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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하루 라임 청소년 문학 41
아나 알론소 외 지음, 김정하 옮김 / 라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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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박증'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규칙이 있지않을까. 일단 나만하더라도 소소하게 집착하는 것이 있다.

나는 TV볼륨은 꼭 짝수여야만 하고 홀수이면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그 숫자가 홀수인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이 심해지고, 저렇게 참을 수 없는 것들의 가지수가 늘어나면 이제 문제가 생기게 되는걸까.

고장난 하루의 주인공 아나역시 그렇다. 특정 단어를 연거푸 말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고.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이다. 조금 이상한 아이로, 낙인이 찍힌 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아나의 인생을 바꾸어버리는 브루노라는 존재를 만나게 됨으로써 강박증을 대처해 나가고 극복해나가게 되는 과정을 예쁘게 담은 책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아나의 강박증에는 특별한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서, 오류를 잡기위해서 원인을 찾는 성향이 있다.

그런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정석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강박증이나 기타 등등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많지않을까.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사건들. 불우한 과정환경 등 어떻게 보면은 누군가가 그렇게 할 수밖에없었다는 '정당성'이 아나에게는 특별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아나가 특별한 사건,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다. 조금은 다른방식이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또한 존재하고 끝없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녀를 특별히 괴롭히는 사람도 없다. 그녀를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괴롭힘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녀는 정말 평범한 소녀지만 강박증을 가진 보통의 존재일 뿐이다. 나는 그 점이 너무나 좋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해주는 것같아서 훨씬 더 마음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너무 회의적인 어른이 되어버린걸까 이런 경험만으로 아나가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위 구절처럼 아나가 강박증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 정답인 듯 하다. 극복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살아간다고 포용하는 자세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강박증을 치유할 수도 있을 테고, 아니면 또 어떠한가. 변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물론 후자겠지만) 두 명의 저자 중 한명의 이름이 '아나'이다.

작가의 자아가 짙게 투영된건지, 작가의 이야기인건지 알 수는 없지만 두 명의 아나 모두를 응원한다.

진심으로 아나의 새로운 삶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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