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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 -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김진애 #여행의시간
팬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일상을 제한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해제되고 마스크를 벗고, 하늘길이 열렸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두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여행을 떠났거나, 여행을 계획 중에 있다. 도대체 여행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수수 떠나는가. 아직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나는 한 번씩 그런 의문이 들곤 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 여행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여행의 매력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이 책은 그런 내게 꼭 필요한 정보를 주었다. 작가는 홀로 여행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글의 시작을 알린다.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가보았다는 작가의 경험은 나도 한 번 떠나보고 싶게 만든다. 혼자 떠난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작가가 이리도 강추하는 것인가? 작가가 배우고 느꼈던 것이 기술되어 있지만,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기에 분명 새로운 것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 차게 만든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보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던 여행이 더 많았다고 고백한 작가는 자신의 여행 경험을 책 속에 녹여내었다.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행지를 전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한다. 미술이나 건축 분야에 완전히 문외한인 나이기에, 도시건축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예술작품과 건축물을 풀어내는 작가의 표현 하나하나가 새롭게 와닿는다. 그 장소에 내가 간다면,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내게는 어떤 깨달음과 변화가 찾아올까도 한 번 상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건, 작가가 여행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마주했던 대목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혹은 무언가를 많이 해본 사람은 새로운 상황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여행이란 답이 없는 것이고, 익숙했던 장소를 벗어나 새로운 언어를 쓰고 문화를 가진 곳에 던져진 채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은 계속 모르고 싶었던 나의 한 부분을 직면하게 만든다.
여행길에서 드러나는 나의 본색.
그 발견은 우스꽝스럽지만 또 즐겁다.
나의 본색을 기꺼이 인정한다.
작가는 이를 나의 '본색'이라 표현한다. 우스꽝스럽지만 즐거운 존재, 우리가 기꺼이 인정한 채 데리고 살아야만 하는 것.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만, 나는 이 안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고 있으면 여행에 인색한 나도 한 번 떠나보고 싶게 만든다. 연애와 같다는 여행, 나와 궁합이 맞는 공간은 어디에 있을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