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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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 / 자기계발. 성공학] 후안흑심, 친닝 추, 함규진 옮김. 월요일의 꿈. (2022)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후안흑심은 타인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어둡게 해 속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친닝 추의 처세술이 담긴 새로운 관점의 자기계발서이다.

저자(1947~2009)는 유복한 환경으로 중국 본토에서 성장하다가 1950년, 세 살 때 몸만 겨우 대만으로 건너가 성장했다. 1969년, 22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아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다. 아시아인의 비즈니스 사고방식을 서양적 사고로 수용한 최고의 권위자로 세계 언론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비즈니스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후흑학’으로 새롭게 정리했다. (책 날개 참고)

사회사상가이자 비평가였던 리쭝우가 1911년 발표한 ‘후흑학’은 너무나 솔직한 분석은 당시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여겨졌고, 종교계와 중국 정부의 반발이 특히 심각했다. 오랫동안 판금 되었지만, 홍콩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명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원래 의미와 다르게 왜곡되어 ‘후흑’을 언급하여 사용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리쭝우의 특별한 식견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여 1992년 ‘후안흑심’을 출간했다.

후흑이란 자신의 뜻대로 남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이다. ‘후흑’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음침한 기운으로 세상 사는 요령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난 후 느끼는 후흑은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자기 본성을 잘 알고, 그에 따라 당당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로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읽었다. 공덕을 쌓고 나누고 소유에 욕심부리지 말라, 평정심 유지하는 데에 힘쓰라는 스님의 말씀을 새기면서도, ‘시커먼 마음과 낯두꺼움을 인정하라.’라는 후안흑심의 메세지도 끌려 혼란스러움에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친닝 추가 이야기하는 후안흑심은 수학공식처럼 단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로 읽혀서 읽는 내내 헷갈렸고 의문도 생겼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책 후반으로 갈수록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생겼다. ‘나의 마음이나 원하는 것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착함’ 같은 위선으로 억지로 가두거나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 즉흥적으로 갑자기 행동하지 않고, (즉흥이 필요할 때도 있긴 하다.) 명상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깨닫고 원하는 목표를 잡기 위해 준비한다. 하지만 적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앞을 내다보고 현재에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안흑심을 제대로 알려면 3년 정도 수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나는 일독 했을 뿐이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어야 할 책이 하나 늘었다.

‘부정적인 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 사상과 다른 새로운 개념이지만, 책이 짜임새있게 정리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지 30녀년 만에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2022년에 사는 내가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시커먼 마음’의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행동에는 늘 실패의 위험이 동반한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 앞에서 외과의사는 가장 안전한 수술법을 고려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환자가 수술 도중 죽을 수 있음을 알지만, 외과의사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집도 중에 환자가 사망할 경우 환자를 죽였다는 오명을 쓸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21)

‘낯 두꺼움’과 ‘시커먼 마음’은 동전의 양면이다. ‘낯 두꺼움’을 가진 사람은 대중의 비난과 혹평에 흔들리지 않는다. ‘낯 두꺼움’은 또한 ‘시커먼 마음’의 원천이다. 그 힘이 있을 때 대중의 무지와 편견에 맞서 창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1-22)

보고 있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경 도수를 고쳐라. (51)

고통과 쾌락에 부대끼지 않는 사람,
항상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
그는 현명한 사람이며, 영생을 살 준비가 된 사람이다.
ㅡ<바가바드기타> (69)

다르마를 수행하는 사람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의무를 행한다. 다르마는 우리가 인생의 어떤 시기에 있든 합당한 역할을 알려준다. 때마다 상황에 알맞는 의무를 알고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수행한다면 그게 바로 다르마를 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지키기도 하고, 해방시키기도 한다. (82)

사람이 인생에서 더욱 큰 성취를 앞두고 있을 때는 그런 여행에 필요한 준비가 오래 걸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 (149)

불행을 자신의 비밀로만 간직하되, 오직 자신을 진심으로 지지해주는 사람들과만 그것을 공유하라. (161)

우리는 운명의 신비를 결코 알 수 없다. 우리는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유능한 사람에게 항상 손을 내밀어야 한다. 후흑의 실천자로서, 이것은 자기 보존을 위한 상책이다. (210)

리더십은 일종의 마음 상태이며, 남에게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이다. (303)

자신에게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기여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320)

한번은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경지란 어떤 것입니까?” 스승은 대답했다. “먹을 때는 먹고, 잘 때는 자며, 일할 때는 일하는 경지다.” 그것은 마하트마 간디의 말과 비슷하다. “어디 있든지, 거기 있음을 분명하게 하라.” 자신이 행하고 있는 활동에 완전히 몰입하면, 마음은 고요해지고 만족스러워진다. 그리고 신적인 황홀경은 스스로 드러난다. (352)

후흑의 실천자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희생자에서 승리자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피라냐가 그런 자기 변화를 겪으면,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잠재된 속성에 눈을 뜨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작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해왔건만 사실 자신이 최강자만큼이나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변화다. 그러나 경험한 사람은 그게 실제임을 안다.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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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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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 / 인문.교양철학] 개인주의를 권하다. 이진우. 21세기북스. (2022)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스스로 모든 판단의 중심에 서서 자기 진리가 되어 진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런 개인주의를 말한다.

