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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꽤 두툼하고 묵직한 이 책을 다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런만큼 보람도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쓴 작자가 독일에서 '문학의 교황' 이라 불리는 폴란드계 유대인 비평가이자 괴테,토마스,루트비히 뵈르네 문학상을 수상한 분이라는 것. 책의 묵직함만큼 그의 타이틀 또한 화려해서 호기심 발동하여 첫 장을 펼쳤는데. ^^
의외다. 그는 날카로운 비평과 흔히들 비평가나 평론가들이 자신의 생각에 심취해 마구 찔러대는 날카로움과는 달리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작가들의 초상화 한 장과 더불어 약 3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문학사에 한번씩 획을 그어 놓으셨던 작가들의 숨은 이야기,작품에 대한 소개, 그리고 짤막하지만 통찰력이 느껴지는 자신의 생각까지 정말 쉽고 간결하고 담백하게 평론을 썼다. 사실, "평론 맞나?" 라고 속으로 의심했을 정도이다.
셰익스피어에서부터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는 약 마흔 한 장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그가 펼친 글은 그야말로 해박한 지식을 가졌기에 압축 가능한 간결한 글이었다. 글을 읽어가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의 집에 이 초상화를 모두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마이갓!
그 초상화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으며 그의 문학가, 또는 문학 작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글 곳곳에 녹아있었고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 사실 이 책은 단번에 쭉 읽어내려가는 것보다는 관심있었거나 관심가는 작가 편을 펼쳐 차 한잔 하며 가볍게 읽기에 너무나 좋은 글들이다.
특히, 올해 93세가 되셨다는 이 책의 저자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평론가로 손꼽히고 있고, 독일인 98%가 그의 이름을 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니 가히 그의 명성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전업주부가 되기 전 기자를 했고 경영전략 업을 했던 나는 정말 오랫만에 인문학의 획을 그었던 대륙 작가들의 숨은 이야기와 위대한 비평가가 꼽은 특별한 작품에 대한 그의 의견도 엿 볼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접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옮긴이의 글에는 이 글을 쓴 위대한 평론가 라이히라니츠키에 관한 설명이 참 많았다. 라이히라니츠키는 '평론가의 첫째 의무는 정직함' 이며, '명료함은 예의'라고 정리했다고 한다. 뭐랄까..평소 정직함과 예의에 대해 아직 어리지만 아이와 대화할 때 간혹 쓰곤 했던 나의 삶의 원칙이 그도 가지고 있다니 왠지 나까지 으쓱해지는 기분은 뭘까 ^^ 한때 쉽고 명료하면서도 통찰력이 담긴 글에 대한 예찬을 했던 나로선 이 노숙한 평론가의 글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책에 대한 평가나 리뷰를 쓰는 사람이라면 라이히라니츠키의 글을 유심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적절하고 명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예의가 있는 비판, 그리고 누가 보든 쉽게 이해 가능하게 풀어 쓴 점은 가히 존경할 만 하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