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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2월
평점 :
그때 내가 있는 곳이 동굴인 줄 알았는데 지나 보니 터널이었어. 정말로 언젠가 다 지나가.
주인공 혜원은 대학 졸업 후, 임용 고시를 준비하며 강사일을 하다가 네 번째 불합격 소식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학원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강사일을 할 때는 학원 강사를 무시하는 아이들에게 질렸고, 관리직을 하는 지금은 진상 학부모에게 질려 그냥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싫어져 버렸다.
애초에 바라는 게 딱히 있지도 않았고, 그냥저냥 살다보니 여기에 와 있는.
지긋지긋한 삶.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동잠초 2학년 5반 17번 유혜원 학생이죠? 필통 잃어버렸죠? 누가 회색 너구리 필통 주웠다고 놓고 갔어요."
필통을 찾고 돌아보는 순간, 2005년, 초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을 마주한다.
가장 좋아했지만 미워했던 친구, 그 애가 아니면 친구가 하나도 없을 것만 같았던 그 때에 혜원은 속앓이 하면서 친구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었으리라. 하지만 27살의 머리와 9살의 몸을 가진 혜원은 달랐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 결국 너한테 다 되돌아올 거야. 기억해. 네가 괴롭힌 건 다 너한테 되돌아올거니까.
시원하게 내뱉고 다시는 휘둘리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교실을 나오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분실물과 같은 방식으로 이후에도 혜원이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에 잃어버린 분실물을 만나고, 한 차례 짧은 미래로 가면서 엄청난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엄청난 몰입감과 흡입력으로 1시간 만에 완독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나도 그 시절엔 친구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 엄마 아빠의 잦은 싸움으로 힘들었지.
왜 그땐 그 시간이 끝일 것만 같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27살 혜원의 삶도 불투명한 미래, 지긋지긋한 일상, 의욕없는 하루가 반복되면서 내일을 기대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막막하고 캄캄하더라도 지나고 보니 오직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고민과 경험이었던 것 같다.
추억 돋는 그 때의 감성과 이야기를 잘 살려낸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내가 참 어렸구나. 참 예뻤구나. 그런데 그땐 그걸 몰랐다. _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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