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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 하루는 햇빛 사이로 하루는 구름 사이로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4월
평점 :

고윤 작가의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스노우폭스북스)는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제목부터가 이미 한 줄 시 같고,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드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작가 특유의 글쓰기는, 삶의 한가운데에서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든다.
이 책은 시와 산문의 경계에 서 있다. 짧은 문장 하나에도 오랜 여운이 남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글 속에 스며든 감정들이 조용히 밀려온다. 복잡한 설명이나 화려한 수사는 없다. 하지만 고윤 작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희망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가 내 옆에 앉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나직하게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때로는 머물러 있고 싶은 문장이 있어 한 페이지를 여러 번 넘기지 못하고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어떤 문장은 마음 깊이 다가와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빠르게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머무는 책’이다.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는 특히 감정이 복잡할 때, 관계에 지쳤을 때, 혹은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을 때 꺼내 보기 좋은 책이다. 자기 전,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읽기에도 참 좋다. 한 장의 글이 하루의 끝을 조용히 정리해주고,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하늘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 단순한 감각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책은 알려준다. 바람은 늘 곁에 있고,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처럼, 이 책도 독자 곁에서 한 줄의 문장으로 오래 남는다.
고윤 작가의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는 조용한 글을 통해 오히려 강한 울림을 전하는 책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이들이라면, 이 책의 문장을 빌려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감성적이고도 담백한 글을 찾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