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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어느 근대인의 사랑'이란 제목으로 잡지에 실린 서평을 읽고,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스메 소세키의 작품을 접해본것은 이 소설이 처음이다. 몇몇 읽어봤던 일본 현대소설에 비해 1906년에 발표된 이 '근대소설'은 확실히 톡톡 튀는 신선한 재미는 없다. 그러나 잔잔하고 고즈넉한 문장과 주인공의 내적갈등에 초점을 둔 심리묘사가 은근 흡인력이 있다. 스토리라인은 우정과 배신을 다룬 삼각관계이나 내용은 사랑의 진행과정이 아닌 인물의 내적갈등이 중심이다.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고등유민’(高等遊民)이다. 다행히 아버지가 부유한 실업가이기에 그는 가족에게 용돈을 받아 비교적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형편이 어려워진 대학 동창 히라오카가 찾아온다. 다이스케에게는 히라오카의 아내가 된 미치요를 좋아했지만 ‘의리’ 때문에 그녀를 양보한 과거가 있다. 그는 미치요가 남편과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다이스케는 향기 짙은 백합꽃을 사이에 두고 미치요에게 무겁게 사랑을 고백한다. 세상의 기준에 따른 죄가 아니라 오로지, 미치요에게 솔직하게 청혼하지 못했던 자신의 자연스럽지 못한 옛 행동을 참회하며. “세상에 대해서는 죄를 짓더라도 당신 앞에서 참회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