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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덕후의 덕후감읽기

 

어떤 책은 제목에서부터 신호를 보낸다. 나는 너와 동족이야! 나를 읽어야 해! 넌 나를 읽게 될 거야! 새로나온 책 코너에서 덕후감을 발견했을 때가 꼭 그러했다. 나는 이 책이 평가단의 도서로 선정되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라 직감했다.

 

나는 인문학을 전공하지만, 가끔 인문학의 유효성(?)에 대해서, 물론 이 자체로 이미 너무나 역설적인 말이지만, 아무튼 간에 질문할 때가 있다. 특히 자폐적인 인문학, 너무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들어가는 인-문학을 접할 때가 그렇다. 내가 주목하는 분야는 보다 가까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지금-여기의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덕후감은 나를 위해 적합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 책은, ‘웃자고 보는문화 콘텐츠에 죽자고덤비는 인문학자를 연상시킬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어떤 시선을 가지느냐는 독자의 자유다. 다만, 나는 우리 시대에 유통되는 문화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의의, 즉 문화콘텐츠로써 현실이 재현되고 구성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나 열성적으로 생각하는지, 심지어는 이 생각을 강요하고 싶어질 정도다.

 

덕후감은 팬덤을 시작으로 <국제시장> <변호인>으로까지 나아간다. 아이돌 팬덤문화에서는 섹슈얼리티와의 관련성을 읽어내고, 중반부에서는 많은 콘텐츠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현 세대의 망탈리테 사이의 연관을 말하며, 후반부에는 정치와 역사로까지 나아간다. 하나의 소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힘들만한 작업을 해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삼촌팬에 대한 분석. 사실 이전 소녀들의 팬덤을 논의하는 부분이 현상 기술에 그치고 넘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던 차에 삼촌팬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나와서 저자에 대한 불신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수업을 들으며 무한도전을 분석해보았던 터라 무한도전에 대한 논의 역시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조금 더 깊게,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을 조금 더 많이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 김성윤은 삼촌팬의 탄생에 주목하며, 이들이 미디어에서 간혹 라벨링 하는 것처럼 미성숙한 청년 세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삼촌팬들이 직접 발화한 다양한 텍스트를 가져오며, ‘삼촌이라는 지칭이 형성하는 효과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확하게 짚어내는 것 같다. 말하자면, 왜 오빠가 아니라 삼촌인가?에 대한 김성윤의 설명은 매우 타당하다. 삼촌이라는 가족관계의 용어가 들어가면서 친밀성을 형성에 소녀와 성인 남성 사이의 친밀성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김성윤은 이런 친밀성의 구축이 새로운 남성성의 출현인지를 묻는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회의적이다. 보수주의적 남성에서 다정한 남성으로의 변화를 재현하는 주체일 수 있는 삼촌 팬들이 아직 이렇다 할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김성윤의 태도이자, 그가 우려하는 바이기도 하다. 문화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이란 믿기도, 믿지 않기도 힘든 존재, 그 역시 아직 가능성과 모의 사이를 갈팡질팡 오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학자의 작업은 충분히 즐겁다. 우리 주변에 전혀 낯설지 않게 일어나고 있으나 분명 모종의 욕구에 의해 도출된, 혹은 모종의 욕구를 도출시키는 현상을 가감없이 다루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진단하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생각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즐거운 독서였다. 무엇보다 내내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통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학자로서의 건승을 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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