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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평점 :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다. 이런 사랑 이야기일줄이야 …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거기까지 이르자, 한아는 떠나버린 예전의 경민에 대한 원망을 어느 정도 버릴 수 있었다.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28
항상성이란 견고해 보여도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40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50
중요한 결정을 언제나 한아에게 맡겨주는 게 좋았다. 불안한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인 것도. 흔한 방식으로 불행한 결혼을 하게 될까봐 걱정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 방향으로는 걷지 않게 될 걸 알았다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53
"너의 사랑할 수 있는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준 거 알아. 고맙게 생각해."
"미안해. 한도가 작은 남자라. 더 한도가 큰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다. 뭔지 모를 외계인이긴 하지만."
엑스는 정말로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덧붙였다.
"그때 내 자리와 모든 걸 넘기고 떠난 건, 짐작처럼 이기적인 행동은 아니었어. 언제나 충분히 채워주지 못했던 걸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티를 낸 건 아니지만, 티를 내지 않아서 더 신경쓰였거든. 너무 애쓰고 있는 것 같아서."
"애썼지. 확실히 그때의 난 지나치게 애를 쓰고 있었어."
한아는 거의 전생처럼 느껴지는 과거를 되짚어보았다.
"이젠 그러지 않니?"
"응. 따지고 보면 전혀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닌데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대화가 끊이질 않아. 매일 소리 내어 웃고, 서로를 할퀴지 않아. 경민이의 한도는 어디까진지 모르겠어."
언젠가 그의 것이었던 이름에 엑스의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눈이 흔들렸다. 그러더니 힘겹게 부탁했다.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79
"다음번에는 속하게 된 곳을 더 사랑할 수 있거나, 아니면 함께 떠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 여기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지만, 다음번에는 꼭.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84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88
"너 없이 어떻게 닳아가겠니."
지구에서 한아뿐 중에서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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