가진 에너지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꺼내어 쓰는 직업으로 살기에 매년 겨울이 되면 스스로 겨울잠 자듯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고요한 곳에 여행을 가거나, 사색이나 산책을 하며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한다. 그럴 때마다 좋은 책의 기운을 받는 편인데, 올해는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로 불리는 이진우의 ‘개인주의를 권하다’가 내게 다가왔다.

코로나 시대 3년 차를 맞이하며 축적된 상실과 무기력으로 나 자신을 잃고 그저 살아가기에 급급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매일 버티고는 있지만, 변화무쌍하게 반복되는 코로나라는 변수에 적응하고 살아내기는 어려운가 보다. 시시때때로 지치고, 버거움을 느낀 지 오래다. 나를 잃고 그저 살다 보니 책도 멀어지고, 삶의 의미도 잃고, 그저 가십거리나 유튜브, 자극적인 정보에 빠져 감정 기복만 키우며 지내는 게 전부인 삶을 살다가 2022년 1월을 맞이하며 계속 이렇게 넋 놓고 지내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중 가장 먼저 읽게 된 ‘개인주의를 권하다.’는 지금 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삶의 지혜 같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책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냐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 ‘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보통 사람들에게 ‘나’는 드러내기 쉽지 않은 조심스러운 존재나 상태이다. 나보다는 우리가 먼저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점을 구분하고,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분한다. 아무개가 아닌 나, 우리보다 나를 위한 생각,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준다.

선택의 위험을 회피하고, 전통적 가치와 사회 규범 같은 굴레에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 전가하며 나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지 못했던 몇몇 사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 자신으로 올곧게 살기 위해 나를 사랑해야겠다. 나의 판단을 믿고 행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야겠다. 성찰이 무엇인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내가 성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성찰이 아닐까. 니체는 어려웠지만, ‘개인주의’는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못나고 부족한 나지만, 이런 나를 토닥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그것이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법이자 나를 찾아가는 삶이 될 것 같다.

칸트는 개인의 기준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것. (252-253)

개인은 반드시 차별화를 통해 생성된다. 차별화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할 때 생겨난다. 이런 자율적 행위가 개성을 창조한다. 이런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다채로워진다. (253-254)

선택은 우리의 가능성이기도, 짊어져야 할 짐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모든 게 달라지는 시대에 미래를 예측하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5년, 10년, 20년 뒤는 물론 한 달 후의 삶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면 혹시 내가 원치 않는 것을 선탣하는 오류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게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노멀크러시의 명제처럼 아무것이라도 선택해 나를 돌아보며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 (233)

개인주의의 전제조건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다. (238)

개인주의는 몸과 정보를 소유한 인격의 주체가 자신의 행위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246)

몸은 개인의 자유로운 심리적 도피처인 프라이버시와 연결된다.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실현할 소유물이 필요하다. 인간은 소유함으로써 자유로워진다. 인격을 발견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지도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이 된다. (246-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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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아, 인플레이션 - 버스비 인상에 울상 짓던 내가 집값 상승에도 여유 있는 이유
신동원 지음 / 길벗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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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 / 경제경영, 재테크] 오히려 좋아, 인플레이션. 신동원. 길벗. (2021)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테이퍼링, 스테그플레이션 등등 작년 봄 주식을 시작하면서 유튜브 경제 방송을 보면서 수없이 들어본 단어다. 학창 시절 사회 시간에 배운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이 전부다. 경제 용어를 단절된 단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서 돌아가는 현상은 모두 뒤섞여있다. 특히 유튜브 속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더욱 정신이 없어진다. 배경지식 없이 경제방송을 접하면 오른쪽을 들리는 이야기가 왼쪽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재테크는 하고 싶고, 돌아가는 세상은 잘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나 나처럼 재테크 문외한이 읽고 이해하기 좋은 책, '오히려 좋아, 인플레이션'은 금융사관학교 대표로서 7,000여 명의 수강생을 배출한 신동원의 신간이다. 저자는 금융권에서 10여 년 이상 일하며 체득한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 초년생에게 꼭 필요한 금융 지식과 투자 상식을 전하고자 이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이 좋은 건 설명이 쉽고 자세하다는 점이다. 주식을 시작하면서 공부하려고 읽게 된 책 중 일부는 전문가들을 위한 책이었는지 나처럼 초보자가 읽기에 어려운 설명이 가득해서 책을 완독했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리송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교수 경험과 직접 투자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왜,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모으고 투자해야 하는지,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다양한 자산의 투자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란 현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실물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물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보유 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37)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2장, 레버리지로 인플레이션을 극대화하라'였다. 레버리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대출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의 틀을 깨트려주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인플레이션 흐름에 돈을 맡겨,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식, 부동산 공경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레버리지 등 경제경영에 대한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책을 읽으니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다. '오히려 좋아, 인플레이션'을 읽고 나니 사회적 상황과 나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알맞은 방향으로 재테크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생겼다.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재테크의 기본기를 알기 원한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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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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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8 / 인문학, 정신분석, 에세이] 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박상미 옮김. 특별한서재. (2021)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실수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158)

