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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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밤에 잠들기 전에 틈틈이 읽었다. 이상하게도 글을 읽기 시작하면 나는 목련 폐가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있는 기분이 절로 났다.

나는 원래 무서운 이야기나 괴담 이야기를 좋아한다. 무서운 이야기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 방심했다.

무서운 베이스가 깔려있지만 알고 보면 슬픈 이야기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슬프기도 하고 해서 마음이 찡한 것도 있었다.

폐가에 여럿이 모여서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첨엔 나도 주인공처럼 이게 뭐야 하는 심정이었지만 점점 그 사람들에 이야기에 빠져들어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의 ˝과부들˝이라는 집안의 물건을 훔쳐 가는 난쟁이들의 이야기였다.

그 난쟁이들은 평소에는 절대 사람 눈에 띄지 않다가 람 눈에 보이게 되면 그 사람을, 오로지 그 사람만을 위한 착한 일을 해준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정신과 의사의 ˝도플갱어˝라는 성형중독 여자의 이야기였다.

세 번째 이야기는 큰 특징은 없지만 옅은 광기의 냄새가 묻어나는 남자의 ˝홈, 스위트 홈˝이라는 치열한 집 지키기 이야기였다.

인간이 무언가에 미치게 집착을 하게 되면 정말 정말 무서운 것 같다.

네 번째 이야기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여자의 ˝웃는 여자˝라고 무서운 이야기에 자주 등장했던 빨간 마스크 이야기였다.

빨간 마스크의 어렸을 때 이야기, 빨간 마스크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이야기인데 ..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단 한 명이라도 이 소녀에게 따뜻한 마음을 알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무뚝뚝하고 목소리가 탁한 남자의 ˝눈의 여왕˝이라는 무섭고도 슬픈 저주 이야기였다.

무서움에 겁먹은 인간들의 이기적인 집단의 광기가 어쩌면 귀신의 저주보다 더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이야기는 주인공 정우의 ˝그날 밤의 폭우˝라는 주인공이 살면서 마음속 깊이 꽁꽁 숨겨놓았던 따뜻하고도 슬픈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고 모른척하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말이다.

정우는 자기의 이야기를 마치며 딱지처럼 내려앉은 기억을 떼어내는 일에는 고통이 뒤따른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왠지 나도 모르게 토닥토닥해주면서 엉엉 같이 울어주고 싶었다.

밤의 이야기꾼들 모임의 사회자를  맡고 있는 노인은 이런 말을 한다.

이곳에서 이야기는 생명력을 얻는다고,

그리고 밤의 이야기꾼들이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 속에 존재들은 아주 잠시 동안 실체를 얻어 이 세상에 오게 된다고.

나도 밤의 이야기꾼들에 초대받아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를 지켜주었던..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 있을 나의 히어로인 우리 할머니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리운 우리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잠시나마 다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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