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동노 외 옮김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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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대한민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들 한다. 위로는 공산국가들이 있고, 아래로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대륙을 진출하려는 서구세력(특히,미국)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면 이 지정학적 위치속에서 우리의 역사가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굉장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몇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였었다.

첫째로, 미국의 역사학자가 썼다는 것이고, 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역사가들 못지않게 열정적이라는 점에서였다.

둘째로, 그가 한국의 현대사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미국과 그 밖의 한국과 관련된 위치에 있는 나라(러시아, 중국등) 들의 상호 대립의 장으로 한국의 현대사는 점철되어왔으며, 앞으로도 이들 국가들과의 틈바구니속에서 한국의 위치가 어떠해야 할지 가르쳐 줄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기대의 결과에 대해서는 적잖히 실망하였지만, 한국의 여러 특징적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고대의 사건들을 연결시킨 커밍스의 일관적인 서술 구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를 들어, 영조와 사도 세자의 이야기를 들어 한국의 재벌구조들의 족벌체제가 갖는 현상을 말하려 하였다는 점과 이순신이 거북선을 제조한 놀라운 조선술과 달랑 두장의 사진으로 세계 굴지의 조선업 사업을 따낸 정주영 회장의 기백을 연결한 점들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커밍스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주장한 6,25전쟁 북침가능성 이론과 이승만 대통령을 통렬하게 비판한 점들 그리고, 일본에 의해 식민지 착취기간동안 한국의 근대화가 진전되었다는 그의 편협한 태도 또한 처음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둘째치고라도 개인적으로 커밍스의 견해에 좀 더 실망한 점이 있다면 미국의 정책으로 인하여 한국의 발전과정이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그 점을 밝혀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 미국이 마치 한국의 정치에 언제나 방관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식의 그의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빼면 알 수가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한다면 그가 주장한 것처럼 향후 미국의 영향에서 한국이 벗어났을 때 세계를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명확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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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 2007-02-21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25전쟁 북침가능성 이론"이라뇨? 커밍스가 그런 말 한 바 없는 걸로 아는데. 그와 관련된 주장의 요점은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한국전쟁에 대한 자신의 "전체적 강조점은 내전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역사 속에서 자라난다"입니다. 그리고 정주영의 조선업 진출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저자 스스로 믿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쓰여진 겁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한국현대사를 처음 접하는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흥미를 돕기 위해 인용한 것일 겁니다. 오히려 그런 소문이 횡행하게 되는 한국적 현실을 은연 중에 지적한 것으로 보는 편도 합리적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