영적인 감각을 믿는다. 나의 마음이 개운하고 맑을 때, 본능에 충실할 때 떠오른 감을 믿는다. 2016년 ‘될 일은 된다. (정신세계사, 2016)’가 그랬고, 2017년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2005)’, 2018년 ‘게으름의 즐거움(호미, 2003)’, 2019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초당, 2019)’, 이후로 2021년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시절인연이라고 적당한 시기에 괜찮은 책이 내게 왔다.

올해는 시종일관 무기력했고, 벗어날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저 버티기에 급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앞날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그저 뜨거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책 읽기도, 이전의 일상의 리듬도 도무지 가라앉기 일쑤였고, 그저 지금을 살아내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전까지 나만의 연말 행사(?)였지만, 작년엔 할 수 없었던 일을 저질렀다. 무리해서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 시간 동안 나는 ‘빅터 프랭클’과 함께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던 예전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롯이 책에만 몰입했다. 책과 함께한 한나절 동안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고, 다이어리는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저자가 수용소에서 보낸 경험과 정신요법 제3 학파로 불리는 로고 테라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 책 ‘빅터 프랭클-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은 저자가 아흔 번째 생일을 기념해 전 생애를 회고하며 정리한 자서전이다. 영리하고 다재다능한 정신과 의사이자 유대인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는 고통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꾼 위대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의 글 자체에서 느껴지는 선한 영향력에 감정 이입하여 책에서 소개하는 역설 의도기법으로 나의 예기불안을 내려놓을 만한 단서를 찾아내었다. 수용소에서의 일화와 로고 테라피라는 위대한 업적에 대한 글도 좋았지만, 빅터 프랭클이라는 한 인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더 좋았다. 관계, 위트, 사건을 대하는 마음가짐, 가족에 대한 사랑, 선한 영향력 등 다 좋았다.

책 자체에 인쇄된 밑줄이나 볼드체의 글씨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의 밑줄에는 울림이 느껴진다. 책에 인쇄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형광펜으로 그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완성하고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삶에 의미가 있다.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살겠다. (166)

의미 있는 일에 등급이 있듯이, 의미 없는 일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그것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27)

우리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28)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다. (171)

2021년의 마지막 날,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를 찾았다. 삶의 이유를 되찾고 다시 일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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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식 전략적 사고 - 복합적인 세상에 필요한 유연한 멘탈모델
레나르트 위트베이 지음, 김지연 옮김 / 예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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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사고는 내 머리 안에 ‘멘탈모델’이라는 사고 시스템을 만들고, 이것을 주변 상황에 따라 바꾸고 수정하면서 세상을 판단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단순함과 하루하루의 성실함, 그리고 부단한 노력만이 탁월한 전략가를 만든다. 누구라도 전략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16)

연말이 다가왔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새 책을 골랐다. 스웨덴의 막강한 권력 기관인 국세청 내부의 멘탈모델을 개선하여 국민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서비스 기관으로 만들어낸, 스웨덴 전략가 레나르트 위트베이의 ‘스웨덴식 전략적 사고’가 출간되었다. ‘복합적인 세상에 필요한 유연한 멘탈모델’이라는 소제목하에, 동양의 한국에 사는 내게 생소한 나라, 스웨덴의 전략적 사고라니,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는 멘탈 모델과 전략식 사고를 강조하며 전략과 사고, 멘탈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 책은 경제경영서 카데고리에 속해있지만, 다른 경제경영서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진 않는다. ‘a는 b이다.’ 같은 공식이나 정리된 방식이 아니라 유연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지만, 스웨덴 방식의 전략적 사고방식이 궁금한 나로서는 도대체 그게 뭔지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전략적 사고와 멘탈모델에 대한 설명이 분명 나와 있지만, 정리된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예시가 나열되어있는 듯하다. 북유럽 특히 스웨덴의 문화나 역사 같은 나라에 대한 이해 없이 책을 읽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나의 읽기와 이해가 부족해서 책이 품은 내용 전부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옮긴 이의 말을 읽으며 저자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전략이라는 단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인도한다.’(14)

당신의 뇌에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라. 당신의 멘탈모델을 갱신하고, 다른 사람의 멘탈모델을 주목하라. 세상이나 당신이 속한 조직을 복합적응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 주변 환경과 여건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마라. 폭넓게 생각하라. 큰 상황과 맥락 안에서 사물을 놓고 생각하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코끼리라는 것을 기억하라. 변화를 위해서는 안정감을 도모해야 한다. 전략적 사고와 전략을 구별하라. 존재하지 않는 것은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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