이야기들과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그의 고백 사이, 제일 와 닿았던 그의 글 한 구절. 죽는 그 순간까지 작가이고 싶었던 그의 열정이, 금새 포기하고마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