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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평점 :
십 대의 나는 아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 지었지만,
사십 대의 나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위로'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됐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십대 글쟁이의 산문집은 참으로 편안하고 좋다. 그 이유는 내가 사십대라는 묘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 ^^ 오래 전 부모님 세대 트로트 제목이 나올 땐 약간의 거리감도 있지만 공감은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여튼, 그닥 잘 알려지지도 챠트에 오른 적도 없었던 가수 고찬용과 아련한 20대 시절이 떠올려지는 윤상의 '영원 속에' 등의 노래는 참으로 신기할만큼 '이거 같이 살아 온 세대긴 하지만 나와 음악 취향이 은근 비슷하네?' 하며 즐겁게 한장한장 그의 산문을 넘겨가며 읽었다
한 때 용산전자상가를 전전하며 멋진 CD플레이어를 고르러 다닌 경험도 비슷하고, '핫둘셋,,하~~' 하면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운전하며 들으며 반가워하는 그 마음도 비슷하고, 이젠 한 물 갔지만 음질도 좋고 외관도 좋고 휴대하기도 편해서 지금도 가끔씩 꺼내서 산책할 때 쓰곤 하는 MP3 플레이어에 대한 사랑도 비슷했다.
그리고 <목소리는 풍경이 되고>편의 내용은 사실 흠칫 놀랄 정도로 나와 비슷한 면을 보았다는. 그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그가 사용하는 '단어'와 '목소리' 라는 것. 99년쯤 이었던 것 같다. 미국 유학 준비 겸 english writing 훈련 차 외국에 있는 유명한 대학 게시판에 펜팔 신청을 했는데, 답장을 받았다. 그것도 신기하게도 영국에 유학중인 남학생이었다.영어편지를 주고받다가 가끔씩은 한글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호감도 느끼고 묘한 감정도 생겼었는데 궁극적으로 그가 나의 첫사랑이 되었던 이유는 그의 너무나도 매력적인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것.
낮지만 또렷하고 부드러운 음성. 물론 김종혁 작가는 곧 관련한 얘기를 하면서 음악 한 곡을 소개했지만 정말 10여년이 지난 지금 주부가 된 나에게 그 옛날 펜팔을 주고받으며 국제전화로 대화를 나누며 푹 빠져들었던 내 첫사랑의 목소리를 더듬게 해 주었다. 아,,그렇지. 지금도 그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이 기억나고 삶의 풍경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목소리=풍경' 이라는 제목이 어찌나 맘에 들던지...^^
소설가가 쓴 산문집이라 그런지 특히, <생각의 가을>에서 그가 쓴 구절구절들은 참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을과 너무나 꼭 맞아서 그 구절을 기억해 두고 싶다.
모든 음악은 가을이 되면 실용음악이 된다. '실용음악학과'라는 학과 이름을 들을 떄마다 참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가을이 되면 실용음악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음악은 귓속으로 들어와 가을의 모든 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바라보면 빨래 세제 광고처럼 '흰색은 더욱 희게, 색깔은 선명하게' 보인다.보내도 가지 않던 여름이 가고.보내고 싶지 않은 가을이 왔다. 바람이 완전, 음악이다.
그리고 책 마지막 장에 <가을에 겨울에 어울릴만한 노래>를 소개해 놓았는데 어쩜,,내 취향과 내가 보유한 음반들이 죄다 소개되어 있다니! 루시드 폴의 <버스,정류장OST>,Joni Mitchell 의 71년도 앨범 <Blue>,그리고 Alan Parsons project 의 <Eye in the sky>등등.. 비슷한 음악 및 무드 코드를 가진 작가 김중혁이 살짝 궁금해진다.
On music,On Life! 음악이 시작되면 인생이 조금 달라진다! 의 그의 모토가 맘에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